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학교를 가기 전 지갑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한 뭉치 꺼낸다. 천원짜리로 바꾸어 달라는 것이다.
어머나! 너 용돈 안 썼니?
그렇다. 하루에 500원씩 주는 용돈을 이번 주에는 한 푼도 안 썼던 것이다.
왜 안 썼냐고 물어 보니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이 사천원씩이나 한다는 것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엄마한테 이야기 해 봤자 생일날 기다려라! 크리스마스날 기다려라! 하면서 도리어 한 턱 써라는 말을 달고 사는 지라 미리 포기를 했는 가 보다. 그래서 하루 용돈을 꼬박 모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젠 천원만 있으면 된다고 방긋 웃는다.
소현이는 돈을 좋아 한다. 그것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일요일 아침엔 엄마의 거칠어진 얼굴과 손에 싸구려 콜드 크림으로 맛사지 한 값으로 용돈을 받는다. 그리고 청소기를 이 방 저 방 돌리면서 용돈을 받는다. 그것도 매일 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줄 때만 두 손으로 감사합니다 하면서 입이 양 옆으로 쫚 찢어지면서 받는다. 그 옆의 민수가 왜 자기는 안 주냐고 토를 달지만 엄마의 말은 한 가지다. "그럼 너는 마루 닦아야지!"
그런데 늘 주는 것은 아니다. 어떨때는 신나게 해서도 용돈을 안 줄때도 있다. 그러면 또 그만이다. 왜냐하면 이 집은 나 혼자만 쓰는 공간이 아니므로 너도 쓰는 이 집을 굳이 엄마가 돈을 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참으로 지멋대로인 엄마이다.
소현이는 돈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안다. 저금통에 넣어 눈금 만큼 채워서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을 살 줄 아는 나이가 되었고 지갑을 가지고 다닐 만큼 나이가 되었고 은행으로 뛰어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자신의 통장에 단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지 아주 만족한 얼굴을 짓는 나이가 되었다.
이번 주 내내 학교에서 아이들이 문방구 앞에 우루루 서서 이 것 저 것 불량식품도 사고 귀걸이도 사고 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사고 싶었지만 원하는 물건을 위해서 꾹 참고 온 소현이에게 오늘 아침은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일은 일요일이다. 소현이의 목표에서 천원을 채워주기 위해서 내일 내 얼굴에 맛사지를 해 주면 천원을 줄 것이다. 굳이 맛사지를 안 해 주더라도 찾아서라도 천원을 채워줄 생각이다. 일요일은 용돈이 없는 날이니까 천원을 채울려면 화요일인데.......일요일 아침 짠 하고 기분 좋은 용돈을 줘야겠다.
도대체 무엇을 살려고 하는 지 많이 궁금하다.
이번 시험에서 수학을 100점을 맞으면 생머리를 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두 개 틀리면 통닭 한 마리. 사실 한 개 틀리면 통닭 한 마리다고 할려고 하다가 내가 오래간만에 먹고 싶어서 두 개로 낮췄다. 히히히히.돈으로 아이를 이러쿵 저러쿵 한다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 번엔 그런 제안을 했다. 수학을 덤벙거려서 틀리니 이번엔 신중히 해라는 뜻에서 제안을 했다. 늘 생머리 생머리 노래를 부르지만 해 돌라고 하는 것을 다 해 주는 부모는 되기 싫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에는 힘이 들고 인내를 해야 한다는 것 쯤은 이제는 알 것이다.
먼저 앞서가는 부모. 아이들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어도 먹고 싶은 것이 없고, 뭘 가지고 싶냐고 물어도 다 갖추어져서 가질 것이 없는 아이로 키우기는 싫다. 내 자신이 돈이 없어서 원하는 것을 못 해 줄 때에는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겠지만 통닭 한 마리쯤은 거뜬하게 사 줄 수 있는 상태에서 그 통닭도 "엄마 통닭"하면 뚝딱 만들어 대령하는 말만 하면 다 나오는 돈 도깨비 엄마는 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