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charliemom]

핑거 스미스

태생보다는 자라난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던가?  막상 이 책을 덮으면서 과연 어떤 환경이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인지, 모드와 수를 생각하며 밤새 꿈꾸고, 엎치락 뒤치락하며 보냈다.   

여운이 진한 책. 어쩜 뒷맛이 이리도 맛깔질 수 있단 말인가? 

처음 시작이 너무 더디어 덮었다 열었다를 몇날 하면서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미덥지 못했던 내가 뒷부분에 가서는 눈을 떼지 못했다.  '과연 세라 워터스란 작가가 찬사를 받는 이유가 있었구나' 결국 다 읽은 후  그 여운 때문에 좋았던 부분을 다시 읽고 있는 내가 있었다.

중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는 참으로 중세 이야기를 좋아한다.  때로 현재는 너무 평이한 일이지만, 그 시대에서는 너무나 기발한 발상으로 억만장자가 되었다던가, 혹은 위기를 벗어났다던가, 것도 아니라면 환상이 있는 로맨스는 그 몽환적인 부분 때문에 유달리 매료 되었던...     그러나 이 책의 배경은 몽환과는 거리가 멀었다.  19세기 빅토리아시대, 그것도 음침하고 마치 악취라도 배일 듯한 영국의 소매치기 도둑들 소굴이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는 재미는 1인칭 싯점으로 일어나는 주인공인 모드와 수의 사건 속의 각자의 입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일 것이다.  아주 세세하게 작은 일까지도...  그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서로 만나게 된 이후 각자의 입장까지...  이 책은 다 읽고 난 후 그 이야기들이 되새겨지며 더욱 재미나게 다가온다. 

억압받았던 여성의 시대.  수의 어머니는 그런 고통속에서 아이가 평범하게 키워지길 바랬고, 엄청난 거래는 이루어졌다.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수가 젠틀먼의 음모로 인해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끔찍한 고통을 당하기 전까지는 석스비 부인의 따뜻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았으니... 수의 어머니 판단이 옳았을 수도 있겠다.  아기들을 매매하고, 천박하기 이를데 없는 소매치기 소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과 막대한 재산도 한 몫 했겠지만 마침내 치루어야 할 댓가는 참으로 컸다.  갸엾은 석스비 부인.  내가 석스비 부인이었다면?  마침내 자신의 딸을 위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까지 한  그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따로 없었을 듯 하다.  석스비 부인은 죽기전 마지막 날까지 그 엄청난 거래를 수가 모르기 바랬다고 훗날 모드가 말하고,  용감하고 가슴이 따뜻한 여인 수는 석스비 부인의 사랑에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달리 내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모드란 주인공이다.  애정없이 자란데다가, 더우기 어린이로써 배워야 할 가르침은 없고, 삼촌의 광기마저 엿보이는 편집증은 모드가 충분히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냉정한 여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젠틀먼이 들어난 악인이었고, 나름대로 귀여운 면(?)마저 찾아 낼 수 있는 악당이라면,  모드의 삼촌이야말로 아이에게 참으로 못할 짓을 할 악마라고 나는 생각한다. 모드의 증오심의 발단에는 그가 있었다.  나쁜 인간. 자신의 취미생활에 아이를 이용하여 그런 짓을 하다니...   석스비 부인이 그 사실은 몰라서 참 다행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직접적이지 않은 이 책이 간혹 원색적인 단어로 나를 당황하게 하는 것 까지 재미있었다.  양장 겉표지의 감촉은 읽는 내내 나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참으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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