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정치철학 강의 푸른숲 필로소피아 9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푸른숲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렌트가 마지막으로 쓰고 싶었던 책이 "판단"이라고 한다. 사유-의지-판단의 3부작 가운데 마지막 부분을 완성하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아렌트가 이 부분을 완성했다면 어떻게 썼을까? 아렌트 사상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이 어떻게 되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렌트 사후에 그가 남긴 자료들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학생들과 함께 아렌트가 강의를 할 때 준비한 강의자료를 모아놓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뒷부분에는 이러한 아렌트의 정치철학에 대한 보론이 실려 있다.

 

사실, 아렌트도 어렵지만 칸트 또한 어려운 존재 아니던가?

 

칸트가 누군가? 우리에겐 "물자체"란 말을 만들어낸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있지 않나? 인간은 어디까지 인식할 수 있나 하는 인식론의 선구자라고 할 수도 있고, 그래서 도저히 인식불가능한 존재를 "물자체"라고 한 사람.

 

어쩌면 시계처럼 정확한 삶을 살았다는 일화로 더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고...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그 놈의 정언명법인지, 가언명법인지 골머리를 썪이며 배웠던 사람이기도 한다. 난해함, 그 자체... 칸트는 나에게 물자체가 아니라 난해함 그 자체였다. 도대체, 이성과 오성이 어떻게 다른지, 여기에 감성이 나오고, 무관심, 취미 판단 등등

 

칸트의 삼부작이라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그리고 판단력 비판은 읽으려고 해도 읽을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그런데 칸트의 정치철학이라니...

 

아렌트는 칸트의 정치철학을 실천이성비판과 판단력비판에서 찾아내고 있다. 이 두 저작 중에 중심이라고 하면 판단력 비판이겠고...

 

그래서 판단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판단을 하기 위해선 나만이 아니라 남을 생각해야 하고, 남을 생각한다면 그를 불러들이는 상상력이 작동해야 하고, 이 상상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적인 면을 제거한 공적인 면이 작동해야 하기에, 반성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게 무관심이다. 관심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사적인 관점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야 하는 말, 무관심이다.

 

그래서 공적영역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 준칙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칸트의 정치철학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는데...

 

무언가 확실히 정리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그래도 조금은 어, 그래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마도 칸트의 삼부작을 읽은 사람은 이 책을 더 쉽게 이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 이해하지 못해도 몇몇 구절들이 마음 속에 와닿는 책이니....

 

관조, 반성능력, 재현능력, 상상력... 이것들 얼마나 정치에 필요한가? 특히 사적인 관점을 떠난 공적인 관점을 취하고 그것에 기대어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 이것이 정치적 상황이라면, 우리는 행위하는 정치가들을 위해 판단하고 알려주는 사람의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멋대로 읽어낸 아렌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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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정치철학 강의 푸른숲 필로소피아 9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푸른숲 / 2002년 10월
구판절판


인간사를 고찰할 수 있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개념들 또는 관점들을 갖게 된다. 첫째는 인류와 그 진보에 관한 관점이다. 다음으로는 도덕적 존재이며 그 자체로서 목적인 인간이 있다. 그리고 복수의 인간을 생각할 수 있다. 이 복수의 인간이 우리 연구의 사실상의 중심이며, 이 연구의 진정한 "목표"는 ...사교성이다. 이 세 관점 사이의 구분은 칸트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66쪽

칸트에 따르면 철학자는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경험을 명료화한다.
...칸트에서 철학자는 여러분이나 나와 같은 인간으로 남아있으면서 자신의 동료 인간들 속에 살고 있을 뿐, 자기 동료 철학자들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둘째 칸트는 쾌와 불쾌를 중심으로 인생을 평가하는 과제는 인생을 전체적으로 반성해본 모든 양식 있는 일반인들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두 결론은 다시금 명백히 동전의 양면에 불과하며, 이 동전의 이름은 평등이다.-68,69쪽

칸트는 ... 철학자가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가 철학자의 말을 기꺼이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70쪽

칸트와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비판적 사고란 자신을 "자유롭고 공개된 검토"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하면 할수록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86쪽

칸트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유는 ... 언론과 출판의 자유였다.-87쪽

철학적 타당성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은 ... 일반적 소통가능성이다.
...소통가능성은 말을 들을 수 있고, 경청할 수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명백히 함축하고 있다.-88,89쪽

