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쇼


욕망만 생산하는 사람,

관음증을 팔고 사는 사람,

오직 보이기 위해

털을 깎고

앞․뒤, 아래․위,

이리저리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가는 사람.

보여주기 위해

몸의 본성을 무시하고

뒤틀어 놓은 몸,

열락의 탄성이 아닌

신음 뿐.

관음(觀淫)만을 위한

씨앗을 뿌리박지 않는

열매를 맺지 못 하는

사정(射精),

길을 잃은,

제 자릴 잃은,

분출(噴出).


이건 

혹 

포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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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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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이 신문이나 다른 매체에 연재한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에세이집이라고 해도 좋고, 수필집이라고 해도 좋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수필의 종류, 중수필과 경수필을 떠올려 어느 쪽에 해당하나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어려운 사회 문제까지 다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이 어렵지는 않다. 사실 소소한 일상이 사회 문제와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 삶 자체가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글들이 읽기 편하다. 읽기 편하다는 얘기는 이해하기 쉽게 자기 주장을 잘 펼쳤다는 얘기다. 글들이 또 길지도 않고. 2부에 실린 사진에 대한 글이 다른 부분에 비해서는 길지만, 긴 글들 또한 사진을 보면서 삶을 생각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밤이 선생이다' 그렇다. 밤은 모든 것을 가려준다. 가려준다는 얘기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낮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나를 드러냈다면 밤에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가려야 한다. 그리고 나를 들여다봐야 한다.

 

나에게 침잠하는 시간, 한없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것이 바로 밤이다. 이런 밤은 '선생'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제목과 어울리는 글이 3부에 있는 '은밀한 시간'이란 글이다. 이 글에서 두 부분을 발췌한다. 제목과 너무도 잘 어울리며, 우리 사회에서 밤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글이다.

 

'나는 누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난 시간을, 다시 말해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남이 모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81쪽)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물건들은 삶을 투명하게 만든다. 내가 어느 구석에 들어가 있어도 그것들은 나를 추적한다. 아니, 그것들이 나를 추적하기 전에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표적을 내 스스로 남겨놓도록 유도한다.' (282쪽)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고 살 수는 없다. 하다못해 이웃집 수저가 얼마나 있는지까지도 파악하고 있다는 시골 생활에서도 자신만의 은밀한 시간은 있다. 밤이 있다.

 

이런 밤이 없고서야 어떻게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람들 모두 낮만 있다고 생각하고, 낮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모두 낮을 추구한다. 그러나 낮에는 필연적으로 밤이 따른다. 밤이라는 대칭성이 없다면 낮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이런 밤,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사회를 더 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잘 살 수 있게 된다.

 

황현산이 쓴 이 글들, 그가 성찰한 내용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짤막한 글모음이기에 언제든, 어디서든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이제 밤을 우리의 선생으로 모셔와야 한다.

 

그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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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2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6-12 1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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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즐거운 천문학
토마스 뷔르케 지음, 강희진 옮김, 김충섭 감수 / Gbrain(지브레인)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가끔은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좁은 세계에서만 살아가니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땅만 보고 살아도 정신 없는 이 세계에서 가끔은 하늘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지 하늘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땅에서 보는 하늘은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 광활한 우주의 일부만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고를 확장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사람들에겐 하늘을 보는 일조차 쉽지 않은데, 그 하늘에서 더 넓은 우주를 보려고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가 얼마나 넓은가? 광년이라는 속도, 거리를 생각해 보자. 빛은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이나 돈다고 하는데,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물질을 만들지 못하고 인류가, 가까운 은하만 해도 몇 백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고 하니, 빛이 일년 동안 가는 거리가 광년인데...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우리 은하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런 은하가 약 1,300억여 개가 있다고 하니 상상할 수도 없다.

 

끝이 없는 우주라는 말이 공연히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주는 끝이 있다. 분명이 우주는 한계가 있다. 이 우주가 팽창하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다시 수축한다고 하던데... 그래서 우주는 빅뱅으로 탄생해서 다시 폭발로 생을 마감한다고 하는데...

 

세상 모든 존재는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우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이런 생멸의 존재가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주 전체에서 보면 지구는 아주 작은 점, 보이지 않는 점에 불과한데, 그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찾을 수 없는 아주 미약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미약한 존재이지만, 인간이 위대해진 이유는 바로 이렇게 광대한 우주를 우리가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다시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무한히 뻗어나가는 인간의 지식들.

