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기술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2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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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대정리를 하면서 곤도 마리에의 책들을 연이어 읽고, 내친 김에 일본의 미니멀리스트 유튜브 채널을 열심히 보고 있다. 요즘 보는 채널은 극단적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계신 분의 채널이다. 이 분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 씨처럼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집에서 많아 봤자 2~30개의 물건만 가지고 산다. 이 분이 롤모델로 삼는 미니멀리스트는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도 '버렸는데' 자신은 아직 그 경지에 못 다다랐다며 자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체 뭘 얼마나 더 버리시려고...


극단적 미니멀리스트의 정리법이 매운맛이라면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은 안 매운맛, 아니 달콤한 맛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곤도 마리에는 설레는 건 남기라고 하잖아...)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의 핵심은 첫 번째 책인 <정리의 힘>에 거의 다 담겨 있고, 두 번째 책 <정리의 기술>은 <정리의 힘>이 성공한 후에 나온 'A/S(애프터 서비스)'용 책이다. <정리의 힘>과 <정리의 기술>을 비교하면, <정리의 힘>이 매운 맛이고 <정리의 기술>이 안 매운맛이다. <정리의 힘>이 설레는 것만 빼고 다 버리라는 식으로 충격을 준다면, <정리의 기술>은 설레는 것을 구별하는 법, 설레는 것을 정리하는 법 등 디테일한 조언을 해준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저자가 정리 컨설턴트 일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리바운드 된 사례가 나온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정리법을 익히면 절대 리바운드 되지 않는다고 장담했던 걸 반성하고, 정리하는 사람의 정리에 대한 의지가 높을수록 정리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리바운드 가능성이 낮다)는 걸 재확인했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인형을 알레르기 때문에 버려야 했던 기억과 가족사진을 대대적으로 정리해 앨범으로 만들어 부모님께 선물한 일화도 인상적이었다. 정리의 목표는 사람들과 더불어 잘 살기 위함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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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힘 곤도 마리에 정리 시리즈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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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31일부터 새해를 맞이해 대대적으로 집을 정리하고 있다.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라는 원칙을 되새기며 매일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을 꺼내어 버릴 것과 간직할 것을 구분하고 있다. 그동안 정리를 안 하고 산 것도 아닌데 버릴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책이야 평소에 열심히 사들이니까 많은 게 당연한데, 옷이나 화장품은 일 년에 몇 개 살까 말까 한데도 모으니 한가득이다. 세일이니 특가니 원 플러스 원이니 하는 문구에 혹해 구입한 칫솔과 치약, 비누 등은 평생 써도 다 못 쓸 것 같다. 덕분에 한동안 쇼핑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니 안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일까.


이번에 정리를 하면서 곤도 마리에의 <정리의 힘>, <정리의 기술>을 다시 읽었다. 곤도 마리에는 2011년에 출간한 첫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 전역에 정리 열풍을 일으켰고, 그의 정리법을 소개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리 컨설턴트가 되었다.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은 2012년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고, 2020년 <정리의 힘>이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재출간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마음에 남는 대목이 매번 다르다. 이번에 마음에 남은 대목은 남에게 정리하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때에는 먼저 자기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나만 정리를 하는 경우 내 주변만 깔끔하고 다른 사람들의 공간은 지저분한 것이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저자도 그런 적이 있는데 그 때 잔소리 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자신의 공간을 다시 점검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더는 정리할 것이 없어 보였던 공간에서 정리할 거리를 찾았다. 요점은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시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이 마음에 남았던 걸 보면 요즘 내가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계엄 사태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세상,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 환멸을 넘어 우울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시간에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이 맞는다면, 바뀌지 않는 세상과 변하지 않는 사람들을 원망할 시간에 나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맞겠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작년보다 더 넓고 깊게 읽고, 더 부지런히 쓰고, 더 진지하게 경험하고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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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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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내에 처음 출간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에세이 <책으로 가는 문>을 2023년 출간된 개정판으로 다시 읽었다. <책으로 가는 문>은 2010년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개봉과 이와나미 소년문고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총 400권이 넘는 이와나미 소년문고 전권을 석 달 간 읽고 최종적으로 50권을 선정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고른 이와나미 소년문고 추천 도서 50권이 소개되어 있다. 소개된 책 중에는 <어린 왕자>, <삼총사>, <비밀의 화원>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이책도 있고, <추억의 마니>, <하이디>처럼 저자가 만든 애니메이션의 원작도 있고, 저자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긴 책도 있고 저자가 신뢰하는 지인이 추천한 책도 있다. 한국의 작가 김소운의 <파를 심은 사람>도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편의 글 중에서 특히 표제작 <파를 심은 사람>이 재미 있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2부 '소중한 책 한 권이면 된다'에는 어린이책과 저자의 오랜 인연이 나온다. 저자는 대학 시절 만화 연구회에 가입하고 싶었는데 만화 연구회가 없어서 아동문학연구회에 들어갔다. 당시 저자는 친구들이 읽는 칸트나 헤겔, 마르크스의 책도 읽어보고 도스토옙스키 등 세계 문학도 읽어 보았지만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은 아동문학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저자는 이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도 줄곧 아동문학에 관심을 두고 좋은 작품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이 책에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근작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의 서사에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요시노 겐자부로의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저자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을 읽고 요시노 겐자부로의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시대가 파국을 향해 가는 것을 예감하면서, 그래도 '소년들이여'라는 느낌으로 썼다고 생각합니다", 89쪽). <하늘을 나는 교실>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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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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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실례>에 이어서 읽은 양다솔 작가의 책이다. 작가의 첫 책인데 파괴력이 엄청나다. 제목만 보고 (재정적으로) 가난한 청년의 (마음은) 풍족한 일상 이야기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딥한 가족사가 나와서 읽는 동안 여러 번 울컥했다. 양다솔 작가님의 매력에 빠진 계기가 된 팟빵 매거진 <조용한 생활> '농담하는 입장'에서 작가님이 워낙 유쾌하게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셔서(특히 아버지가 출가해서 스님이 되신 부분) 나도 유쾌하게 받아들였는데, 이 책을 보니 작가님도 작가님 어머님도 아버지(남편)의 선택을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작가님 글에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분이라서 부럽기도 했다. 매일 아침 최선을 다해 딸의 잠을 깨우고,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라면 빈 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질 만도 하다. 어머니의 독설에 여전히 상처 받으면서도 그런 어머니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애틋했다. 아픈 엄마를 데리고 수영장에 다니고, 몸집이 큰 엄마를 위해 발품을 팔아 수영복을 구하는 그런 딸. 적어도 나는 못 된다. 그런 어머니와 오순도순 재미있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재미난 글 많이 써주셨으면.


