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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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에세이 <책으로 가는 문>을 2023년 출간된 개정판으로 다시 읽었다. <책으로 가는 문>은 2010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개봉과 이와나미 소년문고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총 400권이 넘는 이와나미 소년문고 전권을 석 달 간 읽고 최종적으로 50권을 선정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고른 이와나미 소년문고 추천 도서 50권이 소개되어 있다. 소개된 책 중에는 <어린 왕자>, <삼총사>, <비밀의 화원>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이책도 있고, <추억의 마니>, <하이디>처럼 저자가 만든 애니메이션의 원작도 있고, 저자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책도 있고 저자가 신뢰하는 지인이 추천한 책도 있다. 한국의 작가 김소운의 <파를 심은 사람>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글 중에서 특히 표제작 <파를 심은 사람>이 재미 있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2부 '소중한 책 한 권이면 된다'에는 어린이책과 저자의 오랜 인연이 나온다. 저자는 대학 시절 만화 연구회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만화 연구회가 없어서 아동문학연구회에 들어갔다. 당시 저자는 친구들이 읽는 칸트나 헤겔, 마르크스의 책도 읽어보고 도스토옙스키 등 세계 문학도 읽어 보았지만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은 아동문학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저자는 이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도 줄곧 아동문학에 관심을 두고 좋은 작품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이 책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서사에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저자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을 읽고 요시노 겐자부로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시대가 파국을 향해 가는 것을 예감하면서, 그래도 '소년들이여'라는 느낌으로 썼다고 생각합니다", 89쪽). <하늘을 나는 교실>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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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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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실례>에 이어서 읽은 양다솔 작가의 책이다. 작가의 첫 책인데 파괴력이 엄청나다. 제목만 보고 (재정적으로) 가난한 청년의 (마음은) 풍족한 일상 이야기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딥한 가족사가 나와서 읽는 동안 여러 번 울컥했다. 양다솔 작가님의 매력에 빠진 계기가 된 팟빵 매거진 <조용한 생활> '농담하는 입장'에서 작가님이 워낙 유쾌하게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셔서(특히 아버지가 출가해서 스님이 되신 부분) 나도 유쾌하게 받아들였는데, 이 책을 보니 작가님도 작가님 어머님도 아버지(남편)의 선택을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작가님 글에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분이라서 부럽기도 했다. 매일 아침 최선을 다해 딸의 잠을 깨우고,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라면 빈 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질 만도 하다. 어머니의 독설에 여전히 상처 받으면서도 그런 어머니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애틋했다. 아픈 엄마를 데리고 수영장에 다니고, 몸집이 큰 엄마를 위해 발품을 팔아 수영복을 구하는 그런 딸. 적어도 나는 못 된다. 그런 어머니와 오순도순 재미있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재미난 글 많이 써주셨으면.


외모 때문에 심한 놀림을 당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과 메이크업에 전력을 다한 이야기, 그 덕분에 어딜 가나 패셔니스타 소리를 듣고 친구들에게 유료로 메이크업 강좌까지 해준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딱히 놀림을 받은 적도 없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없는 나에 비하면, 훨씬 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자세인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들이 나오는 TV 쇼를 보고 자신의 꾸밈에 대해 돌아본 과정을 풀어쓴 글도 좋았다. 


집의 크기에 비해 너무 거대하지만 앞에 앉기만 해도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 테이블을 구입해 정말 글을 술술 썼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집의 크기에 가구를 맞추는, 그래서 영원히 좋아하는 가구를 사지 못하는, 좋게 말해 실용적이고 나쁘게 말해 소심한 나의 소비 태도와는 전혀 달라서 부럽다. 이 밖에도 저자는 요리도 잘 하고 보이차도 잘 끓이고 여행도 잘 다니고 좋은 영향 주는 친구들도 많고 부러운 것 투성이다. 부러운 점 많은 작가를 알게 되어 내 마음도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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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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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여학생의 시체가 발견된다. 죽은 여학생의 이름은 서은. 경찰은 중학교 시절부터 서은과 단짝 친구였던 주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주연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서은을 자신이 죽였을 리 없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주변 학생들과 어른들, 언론과 여론, 심지어 부모조차 주연을 믿어주지 않는 데다가 주연 자신도 사건 당일의 기억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연이 범인인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던 차에 한 형사가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다.


사건 이후 집과 학교로 돌아간 주연은 어디서도 환대 받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주연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날카로운 말을 쏟는다. 그런 것들보다 주연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자꾸만 눈에 보이는 서은의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은의 환영을 보는 주연은 자꾸만 서은과 대화를 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주연의 부모조차 주연에게 필요한 게 뭔지도 모르고 언성을 높일 때, 의외의 인물들이 주연에게 필요한 걸 알아보고 담담히 채워준다.


