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 7
신경림 지음 / 돌베개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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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읽는 우리 수필"이란 주제로 엮은 신경림의 글을 모은 책이다. 제목은 단순하다. 그냥 "신경림"이다. 신경림이라고 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시인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전통 가락을 시에 살린 '목계장터'의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목계장터에 얼마나 애착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잘알게 되었는데...

 

'목계장터'란 시를 세 번이나 썼다는 사실. 두 번까지 쓴 시는 그가 시집에 싣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았다는 것.

 

그러다 염무웅과 여행하는 도중에 청년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다시 고쳐 쓴 작품이 지금 우리가 애송하는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로 시작하는 시, '목계장터' ('목계장터' 이 책 169쪽-174쪽)

 

이렇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수필이라는 글이 지닌 특성답게 신경림 개인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신경림의 어린 시절 이야기, 집안 사람들 이야기, 자신이 만난 사람들 이야기 등등이 실려 있어, 신경림이라는 작가의 사생활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그가 살아온 시기가 일제 말에서 6.25전쟁을 거쳐 군사독재 시절을 거쳤으니, 평탄치 않은 시대를 헤쳐온 한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굴곡 많은 현대사를 허체며 살아온 시인의 삶을 담은 글들은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생각하게 해줄 수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선동하는 책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풀어낸 글이 수필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방황하던 시인의 모습, 또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하여 청소년들은 삶에 대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한 간접경험, 그것이 수필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여 이 간접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시대를 바라보는 눈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도 된다.

 

시인이 거쳐온 세상이 험난했다면, 지금은 훨씬 나아진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과연 시인이 살아온 세상에 비해 나아졌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가 답일 것이다.

 

시인은 유신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냈는데, 지금 청소년들 역시 그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으니, 이 책에 실린 신경림의 글들이 먼 과거, 또 신경림이라는 시인만의 경험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책에 실린 수필을 읽으며 이 시대를 버텨내고 견뎌내고 이겨내는 어떤 힘을, 희망을 발견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수필들을 읽으며 지금 우리 상황을 떠올리며, 자꾸만 시인의 '동해바다'란 시가 생각이 났다. 이 시를 지금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시를 읽고 받아들일 마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동해바다

              - 후포에서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 길, 창작과비평사, 1996년 초판 9쇄. 59쪽.

 

나는 잘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비리를 저질렀다. 주변의 잘못이다. 또는 의도와는 달리 결과가 잘못 나왔다.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이 아니라, 그것 또한 내 탓이라고, 친구를 잘못둔 것고 내 탓, 결과가 의도와 다르게 나온 것도 내 책임,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일.

 

그래서 국민들의 비판을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이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나.

 

우리나라의 밤이 촛불로 환하게 밝혀지고 있는데, 그 희망의 빛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그래야 이 책에 나온 시대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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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꼴이나 세상꼴이나'라는 자조섞인 말이 튀어나오는 요즘이다. 세상이 어려울 수록 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끌린다던데...

 

  자기들이 그렇게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들이 마치 무엇인가를 해줄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던데...

 

  1차대전 패망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던 독일 사람들이 히틀러를 선택했듯이 - 우리는 히틀러가 합법적인 선거과정을 통해 정권을 장악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 우리 역시 선거를 통해서 최선도 아니고, 차악도 아닌 최악을 선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면서 미국 사람들도 참 살기 어렵구나, 그들이 그동안 경제적 부를 누리면서 살다가 이제는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생활을 하는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트럼프를 선택했지. 마치 트럼프가 자신들을 경제적 위기에서 구해줄 수 있는 것처럼. 몇 해 전에 우리도 이와 비슷한 선택을 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결과는?

 

살기 힘들기 때문에 나와 너를 명확하게 가르고, 너는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 존재이니 나에게서 떨어져 나가야 한다는 생각, 그런 주장, 그리고 그런 행동들. 결국 떨어져 나가는 것은 '너'가 아니고 '나'일텐데... 그것을 이미 히틀러라는 인물을 통해서 경험을 했는데...

 

누군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책에서 읽었는데... 인간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그런 말.

 

그러니, 지금 세상에 정을 둘 데가 없다.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모두 썩어 문드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니 벌써 썩어서 냄새가 나기 시작한 지도 오래되었을지도 모른다.

 

최순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럽혀졌는가. 아니 그 이름을 인해 우리나라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한다.

 

경제, 정치, 문화, 의료 분야까지 도대체 썩지 않은 부분이 없으니... 옛날 재래식 화장실에 가면 처음에는 화장실 냄새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만 조금 지나면 차차 그 냄새에 익숙해지고 말듯이, 우리는 '김영란 법'이라는 것을 출범시킨 이 때, 그동안 이렇게 부패에 익숙해져 있었나 싶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꼴을 목도하고 있으니...

