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위에 이제 갓 아기를 낳아서 알콩 달콩 키우는 동생들이 많다. 그들에게 꼭 이야기 하는 것중 하나가 "가계부를 써라" 이다. 굳이 주부가 아니더라도 가계부는 필수다. 한 달에 내가 외식비로 얼마가 들어 갔으며 의복비로 얼마로 나갔으며 공과금은 얼마나 내며.............등등. 써야 안다. 머리속으로 기억을 하기에는 한계다. 인터넷에는 무료 가계부 사이트가 많다. 난 지금 9K를 쓰고 있는데 공짜로 쓰기가 미안할 정도로 잘 되어 있다. 컴터를 가까이 하는 집에서는 바탕화면에 깔아 놓고 수시로 내가 쓴 돈을 기록하면 한 달 두 달이 지나면 다음 달 생활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도 저절로 알 것이다. 또한 컴터로 기록한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글을 써야 한다. 작년. 제 작년. 간단 간단한 메모와 함께 기록을 해 두면 요긴할 것이다. (작년 시사에 내가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서 보니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 머릿 속으로 나간 돈은 아주 작다. 그러나 직접 기록하여 그날 그날 현금은 얼마나 지출했으며. 카드는 얼마. 통장에서는 얼마나 빠져 나갔는지 확인하다보면 내가 쓰는 자질 구레한 돈이 장난이 아니구나 생각이 들 것이다. 꼭 써야 할 곳에는 아무리 많이 쓰도 괜찮지만 필요 없이 나간 돈은 정말 아깝다. 그 아까운 돈은 기록을 하지 않으면 내 머리속에 남아 있지 않는다. 내일 당장 죽더라도 쓸데는 써야 하지만 당장 내 입에 단것을 위해서 필요 없는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인간이 너무 요렇게 살아도 삭막하니 한 번쯤은 미친듯이 쓸 데도 있어야 하지.^^^^) 내가 안 쓰도 될 것에 빨간 줄을 쳐 보자. 엄청 나게 많다. 그 잔잔한 것이 합쳐져서 이렇게나 불어 나다니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을 알려고 하면 가계부를 쓰면 알게 된다. 그래서 동생들에게 꼭 가계부를 쓰라고 한다.
2. 또 동생들에게 보험을 들어라고 한다. 다른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단은 어린 아이가 있는 집에는 꼭 보험을 들어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병치레를 가장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에 저렴한 보험료를 한끼의 외식비를 줄여서라도 들여 보자. 만약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한 달을 입원하든 아니면 CT촬영이나 그 밖에 검사를 하던 돈 걱정은 안 할 것이다. 난 작년 소현이와 민수를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을 시켰다. 맘 편하게 입원 시킨 이유가 보험 때문이다. 아이 둘을 입원 시키면 병원비를 공제하고도 남을 만큼의 돈이 통장으로 들어 온다. 혹시나 응급실이나 감기로 가끔 가는 병원의 영수증을 모아 두어도 2년 안에 청구하면 5천원을 공제한 나머지는 다 돌려 받을 수 있다. 내 좁은 상식으로는 보험을 들더라도 길게 잡아야 한다. 젊고 벌이고 있을 때 빨리 넣자고 생각하여 5년안에 10만원씩하여 넣아 놓아 두느니 20년 만기에 2만원씩 넣는것이 훨씬 이득이다. 지금 내가 한마디로 힘들게 10만원씩 넣느니 살랑 살랑 넣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별로 힘들이지 않고 몇 년이 지나서도 들어 간 액수가 별로 안 크니 묶여 있는 돈을 다른 곳에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지 않을 것이다. 돈의 값어치는 해를 거듭할 수록 변한다. 새 차를 사서 일 년을 타고 다니면서 똥차가 되는 값어치 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3. 지금 빚이 있는 동생들에게 걱정 하지 말라고 한다. 당장 있는 빚을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하는 동생을 보고 이 말을 했다. "이자는 낼 형편이 되니?" 이자는 내고 있는데 원금을 빨리 갚을려고 하여 넣다보니 아이들 옷 하나 사주기도 깜깜한 절벽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금과 이자를 넣는 것이 고통이라고 했다. 우스개 소리로 무덤에 들어 가기전까지 갚아주면 될 것이 아니냐고 했다. 이자도 못 내고 남한테 피해를 줄 것 같으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갚을려고 노력하면서 맛난 고기 하나 못 사먹고 아이들 꼬질이로 해 주고 매일 서방한테 돈돈 하고 사느니 원금을 줄이고 계획을 세워서 남들이 한 달에 3번 가는 외식 한 번 가고 남들이 메이커 입히는 대신 싸고 깨끗한 옷 몇 벌 사서 입히라고 했다. 남이 세 번을 사면 한 번 라면이라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추집지 않다고 말해 주었다. 