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와 왕국 알베르 카뮈 전집 8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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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소설의 제목을 단 작품을 찾으면 없다. 이 제목은 이 소설집의 전체적인 주제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니까 각각 다른 제목을 달고 독립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을 하나의 주제로 꿰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제목이다. 그러니 제목에 해당하는 소설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 것.

 

또다시 카뮈다. 무언가 몽롱한 환상상태로 나를 빠뜨린다. 무어라 딱 정리할 수 없는, 그러나 자꾸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소설들. 이야기들. 카뮈의 이번 소설을 읽으며 자꾸만 카프카의 소설들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도대체 이 몽환적인 분위기는 뭐지. 하나로 정리할 수 없는 이런 분위기로 소설이 전개되고 있는데, 카프카 소설에서 느끼는 그런, 어두움 속에서 헤매게 하는 그런 분위기를 또 느끼고 있으니...

 

그래도 이 작품집에는 내용이 명확한 것도 있다. 그냥 어둠 속에서 꿈속을 헤매듯 두손을 허우적 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되는 소설, 그러나 읽고 난 뒤 뭔가 생각하려면 또다시 헤매야 하는 그런 소설들.

 

제목에서 이 점을 너무도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적지와 왕국" 번역자가 지금으로부터는 조금 먼 과거에 활약했던 분이라서 제목이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적지'는 적의 영토가 아니라 유배지, 추방지 정도라고 하면 될 듯하다.

 

즉, 자신이 살고는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장소는 아닌 곳, 그곳이 바로 '적지'다. 그렇다면 '왕국'은? 바로 '적지'의 상대어다. 자신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살고 싶은 곳, 이상향, 유토피아 정도가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왕국'이다.

 

그렇다면 제목인 '적지와 왕국'은 비루한 현실에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이상 세계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뜻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이런 뜻이 잘 나와 있다. 서문을 직접 보자.

 

  이 단편집은 다음과 같은 6편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간부>, <배교자>, <말없는 사람들>, <손님>, <요나>, <자라나는 돌>이 그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주제, 즉 '적지'의 문제가 내적독백에서부터 사실주의적인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여섯 가지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사실 이 여섯 개의 이야기들은 비록 나중에 따로따로 다시 손질하고 다듬긴 했지만 원래는 단숨에 연이어 쓴 것들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또한 문제시되고 있는 '왕국'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들이 마침내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되찾아야 할 자유롭고 벌거벗은 삶 같은 것과 일치한다. '적지'는 그것 나름대로 우리들에게 그런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가르쳐준다. 물론 우리가 그 '적지'에서 예속과 동시에 소유를 거부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서문에서. 9-10쪽)    

 

'적지'에 대해서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소설로는 아마도 첫번째 소설인 <간부>가 될 것 같고, 간부라고 해서 불륜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자신의 평범한 결혼생활이 '왕국'이 아니고 '적지'임을 생각하게 하는, 사막 한 복판에서 깨닫게 되는 그런 내용... 물론 명확이 내용이 잡히지는 않지만.

 

여기에 비하면 적지와 왕국이 함께 나오지만 결국 적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을 표현한 소설이 <손님>이 아닐까 싶은데...

 

인종차별을 거부하는 모습에서, 또 권력에 종속되어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모습에서 '적지'에서 '왕국'을 추구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지만, 그가 놓아준 사람이 결국 사람들이 정한 길로 가는 것을 보고서는 '적지'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닫게 하는 그런 소설. 마찬가지로 <요나>도 그렇다. 세속적인 성공? 이것이 바로 '적지' 아닐까 하게 하는, 카뮈 소설치고는 참 쉽게 읽히는 그런 소설.

 

이 중에서 내 마음에 가장 아프게 들어온 소설은 <말없는 사람들>이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생각 차이, 입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그들에게 과연 소통이 있는지... 왜 노동자들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우리의 지금 현실과 비교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은, 그런 노동자들의 현실. 그러나 여기서 노동자들은 말없이 자본가에게 대항이라도 했지, 지금은 그도 불가능한 상태 아닌가 하는, 그런.

 

이런저런 이유로 여섯 편의 단편이 '지금-여기'의 삶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리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카뮈의 말처럼 그냥 현실에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무언가 "찍"소리라도 내야 한다.