 

이렇게 정을 붙일 데가 없는데... 그런데도 정을 붙여야 하는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함으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내야 함으로.

 

허수경의 시집을 읽다가 시인의 이 마음에 요즘의 현실과 겹쳐 공감하고 말았다. 세상에 정들 게 없어서 병하고 정들다니.

 

정든 병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등불의 세상은 어둑어둑 대책없습니다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사. 2001년 초판 14쇄. 17쪽

 

지금이 이렇다면 이건 참 힘든 일이다. 우리가 가는 길들이 모두 위독하다. 이 위독한 상황, 벗어나야 한다. 위독하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희망은 '끝내 희망은 먼 새처럼 꾸벅이며 / 어디 먼데를 저 먼저 가고 있구나' (불우한 악기 6연. 이 책 13쪽)라고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지금 내 곁에 없다. 내 곁에 있다면 희망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절망한다. 더욱 병든다.

 

그렇다고 이렇게 절망 속에서만 헤매서야 되겠는가. 시인이 보여주는 절망은 곧 희망을 보고 나아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둠 속에서는 작은 불빛도 길을 인도해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정든 병이 켜 놓은 등불의 세상'이 아니라 그런 병까지도 품고 나아가도록 비춰주는 촛불의 세상을 살아갈테니까.

 

절망보다 사악한 것은 없다고, 시인이 노래한 이 병 속에서, 이 절망 속에서, 우리 앞에 있는 희망을 쫓아 우리는 가야 한다. 희망은 그래서 희망인 것이다. 계속 앞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그 희망을 놓치지 말자. 희망에 눈 감지 말자.

 

정든 병에서 이제는 희망의 촛불을 보고 함께 있으면서 나아가야 할 때, 이 절망의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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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대화 -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 이성복 대담
이성복 지음 / 열화당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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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불거지고 있다. 예전부터 있어왔던 이런 성추문들이 쉬쉬 감추어져 있었다가 어떤 계기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그간 성에 관해서 관대하게 대했던 풍토도 있었다고 할 수 있고, 문인들이란 본래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지 않고 온갖 기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라는 인식도 이런 풍토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인의 삶이 기행적이어야 좋은 작품이 나오냐 하면 그건 아니다. 문인들의 기행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문인들의 기행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 나와서 그의 기행이 말 그대로 사회적 일탈행위로 처벌받지 않고 기행으로 인식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은 예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문인들의 기행이 좋은 작품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문인은 문인이 되기 위해서는 온갖 경험을 다 해봐야 한다고 못된 행위까지 강요(?)했다고도 하는데... 그런 행위와 좋은 글은 상관관계가 없음을 이성복의 이 책을 읽고 더 확신하게 되었다.

 

이성복은 이런 기행과는 거리가 멀게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만, 그의 시는 시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모범으로 존재했고, 숱하게 많은 시인지망생들에게 읽히고 외워지고 베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시세계에 관해서 대담을 한 기록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1983년 대담으로 시작으로 2014년 대담이 마지막으로 실려 있다. 그렇게 가진 대담들을 이성복 자신이 약간 손보아 엮어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성복의 시세계를 조감할 수 있으며, 최근 불거진 문단의 성추문에 경각심을 불어넣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작은 제목이 '사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대담 중에 그의 말에서도 확인이 되는데...

 

"젊어지려면 끊임없이 자기 반성이 필요하죠. ...  문학의 본질은 정신의 젊음에 있어요. 문학은 젊음에 의해 태어나고, 젊음을 유지하게 해요. 그러려면 항상 낮은 곳에 있어야 해요." (123쪽)

 

낮은 곳에 있다는 것, 그것은 막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낮은 곳에서는 온갖 것을 다 받아들일 수 있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구분하지 않고 자신에게 온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살펴야 한다.

 

낮아진다는 것은 비운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우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우려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자신을 반성하지 않으면 비울 수가 없게 된다. 오로지 채우려고만 한다. 그렇게 채우려고만 하는 행위, 그것이 곧 추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작품이 되기 힘들다.

 

그의 말에서 요즘 문단 성추문을 비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이 시를 쓰는 이유가 인생 때문인데, 그 사람들은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시를 위해서 인생을 사는 듯한 느낌이 들어." (171쪽)

 

그 사람들이 성추문을 일으킨 문인들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시를 위해서 인생을 사는 듯한 사람들을 확대하면 성추문을 일으킨 문인들도 이에 해당할 것이다. 마치, 그런 일이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는 듯한 말을 하는 사람들. 전혀 아닌데...