 

그런 지식의 확장, 이것이 바로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문학은 그런 우주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학문이고.

 

이 책은 천문학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행성이 왜 원 모양을 취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태양계에 대한 탐구, 그리고 별자리, 별의 탄생과 죽음, 블랙홀, 은하의 종류, 빅뱅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을 토대로 천문학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이 지구에서 우주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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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지향'이란 시로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 시인. 그러나 그가 쓴 시 가운데 외운 시는 하나도 없다. 그냥 시 제목만 남아 있는 상태.

 

  아마도 시를 공부하면서 들어본 이름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시학평전'을 쓴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모른다.

 

  이런 기회에 그가 쓴 시를 모두 읽을 기회가 왔다. 처음부터 시를 읽으며 송욱이란 시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주로 시들이 길다. '하여지향1-12'편도 시들이 길다. 긴 시들, 할 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그러다가 짧은 시들이 나온다. 말을 줄이기 시작하면 숨어 있는 뜻을 찾아내야 한다. 더 많은 말들이 짧은 시 속에 담겨 있다.

 

이렇게 시 전집을 읽으며 송욱 시인을 알아가게 되었는데... 요즘 선거와 관련지어서 두 시를 생각하게 됐다. 이래서 시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언제든 상황에 맞는 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말들이 필요 없다. 에둘러 가지도 않는다. 그냥 똑바로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시답지 않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좋은 말은 둘러가지 않는다. 똑바로 날아온다.

 

  말

 

말은 모습을 보고 듣고 배고 낳는다

말은 생각을 보고 듣고 배고 낳는다

말은 느낌을 보고 듣고 배고 낳는다

 

말은

말이 없는 것을 위하여 산다

말은

할 말이 있을 때는

마음에 드는 나무처럼

많지 않다

 

정영진 엮음, 송욱 시전집. 현대문학. 2013년. 277쪽.

 

선거를 앞두고 온갖 말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이 말들 중에 '마음에 드는 나무처럼' 마음에 드는 말은 별로 없다.

 

쓸모없는 말, 나무처럼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말, 그늘을 주는 말, 열매를 주는 말, 산소를 주는 말은 별로 없다.

 

상처를 주는 말, 칼이 되는 말들만 난무한다. 이런 때 '말이 없는 것을 위하여 산다'는 말처럼 사람을 위하여, 시민을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 산다는 정치인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수많은 정치인들 중에 마음에 드는 정치인, 쓸 만한 말이 적은 것처럼 참으로 적다. 그 적은 정치인들을 가려낼 줄 아는 눈을 지녀야하는데...

 

그런 눈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말들을 거를 줄 알아야 한다. 이 시집에는 이런 시도 있다. 그냥 똑바로 내달리는 말의 시.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은 딱딱해지기 쉽다

똑똑한 사람은 뚝 떨어지기 쉽다

똑똑한 사람은 딱 꺾이기 쉽다

 

정영진 엮음, 송욱 시전집. 현대문학. 2013년. 291쪽.

 

그래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톨스토이가 쓴 '바보 이반'을 보라. 정치를 제대로 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바보 이반'이다.

 

자신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말들을 막 내뱉는 사람, '딱딱해져서 뚝 떨어지기, 딱 꺾이기' 쉬운 사람이다.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말, 그런 말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결코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은 똑똑하기보다는 섬길 줄 아는 사람이다.

 

섬길 줄 아는 사람이 하는 말, 그 말이 바로 '마음에 드는 나무처럼' 우리 마음에 쏙 드는 말이고, 그런 사람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선거 앞두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보고 '말은 말이 없는 것을 위하여 산다'는 시인의 표현처럼, 우리를 위하여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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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랗게 피어나는 눈


눈이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하늘의 뜻을 담아

온 천지를 하얗게 덧칠하는

순백의 자유.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모든 이의 찬탄을 받으며

하강해

땅 속에 깊이깊이 스며드는

새로 태어나는 눈.


지상에서 천상으로

또 다른 뿌리를 내리기 위해

황사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작은 생명들을 담고

이 곳 저 곳으로

새 생명을 전이시킨다.

하얀 눈들이

노란 생명들로

소중한 자유를 펼치는

민들레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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