외모 때문에 심한 놀림을 당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과 메이크업에 전력을 다한 이야기, 그 덕분에 어딜 가나 패셔니스타 소리를 듣고 친구들에게 유료로 메이크업 강좌까지 해준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딱히 놀림을 받은 적도 없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없는 나에 비하면, 훨씬 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자세인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들이 나오는 TV 쇼를 보고 자신의 꾸밈에 대해 돌아본 과정을 풀어쓴 글도 좋았다. 


집의 크기에 비해 너무 거대하지만 앞에 앉기만 해도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 테이블을 구입해 정말 글을 술술 썼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집의 크기에 가구를 맞추는, 그래서 영원히 좋아하는 가구를 사지 못하는, 좋게 말해 실용적이고 나쁘게 말해 소심한 나의 소비 태도와는 전혀 달라서 부럽다. 이 밖에도 저자는 요리도 잘 하고 보이차도 잘 끓이고 여행도 잘 다니고 좋은 영향 주는 친구들도 많고 부러운 것 투성이다. 부러운 점 많은 작가를 알게 되어 내 마음도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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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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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등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여학생의 시체가 발견된다. 죽은 여학생의 이름은 서은. 경찰은 중학교 시절부터 서은과 단짝 친구였던 주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주연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서은을 자신이 죽였을 리 없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주변 학생들과 어른들, 언론과 여론, 심지어 부모조차 주연을 믿어주지 않는 데다가 주연 자신도 사건 당일의 기억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연이 범인인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던 차에 한 형사가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다.


사건 이후 집과 학교로 돌아간 주연은 어디서도 환대 받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주연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날카로운 말을 쏟는다. 그런 것들보다 주연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자꾸만 눈에 보이는 서은의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은의 환영을 보는 주연은 자꾸만 서은과 대화를 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주연의 부모조차 주연에게 필요한 게 뭔지도 모르고 언성을 높일 때, 의외의 인물들이 주연에게 필요한 걸 알아보고 담담히 채워준다.


베스트셀러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의 후속편 <죽이고 싶은 아이 2>는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나면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바로 그 후자에 해당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서은과 서은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만이 아니다. 친구를 잃은 주연도, 주연의 부모도,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 이웃 주민들도 크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건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당황, 짜증, 분노 등인데, 사람들은 이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에게 주로 쏟는다. 주연도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피해자라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연을 욕받이로 대한다.


그렇게 비난하고 비난받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행동을 한다. 주연에게 화를 내거나 욕하는 대신, 주연의 곁에 가만히 있어주거나 주연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준다. 그들은 주연이 전부터 알던 사람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마치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빵집 주인처럼 작지만 큰 선행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것 아닐까.


+ 이 책은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까지 읽어야 완성된다. 작가님에게 영감을 준 독자님께, 덕분에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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