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카프카 -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기 기념
김태환 외 지음 / 나남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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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카프카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사랑할 수 없는 작가다.'(206쪽)

'카프카는 위대하고, 카프카는 사랑할 수 없는 작가다.'(216쪽)


그런가? 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카프카였기에. 그의 작품을 거의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그러다 이 문장을 다시 곱씹었다. 과연 나는 카프카를 사랑하는가? 아니, 이해할 수 없으면서 사랑할 수 있나?


카프카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으면서. 그러면 사랑한다와 좋아한다는 다른 말이라고 할 수 있고,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해할 수 없지만 무언가 계속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써서라면, 그는 위대한 작가다. 언제 어디서도 그 시대, 그 장소에 맞게 해석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을 썼으므로.


이렇게 사랑받는 작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카프카는 많은 문학자들에게 인용되거나 또는 영향을 준 작가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니 카프카가 세상을 뜬 지 100년이 지난 다음에도 그를 기리는 글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카프카 월드, 카프카에스크, 카프카의 밀실'이라는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카프카 월드는 카프카 작품을 우리에게 소개해 준다. 그의 잠언과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이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는 '카프카의 밀실'에서 박돈규가 쓴 '출구를 찾아서'에 다시 나온다. 물론 소설로가 아니라 연극으로. '빨간 피터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된 추송웅의 모노 드라마.


어린 시절에 추송웅의 '빨간 피터의 고백'이란 작품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카프카 작품인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인지는 몰랐다. 나중에야 알게 된 것이었는데, 카프카 작품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음을 이 작품이 잘 보여주고 있다.


카프카 잠언은 생각할거리를 많이 제공해 주는데... 잠언의 1번은 '참된 길은 밧줄 위에 나 있다. 그 밧줄은 허공이 아니라 땅바닥에서 약간 뜬 채 팽팽하게 뻗어 있다. 그것은 우리더러 지르밟고 걸으라기보다는 단연코 비틀거리면서 가라고 가로놓인 듯하다'(29쪽)이다.


이 말이 카프카 작품이 지닌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의 작품은 직선으로 가는 것이 없다. 무엇을 우리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비틀거리면서 아주 조심조심해서 읽어야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의 삶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그는 허공에 약간 떠 있는 밧줄 위에서 균형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쓴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그는 천상의 존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지상에 속한 존재도 아니다.


그는 지상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러나 지상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그러한 삶을 살았고, 또 그러한 작품을 쓴 작가다. 그의 잠언을 읽으면서 그 점을 다시 생각한다. (아포리즘이라고 하는데, 그냥 잠언이라고 하겠다.)


'카프카에스크'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세계를 드러내는 경향 또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와 소설이 실려 있다. 카프카 소설과 같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 현실에 맞는, 그러나 지상도 천상도 아닌, 직선이 아닌 이리저리 비틀린 길을 보여주는 소설. 그리고 시들이 실려 있으니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고.


'카프카의 밀실'은 카프카에 대한 생각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카프카를 우리에게 끌어오고 있다. 그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다시 신형철의 말로 돌아간다. 그는 사랑할 수 없는 작가일 수 있다. 하지만 위대한 작가이기 때문에, 늘 우리가 그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다. 문학이든 삶이든.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나는 카프카를 이해하는가 질문을 한다.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그를 이해할 수 없기에 카프카를 사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떠나지는 못한다. 계속 그의 작품을 생각하거나 또는 어떤 작품을 다시 읽곤 한다.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작품, 그러나 손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작품.


이런 의미에서 나에게 카프카는 위대한 작가다.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할까 물으면 딱히 떠오르는 작품도 없으면서, 그냥 안개 속에서 흐느적 대면서 헤매다 작품 읽기를 끝냈으면서, 그럼에도 그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카프카에스크'라고 해야겠지.


다시 카프카 작품을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적어도 '변신'을 다시 읽든지, 아니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유형지에서'를 읽든지... 좀 시간을 두고 '소송'이나 '성'을 읽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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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9-22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왜 못봤을까요?
장바구니로!

kinye91 2025-09-22 15:17   좋아요 1 | URL
카프카란 작가 참 매혹적인 작가예요. 저에겐... 이 책, 그런 작가에게 매혹된 우리나라 작가-비평가들의 글이 실렸으니, 읽어볼 만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