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 방학이라 같이 공부하며 유독 바빴던 날 중에 이 책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히 조금씩 읽기에 좋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간결하다. 이혼이란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그렇게 무겁지 않은 이끔으로 짧은 시간에 이야기 속으로 금새 금새 빠지게끔 해 주는 책이었다. 여기서 나오는 11살 요군의 보는 세상으로 또래의 아이들이 보면서, 그들의 입장도 이해하고, 여러가지 위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한다.

아내이자, 엄마인 내 입장에서는 가끔씩 보이는 요군 엄마의 힘든 그림자가 무엇 때문인지 그것이 경제적인 것도 이유일텐데... 집은 받은 것인지 아빠는 양육비를 주고 있는 것인지 뭐 이런 것들의 현실적인 것이 더욱 궁금하였다. 남의집사에 유독 관심많은 시끄러운 동네아낙네처럼 궁금했지만, 이미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두 번이나 그런 과정을 겪고, 지켜보던 나는 사실 그것이 언제든 나일 수 있다는 것이 지울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부모님 이혼으로 또래보다 빨리 성숙해져가던 요군도 친구들에게 자신의 그런 이야기가 돌까봐 두려워하였다. 아버지의 부재가 힘겨움으로 나타난 것은 요군 반의 학급회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정신적인 불균형. 찰흙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요군은 학급회의 시간에도 계속 자신의 ''생각하는 사람''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모범생, 우등생파인 이노우에패들이 그런 요군에게 집중할 것을 요구했으나, 요군의 관심사는 갑자기 이노우에가 낛아챈''생각하는 사람''뿐이었다. 결국 내팽개쳐진 ''생각하는 사람''은 요군이 그토록 고심하던 머리 꼭대기 부분이 텅 빈 채로 절반은 푹 찌그러져 바닥에 처박혔다. 요군은 분노하지만, 반에서 선생님도, 아이들도 그 누구도 요군의 편은 없다고 요군은 생각한다. 키가 작은 요군은 결국 이노우에게도 맞다가 이노우의 두 손이 요군의 목을 조르려는 순간 요군은 그 아이의 손목을 피가 날 때까지 문다. 요군은 맞은 머리도 욱씬거렸고, 자신이 했던 일, 작품을 보며 인생 또한 고통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엄마는 집안 생계와 모든 것을 책임지며, 벅차하는 모습에 요군은 누가 뭐래도 세상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그 날 그일로 엄마와 말다툼하다가 잡힌 다리를 때리는 엄마에게서 버둥거리다 실수로 가슴팍을 퍽 차게 되었다. 계단을 굴러 떨어진 엄마를 보며 요군은 아주 큰 충격을 받았다. 요군의 엄마는 참으로 현명하였다. 그 상황에서 그냥 묻어 두었다. 요군의 엄마가 얼마나 힘들까 그 장면에서 절절한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지만, 생계를 위해 홀로서기에 최선을 다하고, 아이들을 위해서도 끊임 없이 분투한다.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했다? 그것은 유부녀나, 유부남이 결코 대서는 안되는 변명이다. 도덕적으로만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의 대표상이 아닐까. 당하는 상대. 버려진 자식들은 오랜세월 여러가지 고통속에 있어야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다른 아이들의 부모에게 감춰야 할 비밀처럼 안고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인 고통까지 당한다면 두루두루 고통3종세트라고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정도로 말이다. 변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이번에 새롭게 만나 사랑한 사람과의 애정은 변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것인지 묻고 싶다.

아빠의 배신이 유독 사무친 날은 엄마와 아이들에게 떠나 있었던 날들보다, 하필이면 오랜만에 온 요군의 생일날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비온다고 우산을 주러 뛰어간 어린 딸아이에게
"우산 빌려 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라고 말을 전한 부분. 나나에게는 빨개진 눈이 되게 만들고 요군은 11살 생일날 어른이 되어감의 씁쓸함을 맛보게 하는 장면.

요군의 집으로 온 작은 노란 아기 코끼리. 그것은 엄마의 제대로된 홀로서기의 시작이었다.
"아빠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어."
열쇠를 차 안에 넣고 잠그거나, 어쩌다가 난 사고에 눈 한개씩 다쳤던 아기 코끼리. 그것은 남자도 여자도 초보라면 누구나 저지르는 실수니 몸만 건강하다면 큰일이 아니라며 옆에서 다독이고 싶었다. 폐차를 시켜야 할 만큼 사고가 크게 났지만, 다행히 가족은 무사하였고 엄마는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니 떨리는 손으로 다시 운전을 한다. 요군은 무릎에서 피가 배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침을 쓱 발라 문지른다. 그 순간 요군은 사고 난 것을 누가 볼까 염려하고 순간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겠다면서..

길을 걷다가 실수로 넘어진 것과 같지 않을까? 나의 고통이 다른 사람에게는 구경거리, 심지어는 그렇게 널부러진 모습 간혹 웃기까지하니까. 요군은 드라이브 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며 자신을 위로한다. 고통은 당하는 자에게 가장 큰 법이다. 제3자로서 때로는 그런 무심함이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한다. 이 책속 요군 가족이 그런 큰 사고 속에서 힘차게 나가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이 따스한 위로를 받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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