그 돈이라는 놈 때문에 인생 자체가 그렇게 되면 그것은 살아 있는 인생이 아니라고 했다. 적어도 이 동생한테는 말이다. 건물이 감가상각이 되듯이 지금이 빚이 3천만원이면 10년 뒤에는 그 빚도 감가상각이 된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대신 계획을 세워서 살아야지 남의 돈도 내 돈이다고 생각하며 자꾸 내어 쓰다가는 강물에 뛰어 들어가는 꼴 난다고 말했다. 빚은 안 내고 살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나는 사고를 안 낼려고 가만히 서 있는데 미친놈이 뛰어 들어 꽥 죽을 수도 있고 나는 열심히 살자고 10원 짜리 하나 아껴쓰는데 발가락에 때 만큼도 도움 안되는 인간들이 속을 쩍쩍 벌일때도 있다. 나는 내 몸 관리를 하면서 건강해야지 건강 건강 외치지만 집에 누구 한 사람이 들어 누울 수도 있다. 부자인 부모도 없고 그렇다고 모아 둔 재산도 없고 하루 하루 살기 바쁜 사람에게는 빚을 자연 질 수 밖에 없다.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된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나도 빚은 안 져야 잘 사는 길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안 질 수가 없는 입장이 있더란 말이지. 예전의 일이지만 내 조카가 백혈병이 걸렸을 때 겨우 전세집 마련해서 살아 보려는 동생네에게 빚을 내서 돈 3천만원을 보탠 적이 있다. 내가 잘 살면 그 돈이 눈에 안 이글거릴텐데 내가 정말 힘들 때에는 그 돈이 정말 눈에 이글거렸다. 그러나 꾹 참았다. 개미 똥구멍에 남은 물방울 한 방울을 빼 먹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돈은 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돈을 잊어 버린 적 오래이다. 그 마음으로 그 눈물로 3천만원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이런 말을 적는 것은 빚은 이렇게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후로가 문제이다. 자의든 타이든 빚을 지고 나면 사람이 좀 나태해 질 수가 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갚으면 되지 배째라." 가 되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사람다운 생활을 하는 범위에서 줄여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 한 번 쯤은 미친척하고 랍스타를 뜯는 한이 있더라도 그 다음 달에는 참아 내어야 한다. 옆에 아지매가 아무리 좋은 모피를 걸치고 다니고 김치냉장고를 들인다고 해도 참아야 된다. 그렇다고 해서 늘 참으라는 법은 아니다. 한 번쯤 미친척은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미친 척이 자주 있으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내 턱에도 못 미칠 고가품을 원한다고 덜렁 사 버리면 더욱 더 미치게 된다. 100만원 짜리 백이 갖고 싶으면 한 10만원 주고 미치자는 것이다. 내 주위에는 이젠 빚을 낼려고 해도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 침대. 피아노. 비데. 연수기. 지펠 냉장고등 입에 단 것은 자꾸 사 들련다. 난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적어도 1년이 넘으면 파산 날 것이라고 예상 했었다. 지금은 파산이 났다. 천만원 짜리 하나 구할 방 하나 없다. 지금에서 땅을 치고 후회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난 아직 안 늦었다고 했다. 다시 시작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좋은 아파트 대신에 허름한 집 달세 20만원을 주고서라고 다시 시작하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아직 젊기 때문이다. 내 나이 정도이면 아직 한 참은 젊지 않는가? 그 사람은 지금 열심히 일한다. 그가 나이가 들어 이런 일들 당했더라면 그때는 후회해도 늦은 것이다. 우리네 인간은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김치 한 조각 나눠 먹고 싶지만 흥청망청 분수에 안 맞게 사는 사람에게는 콩 한 조각 나눠 먹기 싫어 할 것이다. 모든 게 적당한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돈 걱정을 하는 동생에게 난 말했다.. 적당한 선말이다. 너무 돈 돈 하면서도 살지 말고 적당히 적당히................그 적당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너무 벌겋게 달군 쇠는 끊어지기도 쉽듯이 너무 이것 하고 단정 짓는 사람은 마음에 병이 생겨도 생기게 마련이다. 빚도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