 

시란 무엇인가? 결국 사람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성복에게 시는 곧 '윤리'다. 윤리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추문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의 시에서 비루하고 비참한 세상이 펼쳐지는 것은 인생의 참 의미를 찾기 위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지 그런 삶을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현실의 끝까지 가게 하는 시, 그런 시를 이성복은 쓰고자 한다.

 

"시인은 사람들 멱살을 잡아서 그들이 자꾸 안 보려 하는 걸 억지로 보게 만드는 사람이에요." (204쪽)

 

여기에 어떻게 추문이 끼어들겠는가. 오히려 인생에 대한 통찰, 윤리만이 작동할 뿐이다. 이런 시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시를 쓸 사람, 그가 바로 이성복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이성복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거의 30년에 걸친 대담들이 실려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세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 따라서 대담 연도 순으로 배치된 이 책의 글들을 읽으며 이성복의 시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성복의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의 시는 낮은 곳에서 세상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보면, 그 그릇에 담긴 그의 시는 어둠과 같다. 어둡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오래 보아야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보도록 경계선을 보여준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이성복에게서 시인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떤 존재였는가를 들어보면...

 

"예술가란 대속자(代贖者), 아픈 사람보다 더 아파하고, 아픈 사람 자신도 모르는 아픔을 대신 아파하는 사람입니다." (277쪽)

 

세상은 살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이런 시인들이 있어서 세상은 살 만한지도 모른다. 소수의 일탈자들을 보기보다는 이런 시인들을 찾아 그들을 우리 곁으로 불러오는 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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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8.5 승효상 - 승효상 편 - 짓다
승효상.스리체어스 편집부 지음 / 스리체어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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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간하는데 영어로 발간해서 조금 낯설기는 하다. 바이오그래피(biography)라고 발간이 되는 책인데... 우리말로 하면 '전기'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어보면 전기라고 하기엔 조금 낯설다. 이 책만 가지고 보면, 앞부분에서는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승효상의 간략한 생애가 서술되어 있어, 그 제목에 어울리기는 하지만, 뒷부분은 다시 승효상과의 인터뷰 내용이 전개되고, 그 다음에는 승효상의 글이 실려 있으며, 그의 건축작업물에 대한 사진이 곳곳에 실려 있고, 또 그가 쓴 글 중에서 발췌한 글들이 실려 있다.

 

승효상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전기의 어느 한 종류로 국한시킬 수 없는 편제를 지니고 있는 책이다.

 

그냥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간략한 그의 생애도 알 수 있고, 그가 한 건축물들 사진도 볼 수 있으며, 그의 건축 사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건축이 어떤 건축인지를 구체적으로 또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라 승효상이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전기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읽을 만했다. 승효상이 쓴 책을 몇 권 읽은 것이 전부이지만 이 책에서도 글솜씨가 좋은 건축가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그의 글에 반하기도 했지만,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것과 또 건축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서 활동했다는 사실, 서울이 회색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숨쉬며 활동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바탕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메타 시티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가 추구하던 건축이 '빈자의 미학'에서 이야기하듯이 비움이 주가 되고, 그것을 채워서 땅의 무늬(地文) 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에 공감하기도 했고.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땅을 보아야 한다고, 그 땅에 맞는 건축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건축을 채워가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건축을 완성해 가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그 건축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새롭게 다가왔고.

 

그는 아직 그 아파트를 건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긴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그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길 리가 없었을테지만, 만약 자신에게 아파트 건축 의뢰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말 그대로 공동주택에 맞는 아파트를 건축하고 싶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가 말이 공동주택이지 사실은 극도로 단절되고 분리된 주택임이 현실이니, 그가 언젠가는 아파트를 건축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승효상 건축이 지닌 의미는 이것이라고 본다.

 

나는 건축이 사람의 형태를 바꾼다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든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우리 인간의 선하고 진실되며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확인될 수 있는 바탕이며 우리의 세계가 그로 인해 진보될 수 있는 지혜이다.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 中) - 이 책 207쪽.

 

이런 건축을 하고자 하는 건축가, 그리고 그런 건축가를 지지하는 사람들, 그가 자신의 건축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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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고문이다 7

- 병원에서의 시간


내 시간을 남에게 주어버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예약 시간은 환자의 시간일 뿐

병원 시간은 의사가 정한다

환자에겐 그 시간이 그냥 주어질 뿐

따르라고, 따라야 한다고

자신의 시간을 자발적으로

의사에게 주어버린 사람들

스스로 고문을 받는 사람들

스스로 고문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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