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의 고래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17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는 내가 어떤 책에 몹시 열중해 있으면 유달리 그 책에 눈독을 많이 들인다.  그래도 내가 무서워(중간에 읽다가 뺏기면 애가 더 타는 듯)다 읽었다 할 때까지 참고 참았다가 그제야 아주 빠르게 읽어낸다.  '주머니 속의 고래'를 읽으며, 집중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토끼눈처럼 벌개져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아이는 책이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오리주둥이처럼 튀어나온 입으로

"얼마나 남았어요?"

를 수시로 챙겼다.  간혹 내가 읽기 위해 주문한 책이 사라져 한참 찾았는데, 그것이 나중에 아이 가방 속에서 나오면 내 입술도 일그러진다. 

"이 녀석이 또 먼저 읽었네."

그 것도 모자라 열심히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빠에게 이러 이러한 면이 재미있었으니 꼭 읽으라고 당부까지 해댄다.  아무튼 '이 주머니 속의 고래'는 아이에게 선점을 안 뺏기고  먼저 읽을 수 있었다.  아이가 궁금해 죽겠다는 눈빛 공격을 할 때마다 '약오르지? 궁금해 죽겠지?'의 눈빛을 쏴주며, 가슴 속 깊이 감동을 넘실 넘실 맛보며 두 배로 행복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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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86 시간은 시계 바늘로 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피와 질량으로 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럼 내가 그 동안 우리 가족과 함께한 시간의 부피와 질량은? 그건 얼마큼일까?   집에 도착했을 때 준희는 멀고 긴 길을 오래도록 걸어온 기분이었다.                           ┛

준희가 연호를 선생님과 함께 병원에 데려다 주고,  울고 있는 선생님을 보며 자신의 입장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에 자신을 담궜을지....  입양아인 준희도 애처롭고,  눈이 먼 할머니와 둘이 지내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연호도 가슴에 찬바람 나도록 시리게 만들었다. 

중학생.  사춘기 때가 아니라도 자존심이 한 참 소중한 나이다.   준희와 같은 반으로 얼굴 자주 봐야 할 처지인데, 지하방으로 이사가는 날 연호의 궁핍하기 이를 데 없는 살림살이는 어린 연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을 것이다.  급식비가 없어 아무리 힘들어도 무료 급식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알려지기는 것이 더 싫었던 연호.

 할머니는 창을,  엄마는 떠돌이 약장수 가수,  연호가 타고난 가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내림인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꿈을 위해 갈팡질팡하는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볼 수 있었다. 직업에 대한 열망은 중학생만 되어도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법을 가난한 아이들은 먼저 깨닫는다.   이금이 작가님은 이 책으로 가난하고 어려워도 꿈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결코 멈추지 말라고 북돋아 주지 않았나 싶다.   

그 누구를 원망해도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더 나쁜 쪽으로 자신을 몰고 갈 수 있다.  그것을 빨리 깨닫고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인식만이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는 다름아닌 본인이 정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만이 미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아이도 어서 읽었으면 좋겠다.  힘들고 많이 아팠던 연호와 준희를 얼마만큼 이해할지... 자신의 진로에 대한 희망을 어떻게 풀어갈지 이 책의 속내용도 읽어내주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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