 

밟았는데 꿈틀거리지도 않는 지렁이는 너무 세게 밟혀 이미 죽었거나 아니면 그 고통을 당연스레 받아들이는 자기 의지가 없는 지렁이일 뿐이다. 꿈틀거려야 한다. 그래야 '적지'에서 '왕국'을 꿈꿀 수가 있고, '왕국'을 '적지'로 가져올 수가 있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한 소설들이다. 카뮈, 읽을수록 잘 모르겠지만, 읽을수록 왠지 매력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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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08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책 저도 처음이네요! 저장해둬야겠어요~^^

kinye91 2016-09-08 08:27   좋아요 1 | URL
저도 요즘 책세상에서 나온 김화영 번역의 카뮈 전집을 읽고 있어서 읽게 됐어요. 카뮈 작품으로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인데, 저는 좋게 읽었어요.

[그장소] 2016-09-08 09:08   좋아요 0 | URL
책세상 에서 나온 카뮈는 대부분 다 본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병원은 고문이다 1

             - 들어가며


인간이라는 말엔 사이가 있다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면 공동체

사이에 가두어 놓으면 수용소가 된다.

오래 전부터 사이도 공동체였는데

근대 산업화 이후 개인주의 시대

사이는 수용소가 되었다.

군인, 학생, 환자

근대들어 군대, 학교, 병원에 갇혀

고문을 당하게 된 존재들

군대는 격리를 통해 공동체에 편입하는

개성을 빼앗긴 사회 부속품을 조달하고

학교는 교육을 통해 공동체에 군림하는

사람들을 낮춰보는 특권층을 만들어내고

병원은 수용을 통해 공동체에서 격리하는

따로 관리하고 치료해야 할 존재로 격하하니,

공동체가 수용소가 되어 버렸다.


인간이라는 말엔 사이가 있다.

그 사이에 우리는 수용소를 두고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다.

사람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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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 도시의 시인들 - 삶의 진부함에 맞서는 15개의 다른 시선, 다른 태도
김도언 지음, 이흥렬 사진 / 로고폴리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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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15명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어떤 시인들이 나오는지 먼저 보자.

 

김정환, 황인숙, 이문재,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  연, 류  근, 권혁웅, 김이듬, 문태준, 안현미, 김경주, 서효인, 황인찬

 

대놓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시인들을 만났다고. 그리고 소설가이자 시인이고 출판업에 종사하는 저자가 자기가 그 시인의 작품을 어떻게 만났는지, 또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고백하고 있다.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에 대해서 많이 알고 갈수록 얻어낼 것이 많을수도 있지만, 자기의 인식틀에 갇혀 새로운 무엇을 얻어내지도 못하는 일도 있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점을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궁금증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시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시인들이 참 다른 사람들인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우리와 같은 세속 도시에 살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이 책에 나온 시인들,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시인도 있지만 처음 이름을 들어본 시인도 있는데, 그들의 시집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딱히 어떤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말을 하기는 힘들지만 첫 시작을 한 김정환 시인에게서는 집안의 자유로움을, 즉 자식이 무엇을 하든 부모의 생각과는 다르더라도 허용해주는 그런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함을 기억했고,

 

황인숙 시인에게서는 언어적 감각이 매우 뛰어난 시인이라고, 달랑 두 권의 시집밖에는 읽지 못했지만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그가 길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날마다 가져다 주고 있다는 삶에서도 생명에 대한 결이 참으로 부드러운,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구절이 기억이 나고, 

 

이문재 시인은 최근에 내가 좋아해 그의 시를 많이 읽는 시인이었는데, 시대가 점점 더 엉망으로 흐트러져 가는 것에 대한 분노가 인터뷰 내내 묻어나와서 그에 동감하고 있기도 했고,

 

김요일, 성윤석, 이수명, 허연, 류근, 김이듬, 김경주, 황인찬 시인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들 역시 나름대로 자신의 시세계를 개척하고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한 번은 이들의 시도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권혁웅 시인의 작품에서 '독수리 오형제'를 계속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었는데, 그가 젊은 시인들에게 '미래파'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 평단의 문학권력들로부터 새로운 감수성을 인정하자는 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것은 그가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마음을 열고 시를, 세상을 본다는 얘기라고 생각해 그의 시를 더 좋아하게 됐고, 

 

문태준, 안현미, 서효인 시인의 작품들은 최근에 한 번 정도 읽어봤는데, 괜찮은 시도 있었고, 이해하기 힘든 시도 있었는데. 특히 문태준 시인의 작품은 우리의 토속적 정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기서 그것을 확인하는 기쁨 뭐 이런 것들...

