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고집쟁이들 - 고집스런 사람들의 멋진 인생 이야기
박종인 글.사진 / 나무생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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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란 말에서 옹고집이나 자린고비를 연상하기도 하지만 자기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있는 사람을 연상하기도 한다. 

너무도 급변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이러한 고집쟁이가 필요하다. 남들 눈을 의식하지 않고, 더욱이 돈벌이가 되느냐 마느냐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하고 있는 일에 온 삶을 다 바친 사람들, 그들을 고집쟁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남들의 눈에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자신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거기에서 행복을 느끼기에 행복한 고집쟁이라고 이름할 수 있다. 

이 책은 소금장수부터 시작하여 산꾼, 자유인, 마술사, 화가, 국악인, 한복인, 시인, 활장인, 양복자이, 옻칠장이, 한지 장인, 요리사, 스님, 철학자, 축구화 수선, 카메라 명장, 배무이, 석장 등 우리 사회에서 관심이 멀어져 가거나 그다지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난 이야기다. 

이 중의 한 편 두 팔을 잃은 화가 석창우 씨 이야기. 이 분은 텔레비전에도 나왔다고 하는데 이 분이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부터 그가 장애를 극복하고 화가로 우뚝서기까지의 과정이 간략하게 잘 나와 있는데.. 이 중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내가 손이 없는데, 내가 마음을 열면 세상에는 내 손이 너무 많더라...." 

손이 있고 없고, 발이 있고 없고를 떠나 마음을 열면 세상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고, 이 마음들이 세상을 좀더 밝고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해준 말이다. 

이처럼 이 책은 글쓴이가 먼저 쓴 "한국의 고집쟁이들"을 읽었으면 꼭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기도 하리라. 

이들의 삶에서 위안을 얻고, 삶의 자세를 배우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좋았다. 단지 힘들게만 살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더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기쁨이란 함께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것. 하여 이 책을 읽으며 삶의 행복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이들의 행복이 나에게도 전염되는 것 같아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이런 삶도 있다고, 이런 행복도 있다고 한 번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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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교육의 방법
노철 지음 / 태학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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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절의 말 

진리로 가는 길에 

만나야 할 방편  

돈오-점수, 점수-돈오 

이 방법 중 

점수-돈오로 나아간다

이미지, 비유, 운율, 서술 

닦고 닦고 또 닦아 

깨달음을 얻으면 

창작 

나만의 진리에 도달한다 

깨달은 자 

부처, 

제 안의 깨달음을 

한 걸음 더 

진리란 무엇인가로 

나아가게 한다 

해석 

진리에의 길이 

하나가 아님을 

각자에게  

자기만의 길이 있음을  

깨닫게 하고

다시 그 모든 

말들을 버리게 한다 

 

진리 속의 말 

말 속의 진리. 

 

시를 가르치기는 참 힘들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면 시를 배우기는 참 힘들다. 초중고 하다못해 대학교까지 시를 가르치고 배우지만 시란 무엇인가,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면 막막하다. 시중에 엄청나게 많은 시해설서, 시교육서가 나오는 까닭도 시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이 책은 시를 가르치는데, 시의 구성요소에서 시작한다. 하나하나 공부하는 가운데, 이를 종합해서 창작까지 나아가게 한다. 시를 배우는 목표는 시 읽기에서 끝나지 않고, 시를 내 것으로 만들어 내 삶을 풍부하게 하는 요소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시 창작 다음에 다양한 시해석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삶과 관련이 없는 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앎이란 단지 지식에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하여 앎의 적용으로 끝맺음한 이 책의 구성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책이다. 아마도 시를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들과 시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읽어야 하리라. 

옥의 티가 있다면 시교육을 가르치는 책에서 시의 연구분이 모호하게 된 부분이 제법 있다는 거다. 페이지를 맞추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엔 시에 관한 책에선 좀 큰 티다. 

이 점을 빼면 구성이나 설명, 그리고 예제들까지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장점이 그러한 티를 덮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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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부
홍윤숙 지음 / 분도출판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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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산 이유는 우습게도 단 하나의 시 때문이었다. 

실소(失笑)라는 시. 

한평생 걸려서 / 수수께끼 하나 풀었습니다 

"먹을수록 배고프고 허기진 것 / 나이 먹는 것" 

2연 4행으로 이루어진 이 짧막한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시가 어느 시집에 있나? 찾아보니 마지막 공부라는 시집에 있다. 

마지막 공부라? 제목에서 이미 시인은 나이가 꽤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공부라는 말을 쓰니, 이 사람은 나이 먹어서도 치열하게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시집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도 있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잘 드러나고, 죽음을 앞두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나 하는 관조적인 자세도 나타난다. 이 시집의 대부부분 시에 붙은 부제(작은 제목)가 놀이, 목숨 혹은 원죄이다. 결국 삶이란 태어난 원죄로 목숨을 이어가지만, 그 삶들은 놀이라고 생각하고 지내면 더욱 풍성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천상병 시인이 그의 시 귀천에서 우리의 삶이 소풍이라고 비유했는데 그와 유사하다고나 할까. 

