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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ㅣ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평점 :

한 고등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여학생의 시체가 발견된다. 죽은 여학생의 이름은 서은. 경찰은 중학교 시절부터 서은과 단짝 친구였던 주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주연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서은을 자신이 죽였을 리 없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다. 주변 학생들과 어른들, 언론과 여론, 심지어 부모조차 주연을 믿어주지 않는 데다가 주연 자신도 사건 당일의 기억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연이 범인인 것으로 사건이 정리되던 차에 한 형사가 새로운 단서를 발견한다.
사건 이후 집과 학교로 돌아간 주연은 어디서도 환대 받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주연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날카로운 말을 쏟는다. 그런 것들보다 주연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자꾸만 눈에 보이는 서은의 모습이다. 언제부터인가 서은의 환영을 보는 주연은 자꾸만 서은과 대화를 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주연의 부모조차 주연에게 필요한 게 뭔지도 모르고 언성을 높일 때, 의외의 인물들이 주연에게 필요한 걸 알아보고 담담히 채워준다.
베스트셀러 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의 후속편 <죽이고 싶은 아이 2>는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나면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죽이고 싶은 아이 2>가 바로 그 후자에 해당한다.
이 소설에서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서은과 서은의 유일한 가족인 엄마만이 아니다. 친구를 잃은 주연도, 주연의 부모도, 사건이 발생한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 이웃 주민들도 크기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건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당황, 짜증, 분노 등인데, 사람들은 이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주연에게 주로 쏟는다. 주연도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피해자라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연을 욕받이로 대한다.
그렇게 비난하고 비난받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몇몇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행동을 한다. 주연에게 화를 내거나 욕하는 대신, 주연의 곁에 가만히 있어주거나 주연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준다. 그들은 주연이 전부터 알던 사람이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들은 마치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에 나오는 빵집 주인처럼 작지만 큰 선행을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것 아닐까.
+ 이 책은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까지 읽어야 완성된다. 작가님에게 영감을 준 독자님께, 덕분에 좋은 소설을 읽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