 

단지 시인이 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면 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재미없는 책일 수밖에 없겠지만, 이 책에서는 작가의 이력도 나와 있고, 또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고 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세상, 일명 세속 도시...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시인은 무슨 사회와는 초현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무슨 탈속적 존재로 생각하는데, 그것이 전혀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시인도 사람이라는 것, 우리와 같이 세속 도시에 살고 있다는 점,,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 어려움들을 함께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 다만 그들은 그것을 자신의 시로 표현해내고 있다는 것, 그것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많은 시인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후속 편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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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의 기획기사는 "청소의 대발견"이다.

 

교육에 관한 잡지라면 청소에 대해서는 한 번 다뤄볼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청소 문제가 나왔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청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뭐, 생각할 것도 없다. 학생들이 한다. 학교 대부분의 공간을. 그래도 지금은 나아져서 화장실은 용역을 고용하여 청소를 하게 하지만, 각종 특별실부터 교사들이 사용하는 공간까지 학생들이 청소를 한다.

 

그렇다면 청소가 잘 될까? 그럴 리가 없다. 학생들 자신들이 주로 생활하는 교실 청소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청소를 하라고 하면 빗자루를 들고 비질을 하는 시늉만 하거나, 또는 빗자루로 칼싸움을 하거나, 대걸레로 교실을 한 번 밀라고 하면 물을 묻혀와서 - 묻혀와서다, 빨아서가 아니라 - 대충 쓱 훑고 마는 게 끝이다.

 

자기들이 주로 지내는, 주로 자신들이 어지럽힌 공간을 청소하는 것도 이런데, 다른 곳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청소 못하는 이유를 사람들은 문명의 발달에서 찾기도 하는데, 기계들이 속속 나와 제대로 청소를 해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집에서 청소를 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이번 호에도 나와 있지만 집에서 청소를 하는 문제로 가정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으니, 대부분 아이들 있는 집에서 아이들 방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는 부모들이 많을텐데...

 

그렇다고 청소를 대신해줄 수만은 없는 일. 최소한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워야 한다는 원칙은 확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을 때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재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래서 청소는 중요하다. 정말로 자신이 조금만 귀찮아지면 청소가 그리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의 기본은 있는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아니라,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것만 청소한다면 청소가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교육으로써 청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떻게 하느냐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내가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내가 치워야 한다는 원칙만은 지켰으면 좋겠다. 이 원칙을 지키는 상태에서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교육이 되어야 할테고.

 

이런 청소가 생활습관이 되면, 사회의 여러 면으로 이것들이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사실 우리 사회에 청소가 필요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니.

 

이번 호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전자조작식품 문제도 역시 우리 식탁에서 청소가 필요한 문제고 (류외향, 자연주의 밥상 한 끼가 지구를 살린다), 청년수당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 그것을 좀더 확대한 기본소득 논의도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어떻게 청소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나아가지 않을까 한다.

 

사실, 청소는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청소 말고도 내 건강을 위해서 내 몸 청소를 해야 하는 문제부터 크게는 사회 청소, 지구 청소, 우주 청소까지 나갈 수 있으니, "청소"를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도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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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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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 사실 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에서 죽어라 멀어져 가는 것이 과학 아니던가.

 

그냥 시험을 위해서만 어쩔 수 없이 이해도 없이, 탐구도 없이, 흥미도 없이 외워야만 했던 과목 중 하나. 물론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지만.

 

어떤 통계에서 이런 결과가 있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서울대 이과계열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 학과는 물리학과였는데, 요즘은 의대라고 한다. 그만큼 순수과학은 우리나라의 영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에게서도 관심 밖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에 중점을 두고 과학의 역사를 살피는 책이다. 그것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가 자신의 관점을 포기하지 않고, 현재 발전된 지금의 자리에서 과거의 과학을 평가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다. 신랄한 비판도 나오고, 아직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

 

주로 뉴턴까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뉴턴 이후의 양자역학과 같은 현대 물리학, 현대 과학분야는 마지막 장에서 아주 소략하게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은 계속 연구되어야 하고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뉴턴까지의 과학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으니 접근하기가 쉬울 듯하고.

