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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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 사실 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에서 죽어라 멀어져 가는 것이 과학 아니던가.

 

그냥 시험을 위해서만 어쩔 수 없이 이해도 없이, 탐구도 없이, 흥미도 없이 외워야만 했던 과목 중 하나. 물론 과학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지만.

 

어떤 통계에서 이런 결과가 있다고 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서울대 이과계열에서 가장 커트라인이 높은 학과는 물리학과였는데, 요즘은 의대라고 한다. 그만큼 순수과학은 우리나라의 영재라고 불리는 학생들에게서도 관심 밖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에 중점을 두고 과학의 역사를 살피는 책이다. 그것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론물리학자가 자신의 관점을 포기하지 않고, 현재 발전된 지금의 자리에서 과거의 과학을 평가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저자의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다. 신랄한 비판도 나오고, 아직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을 하고 있다.

 

주로 뉴턴까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뉴턴 이후의 양자역학과 같은 현대 물리학, 현대 과학분야는 마지막 장에서 아주 소략하게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부분은 계속 연구되어야 하고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뉴턴까지의 과학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으니 접근하기가 쉬울 듯하고.

 

세 학문을 중점으로 책의 내용을 전개해 가고 있다. 천문학과 물리학, 그리고 이 둘을 관통하는 수학. 우리는 이 지구상에 살고 있고, 지구는 우주의 일부다. 그러니 옛날 사람들도 천체에 대해, 지구에 대해 관심이 많았을 것이고 이를 설명하는 과학이 천문학이고 물리학인데, 이들의 기초가 바로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수학이나 과학이 과거보다 더 발전했으므로 과거의 과학에 대해 정리를 좀더 잘할 수 있겠지만, 당시 사람들도 자신들의 한계 속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했음을 이 책의 곳곳에서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갈릴레이, 뉴턴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중간중간에 많은 과학자들이 나오는데... 과거에는 우리가 고대 그리스 철학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중세에는 천문학에 관한 여러 학자들, 그리고 근대에 들어서는 티코 브라헤, 케플러, 하위겐스, 등이 나온다.

 

더 많은 과학자들이 나오나 언급하면 머리만 복잡해지고, 지상과 천상으로 나뉘어 있던 천문학이 뉴턴에 의해 통합이 된다는 관점으로, 즉 과거의 과학은 뉴턴을 정점으로 통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그 중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종교다. 신의 권위다. 신의 권위로 과학의 발전을 억눌러 왔음이 이 책의 중세 부분에 너무도 절절하게 나와 있다.

 

그것은 그리스에서 꽃피웠던 과학이 서양에서 계속 발전하지 못하고 아랍세계로 넘어가게 된 이유가 바로 종교, 아랍 세계에서 꽃피워 서양에까지 전파되었던 과학의 발전이 정체하게 된 이유도 역시 종교.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발견을 출간하지 않거나 또는 사후에 출간하는 경우, 또 출간했다가 재판을 받고, 그의 저작들이 금서가 되는 경우 역시 종교.

 

그러나 과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것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보는 관찰과 실험의 결합으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일반적인 원칙이 제안되고, 이 원칙에서 유도된 것은 새로운 관찰과 실험으로 검증된다. 실용적인 가치가 있는 지식을 찾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을 교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실용적인지와는 관계없이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진다. 273쪽.

 

과학자들, 그들은 종교와 상관없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고 단순하게 설명하고자 했던 것이다. 복잡해 보이는 여러 현상들을 관통하고 있는 어떤 원리, 단순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했을 때 그들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이렇게 먼 길을 온 과학자들, 그러나 그들의 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암흑물질에 대해서도, 우주의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서도, 빛보다 빠른 물질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 잘 모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길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보는 세상, 우리가 알고자 하는 세상을 알기 위해서, 그 세상을 좀더 쉽고 명료하고 아름답게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 길을 따라 먼 길을 왔고, 그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것은 거대한 이야기다. 천상과 지상의 물리학이 뉴턴에 의해 어떻게 통합되었는지, 통합된 전기와 자기 이론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빛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전자기의 양자이론이 어떻게 약한 핵력과 강한 핵력을 포함하도록 확장되었는지, 화학과 생물학이 자연에 대한 불완전한 관점이긴 하지만 어떻게 물리학에 기반을 두고 통합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단순화되어 왔고 단순화되고 있는, 우리가 발견한 넓은 범위의 과학 원리인 더 기본적인 물리 이론을 향한 것이다. 351-352쪽.

 

이 구절을 읽으며 과학자들, 멋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했다. 적어도 이들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우리나라 기초과학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 혹, 기초과학에 관심이 있어도 생계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나오지는 않는가? 그런 사람이 만에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잘라버리는 것이다.

 

뉴턴은 어느 순간 나온 것이 아니니까.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고. 그동안의 과학적 업적들이 쌓이고 쌓여 그것을 정리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나온 사람들 아닌가.

 

우리나라도 기초과학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들이 누적되어 세계적인 과학자, 우리에게 세상을 과학적으로 쉽고 단순하고 아름답게 설명할 과학자가 나올 수 있게 된다.

 

덧글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 과학의 세계에서 참 많이도 멀어져서 몇몇 과학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읽은 책.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는 전혀 할 수 없음. 그러나 과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 있을 책. 특히 뒤에 부록으로 실어놓은 과학 원리들은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이 연구실에만 처박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방법, 그리고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 과학에 대한 다른 생각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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