시집에서 시인이 가장 애착을 지니고 있는 시나 구절이 제목이 된다면 이 시집에 수록된 마지막 공부는 이 시의 핵심이 되리라. 마지막 두 연 

마침내 알리라 / 나를 세상에 보내신 분의 뜻을 / 그리고 눈뜨고 귀 열리리라 / 삶은 끝없이 꾸는 꿈이고  죽음은 비로소 깨어나는 현실임을 

그날을 위해 날마다 / 은사시나무 가지 끝에 부는 바람 / 가슴으로 새기며 / 남모르는 마지막 공부에 / 밤이 깊다 

그래. 이 시는 무겁다. 인생의 마지막 공부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 시의 무거움은 아직은 젊은이들에게 다가오기 힘들다. 나이들어가면서 세상의 허무를 느낄 때에서야 이 시가 가슴에 와닿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시를 읽으면 가슴 한 켠에서 삶의 소중함이 솟아나올 수 있다. 죽음은 곧 삶의 다른 이름일 따름이니까. 

그래서 나는 실소란 시가 좋다. 우리는 나이먹으면 더욱 많은 것을 얻는다고 하는데, 나이 먹을수록 잃어가는 것이 많다는 시. 그것을 웃음으로 넘기는 시. 

시란 언어를 덜어내는 것이다. 덜어내고 덜어내어 더 덜어낼 것이 없을 때 그 때서야 울림이 있는 언어로 다가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인의 시들은 길지 않아 좋다. 그렇다고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을 필요는 없다. 생각날 때 어느 한 쪽을 펴서 읽어보면 마음에 와닿을 때가 있다. 그게 시집의 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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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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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전을 범하다다. 

전이란 고전이란 뜻으로 해석을 하고, 고전에서도 옛이야기를 의미한다고 본다. 

그런데 범하다란 말이 처음에는 맘에 걸렸다. 

왜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썼을까? 

범하다란 말은 낮은 쪽(도덕적이든,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신분이든)이 높은 쪽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나타내거나,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을 했을 때 쓰는 말인데 말이다. 

그래서 지은이가 범하다란 자극적인 표현을 쓰는 이유를 고전에 대해서 갖고 있던 우리의 기존 상식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단 의미에서 쓰지 않았나 추측을 한다. 

전을 범하다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책은 고전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생각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지은이 자신의 생각을 근거들을 제시하며 펼쳐나가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때로는 그렇지, 그럴 수 있지 하기도 하고, 아니지 이건 나랑 생각이 다른데 하기도 한다. 이렇듯 지은이는 한가지 생각만을 하지 않고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역할을 이 책을 하기 바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전을 범하다라는 제목은 참 잘 붙인 제목이다. 

그리고 한 번 범해진 고전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에서 우리와 함께 있는, 즉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고, 늘 내가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친숙한 존재가 된다. 내게 친숙한 존재가 되면 내 삶에 고전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떤 일을 겪을 때 고전은 내게 길을 제시해 주고, 참고할 수 있는 예가 되기도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이 책의 장점은 장화홍련전, 심청전, 장끼전, 토끼전, 춘향전, 홍길동전, 양반전, 전우치전 등과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논의를 하지 않고, 일반적인 이런 고전을 이미 읽거나 알고 있다면 한 번쯤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는데 있다. 

단순히 권선징악이라고 고전소설의 주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지 않고, 그 시대, 그 사회 속에서 작품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것이 우리 사회에 지금 어떻게 통용될 수 있는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 흔하지 않은 고전에 대한 책이다. 

아마도 고등학생들이 읽고 자기 나름대로 주제를 잡아 토론을 한다면 이 책은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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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교육
정재걸 지음 / 살림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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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이 가끔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앞으로 살아야 할 시대의 가능성을 찾는데, 그것을 우리가 이미 지내왔던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리라. 

옛말에 온고지신이란 말도 있듯이 새로움이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옛것을 확실히 익혀서 미래를 위한 발판으로 삼을 때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 

그럴 때 우리교육의 미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지은이는 이를 우리의 전통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전통교육의 이름을 만두모형이라고 제시하고 만두모형 교육은 학습자의 마음 속에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진리가 들어 있으니, 학습자가 자신의 마음을 탐구하여 진리를 깨닫는 교육이라고 한다. 

학습자가 백지에서 시작한다는 주물모형 교육도, 학습자는 이미 자신의 미래상을 지니고 있다는 도토리모형 교육도 미래교육에는 부적합하다고 하고, 학습자가 자신을 깨달아가는 만두모형이 미래교육에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런 교육을 위해서는 종교교육(이를 영성교육이라고 한다. 어느 한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교육을 말한다)을 하자고 한다.  

외부로만 향해 있는 교육의 관점을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게 하자는 것에 동의하고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책의 1부에서는 작가의 교육관이 잘 정립되어 주장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2부에서 우리의 전통교육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즉 구체적인 전통교육의 실천과정이 제시되어 있어, 오늘날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할 수 있는 생각거리를 제시해주고 있다. 

3부에서는 근대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간추린 우리나라 교육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입시교육 뿐만이 아니라, 시선을 자꾸 외부로만 두게 되는 환경에 처해 있다. 이럴 때 내 안에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살피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내 안의 나를 본다는 것은 내 안의 남도 본다는 얘기고 이는 우리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는 얘기가 되니 결코 허투루 삶을 살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 책은 이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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