 

세 학문을 중점으로 책의 내용을 전개해 가고 있다. 천문학과 물리학, 그리고 이 둘을 관통하는 수학. 우리는 이 지구상에 살고 있고, 지구는 우주의 일부다. 그러니 옛날 사람들도 천체에 대해, 지구에 대해 관심이 많았을 것이고 이를 설명하는 과학이 천문학이고 물리학인데, 이들의 기초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수학이나 과학이 과거보다 더 발전했으므로 과거의 과학에 대해 정리를 좀더 잘할 수 있겠지만, 당시 사람들도 자신들의 한계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했음을 이 책의 곳곳에서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갈릴레이, 뉴턴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중간중간에 많은 과학자들이 나오는데... 과거에는 우리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중세에는 천문학에 관한 여러 학자들,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는 티코 브라헤, 케플러, 하위겐스, 등이 나온다.

 

더 많은 과학자들이 나오나 언급하면 머리만 복잡해지고, 지상과 천상으로 나뉘어 있던 천문학이 뉴턴에 의해 통합이 된다는 관점으로, 즉 과거의 과학은 뉴턴을 정점으로 통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그 중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종교다. 신의 권위다. 신의 권위로 과학의 발전을 억눌러 왔음이 이 책의 중세 부분에 너무도 절절하게 나와 있다.

 

그것은 그리스에서 꽃피웠던 과학이 서양에서 계속 발전하지 못하고 아랍세계로 넘어가게 된 이유가 바로 종교, 아랍 세계에서 꽃피워 서양에까지 전파되었던 과학의 발전이 정체하게 된 이유도 역시 종교.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발견을 출간하지 않거나 또는 사후에 출간하는 경우, 또 출간했다가 재판을 받고, 그의 저작들이 금서가 되는 경우 역시 종교.

 

그러나 과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것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보는 관찰과 실험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원칙이 제안되고, 이 원칙에서 유도된 것은 새로운 관찰과 실험으로 검증된다. 실용적인 가치가 있는 지식을 찾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을 교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실용적인지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273쪽.

 

과학자들, 그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고 단순하게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복잡해 보이는 여러 현상들을 관통하고 있는 어떤 원리, 단순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이렇게 먼 길을 온 과학자들, 그러나 그들의 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암흑물질에 대해서도, 우주의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서도, 빛보다 빠른 물질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 잘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길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보는 세상, 우리가 알고자 하는 세상을 알기 위해서, 그 세상을 좀더 쉽고 명료하고 아름답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먼 길을 왔고, 그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것은 거대한 이야기다. 천상과 지상의 물리학이 뉴턴에 의해 어떻게 통합되었는지, 통합된 전기와 자기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빛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전자기의 양자이론이 어떻게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을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는지, 화학과 생물학이 자연에 대한 불완전한 관점이긴 하지만 어떻게 물리학에 기반을 두고 통합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단순화되어 왔고 단순화되고 있는, 우리가 발견한 넓은 범위의 과학 원리인 더 기본적인 물리 이론을 향한 것이다. 351-352쪽.

 

이 구절을 읽으며 과학자들, 멋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적어도 이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우리나라 기초과학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혹, 기초과학에 관심이 있어도 생계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지는 않는가? 그런 사람이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뉴턴은 어느 순간 나온 것이 아니니까.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고. 그동안의 과학적 업적들이 쌓이고 쌓여 그것을 정리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나온 사람들 아닌가.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들이 누적되어 세계적인 과학자, 우리에게 세상을 과학적으로 쉽고 단순하고 아름답게 설명할 과학자가 나올 수 있게 된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과학의 세계에서 참 많이도 멀어져서 몇몇 과학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읽은 책.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는 전혀 할 수 없음. 그러나 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 있을 책. 특히 뒤에 부록으로 실어놓은 과학 원리들은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이 연구실에만 처박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 그리고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과학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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