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 괜찮아 책읽는 가족 49
명창순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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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도 괜찮아.  이 책의 주인공 준서는 속시원하게 겉으로 우는 모습을 잘 안보여줬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준서는 속으로만 속으로만 울었겠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 준서에게 이 책이 거의 끝날 때 즈음에서야 너무 무거운 삶이, 조금 덜어진 듯 하여 읽는 내내 나 자신도 너무 힘들고 아프고 힘에 겨운 책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생활과 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주변의 이야기일 수 있기에 마주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처음 시작은 아직 어리게 보이는 아이가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 세상과 이별하려는 것일까?  무엇때문에 울지도 못하다가 이제야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는 것일까?  그런 의문으로만 가득차게 했다.   준서가 아파트 옥상에서 운동화를 벗은 채 난간위에 서서 술취해서 횡포를 부리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던진 화분을 피해 도망치는 엄마의 영상은 떠올렸다.  조마 조마하였다. 

"준서야, 안돼. 그러면 안돼."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을까봐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지....   다행히 준서는 아파트 아래서 떠돌이개를 발견하고는  검게 변해버린  피묻은 운동화를 신으며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다고 내달렸다.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힘이 들까?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 적인 욕구,  굶주리는 것 만큼 힘든게 있을까? 어떻게 준서의 아버지는 사람으로서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준서의 어머니는 뻔히 그 아버지의 성격을 알면서 혼자서 집을 나간 채 준서를 그렇게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인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기에 읽는 동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이 책이 지금 이 글을 쓰는 내게 내내 속울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 일으키게 했다.  

준서의 아버지는 원래 성격이 가정을 아끼고 사랑하는 성격이 아니었으나, 사고로 다친 이후 사람이 아니랄만큼 흉폭하게 변했다.  너무 너무 화가 난 것은 어떻게 집에 아이 먹을 것도 없는데, 5일이 넘도록 소식이 없을 수가 있으며, 그런 일이 다반사로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인지...  거기에 자신이 사라진 동안 아이가 일찍 일어나지 못해 학교를 빠졌다고 아이를 하루동안 화장실에 가둬뒀던 처사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갸엾은 준서.  

떠돌이 개 도돌이는 준서의 모습이었는지 모르겠다.   키우다 버려진 개.   학교 생활은 가지고 못가는 준비물때문에 더욱 힘이 들기만 한....  그러나 지호나 민수처럼 도둑질은 생각도 못했고, 으뜸 슈퍼 깜깜이 할머니가 맹인인줄 알아도 한 번 속일 줄 모르던 착하던 아이였다.  지호 엄마는 아이의 무엇을 보는 것일까?  편한 생활 속에서도 지호와 민수는 남의 물건을 훔치고, 여러 가지 나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엄마는 그 사실을 모른다.  같이 있으면서도 아이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못 주는 것은 또 다른 얼굴의 무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한 말로 내 자식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더니...  이 장면에서 나는 또 많은 것을 느꼈다.   

번개형.  이 책에서 17살의 중국집 배달원인 이 인물이 가장 따스한 감정을 주는 등장인물이었다. 속 깊고, 배려할 줄 아는 그러나 세상을 잘 모르고 이용당할 수 있는 인물.   준서의 생활은 이 형으로 인해 조금은 사는 것 같았고,  대꾸해주던 여자 친구 혜지때문에 준서의 생활은 그래도 견딜 만 했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장에 가서야 준서의 엄마는 준서와 같이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해서 못했던 것을 알고, 그제야 마음이 누그러졌다.  엄마인데 그럼 그렇지.... 이 책에서 내내 가슴에 아팠던 장면. 오랜만에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한 준서는 며칠동안 거의 굶었기에

"엄마...  배고파요."

라고 말했던 것이 준서의 엄마에게는 얼마나 가슴에 피멍이 되었을까?

준서의 엄마와 함께 온 상담 선생님의 말처럼 꼭 다 이루어지면 좋겠다. 

"준서 아빠는 가족과 우선 떨어져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빠는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너같이 귀한 아들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르잖아.  어쩌면 아버지나 남편 노릇을 잘못?모르지. 아직 준비 안되었거나 아빠에게 그걸 가르쳐 준 사람이 없어서.  준서 아빠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그 동안 가족에게 잘못한 일을 뉘우치고 가족소중함을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해."

마지막 장면은 그나마 정말  다행이었다.  얼떨결에 준서가 걷어찬 도돌이는 한쪽 시력을 잃는 부상을 입게 되었는데, 동물병원에서 치료후 이제 준서와 함께 쉼터 뒷마당 한 쪽에서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만약 내 이웃에 이런 아이가 있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할 부모인가?  되돌아 보게 되었다.  말로 하는 나눔과 사랑이 아니라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갑자기 많이 부끄러워졌다.    따스한 가정의 보금자리, 그것은 경제력만이 절대적인 아니란 사실을 우리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세상의 모든 부모가 깨달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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