베스트셀러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의 후속편 <죽이고 싶은 아이 2>는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나면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바로 그 후자에 해당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서은과 서은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만이 아니다. 친구를 잃은 주연도, 주연의 부모도,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 이웃 주민들도 크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건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당황, 짜증, 분노 등인데, 사람들은 이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에게 주로 쏟는다. 주연도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피해자라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연을 욕받이로 대한다.


그렇게 비난하고 비난받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행동을 한다. 주연에게 화를 내거나 욕하는 대신, 주연의 곁에 가만히 있어주거나 주연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준다. 그들은 주연이 전부터 알던 사람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마치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빵집 주인처럼 작지만 큰 선행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것 아닐까.


+ 이 책은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까지 읽어야 완성된다. 작가님에게 영감을 준 독자님께, 덕분에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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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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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어수선하다는 핑계로 연말연시 동안 독서를 게을리 했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하니 어색해서,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만화나 에세이를 주로 읽고 있다. 그렇게 읽은 책 중 하나가 마스다 미리의 산문집 <귀여움 견문록>이다. 이 책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인 마스다 미리가 일상에서 발견한 귀여움 30가지에 관한 추억 또는 생각이 작가 특유의 소박한 일러스트와 에세이로 표현되어 있다. 


저자가 발견한 귀여움 중에는 어린이, 눈사람, 주먹밥, 메론빵, 고양이 꼬리 등 귀여움의 대명사 같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노란 고무줄, 샤프심, 재첩, 보풀, 보온병 등 언뜻 봐서는 귀여움이 연상 되지 않지만 저자의 설명으로 수긍하게 되는 것들도 있다. 귀여움을 느낀 대상의 어원이나 역사 등도 함께 소개해 줘서 일본어, 일본 문화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눈사람은 언제부터 만들었는지, 붕어빵은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등 한국인 독자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한 내용도 많다.


'귀엽다(可愛い)'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고찰하는 마지막 글도 흥미롭다. 저자가 인용한 <어원사전-형용사편>에 따르면 '귀엽다'는 '아름다움, 아이스러움 등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이나 살아 있는 작은 것, 약한 것에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한다. 우리말 '귀엽다'의 뜻풀이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으니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라고 나온다. 예쁘고 고운 것뿐 아니라 작고 약한 것에도 애정을 느끼는 일본어 '귀엽다(可愛い)' 쪽이 훨씬 너그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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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 - 셜록 홈즈부터 히가시노 게이고까지, 추리소설의 정수를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6
무경 외 지음 / 센시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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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취미로 만드는 데 있어 추리소설만큼 좋은 시작점은 없다. 이건 일반론이 아니라 내 경험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지만 학교 생활과 입시 준비 때문에 책에서 멀어진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를 지나서 다시 독서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는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다. 때마침 학교 도서관 인기 대출 도서 목록이 눈에 들어와서 그 책들부터 섭렵하기 시작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시절 베스트셀러가 댄 브라운의 <장미의 이름>,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추리소설이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유명한 추리소설을 섭렵했고, 그렇게 몸에 밴 독서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는 책을 한 달에 10~20권씩 읽고 있다.


과거의 나처럼 추리소설 읽기를 시작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세계 추리소설 필독서 50>은 무경, 박상민, 박소해, 이지유, 조동신 등 한국의 추리소설 작가 5인이 직접 선정한 동서고금의 추리소설 걸작 50편을 소개하는 책이다. 작품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세월에 흘러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작품인지, 둘째는 추리소설 역사에서 의미 있는 작품인지, 셋째는 현재 우리나라 독자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작품인지를 보았다. 책 앞쪽에 추리소설 계보도 서양 편과 동양 편이 실려 있어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의 출간 순서와 작품 간의 관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점도 인상적이다. 책마다 같이 볼만한 작품을 참고도서 형태로 덧붙여 독서의 확장을 안내하는 점도 유익하다. 


이 책에 따르면 추리소설의 시초라고 일컬어지는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 가의 살인>이다. 1841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탐정이 주인공이 되어 미스터리를 해결한다'는 추리소설의 기본 틀을 처음 제시했다. 1892년에 출간된 <셜록홈즈의 모험>은 명탐정의 모델을 확립하고 고전 미스터리의 형식을 구축했다. '세계 3대 탐정'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셜록 홈즈, 에르퀼 푸아로까지는 쉽게 떠올리지만 남은 한 사람의 이름은 잘 떠올리지 못한다. 바로 그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는 1911년에 발표된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소설 <브라운 신부의 순진>의 주인공이다. 탐정이나 형사가 아닌 가톨릭 신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놀라운 반전 때문에 지금도 추리소설, 특히 단편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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