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 8.5 승효상 - 승효상 편 - 짓다
승효상.스리체어스 편집부 지음 / 스리체어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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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발간하는데 영어로 발간해서 조금 낯설기는 하다. 바이오그래피(biography)라고 발간이 되는 책인데... 우리말로 하면 '전기'쯤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읽어보면 전기라고 하기엔 조금 낯설다. 이 책만 가지고 보면, 앞부분에서는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승효상의 간략한 생애가 서술되어 있어, 그 제목에 어울리기는 하지만, 뒷부분은 다시 승효상과의 인터뷰 내용이 전개되고, 그 다음에는 승효상의 글이 실려 있으며, 그의 건축작업물에 대한 사진이 곳곳에 실려 있고, 또 그가 쓴 글 중에서 발췌한 글들이 실려 있다.

 

승효상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되는데, 전기의 어느 한 종류로 국한시킬 수 없는 편제를 지니고 있는 책이다.

 

그냥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간략한 그의 생애도 알 수 있고, 그가 한 건축물들 사진도 볼 수 있으며, 그의 건축 사상에 대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추구하는 건축이 어떤 건축인지를 구체적으로 또 자세히 알 수는 없다. 건축에 관한 책이 아니라 승효상이라는 사람을 소개하는 전기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지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읽을 만했다. 승효상이 쓴 책을 몇 권 읽은 것이 전부이지만 이 책에서도 글솜씨가 좋은 건축가라는 평이 있을 정도로 그의 글에 반하기도 했지만, 승효상이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것과 또 건축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서울시 총괄 건축가로서 활동했다는 사실, 서울이 회색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숨쉬며 활동하는 도시로 탈바꿈하는 바탕을 제공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메타 시티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가 추구하던 건축이 '빈자의 미학'에서 이야기하듯이 비움이 주가 되고, 그것을 채워서 땅의 무늬(地文) 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것에 공감하기도 했고.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땅을 보아야 한다고, 그 땅에 맞는 건축을 해야 한다고, 그리고 건축을 채워가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건축을 완성해 가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그 건축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더 새롭게 다가왔고.

 

그는 아직 그 아파트를 건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하긴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그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길 리가 없었을테지만, 만약 자신에게 아파트 건축 의뢰가 들어온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말 그대로 공동주택에 맞는 아파트를 건축하고 싶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아파트가 말이 공동주택이지 사실은 극도로 단절되고 분리된 주택임이 현실이니, 그가 언젠가는 아파트를 건축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승효상 건축이 지닌 의미는 이것이라고 본다.

 

나는 건축이 사람의 형태를 바꾼다고 믿는다. 다시 말하면 좋은 건축은 좋은 삶을 만든다. 좋은 건축이란 무엇인가. 적어도 우리 인간의 선하고 진실되며 아름다움이 끊임없이 확인될 수 있는 바탕이며 우리의 세계가 그로 인해 진보될 수 있는 지혜이다. (지혜의 도시 지혜의 건축 中) - 이 책 207쪽.

 

이런 건축을 하고자 하는 건축가, 그리고 그런 건축가를 지지하는 사람들, 그가 자신의 건축 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고자 하는 사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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