비판적 사고는 다른 사람에게서 듣게 되는 독단적 생각이나 개념들, 물려받는 편견이나 전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 배워서 알게 된 자기자신의 생각에 비판적 기준들을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방법이다. ... 불편부당성이 타인들의 관점을 고려함으로써 획득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92쪽

비판적 사고는 다른 모든 관점들이 검토를 위해 개방되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 비판적 사고는 분명 고립 속에서 진행되기는 하지만, 상상력의 힘에 의하여 타자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잠재적으로 공적이며 모든 입장에 공개된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93쪽

도덕성이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일치이다. 준칙이 사적으로 남기를 고집하는 것은 악한 것이다. ... 도덕성이란 보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보여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마음 속에 있는 것까지 모든 것을 다 아는 신에게도 보여지는 것이다.-104쪽

관찰자 앞에서 광경은 전체로서의 역사이며, 이 광경의 참된 주체는 어떤 "무한"을 향해 "진행하는 일련의 세대들" 가운데 있는 인류이다. 이 과정은 끝이 없다. ... 두 개의 주요한 목표가 있다. ... 이는 자유와 인류의 통일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국가들간의 평화이다. -118,119쪽

칸트에게서 공공성은 모든 행위를 지배하는 "선험적 원리"이다. 자신의 목적에 모순을 일으키지 않기 위하여 "공공성을 필요로하는" 행위는 무엇이든 간에 정치와 구너리를 결합한 행위임을 기억해야 한다. -120쪽

판단, 특히 취미 판단은 항상 타인과 타인의 취미를 반성하는 가운데, 그들이 내릴 수 있는 가능한 판단들을 고려하게 된다. -132쪽

상상력의 작용에 의해 ... 직접적 감각작용으로부터 분리되며 더 이상 작업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상을 판단한다. ... 상상력은 "반성작용"의 대상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 두번째 작용(반성작용)이 무엇을 판단하는 실제적 행위이다.-133쪽

승인의 행위가 기쁘게 하는 것이며, 바로 그 불승인의 행위가 불쾌하게 만드는 것이다. ... 그 기준은 소통가능성이며, 그에 대한 결정기준은 공통감각이다.-134,135쪽

상상력과 반성력은 ... 사적 조건들로부터 우리 자신이 해방될 수 있게 하며, 판단의 특수한 덕목인 상대적 불편부당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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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몹시 추운 날들이 유독 많았던 올 겨울이었는데, 아직도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입춘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났는데, 다시 추위는 시작되고...

 

자연의 추위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추위도 가시지 않았는데...

 

이 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데...

 

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주는 그런 함박눈 같은 존재. 삶이 보이는 창은 그런 책이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전문

 

추위를 더 춥게 만드는 그런 진눈깨비는 우리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을 나타낸다면, 함박눈은 어려운 현실에게 다가가 한 줌 위로를 건네는, 크지 않아도 함께 있어서 좋은, 그런 존재.

 

삶이 보이는 창은 잘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잘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앞에 말한 '잘사는'이 경제적으로는 부유하나 마음적으로는 가난한 사람을 의미한다면, 뒤에 말한 '잘사는'은 이 시에 나온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삶의 무게에 '잠 못 든' 경우도 많고, '깊고 붉은 상처'도 많은 삶을 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 곁으로 가 희망이 되어 주는 삶을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정말로 잘 사는 사람들 이야기,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이번 호에는 짧은 소설까지 실렸다. 노사상생을 주장하는 자본가들의 진면목을 요즘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학교 폭력과 연계지어 쓴 소설.

 

짧은 분량에 촌철살인의 풍자가 들어 있는 재미까지 살린 소설이다. 게다가 시도.

 

이런 문예작품 못지 않게 삶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덥혀주고 있다.

 

강추위가 며칠 또 지속된단다. 그럴 때,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어보자. 함박눈을 맞는 듯한, 또는 함박눈을 보는 듯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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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삶 1 - 사유 푸른숲 필로소피아 12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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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삶을 읽다.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과 상응한다고 하는데, 본래는 사유, 의지, 판단의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조건이 활동적 삶의 노동, 작업, 행위의 3부작이라면 이 책은 정신의 삶으로서 3부작인 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렌트의 돌연한 사망으로 완성되지는 못했고, 그래서 3부인 판단은 쓰여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아렌트의 유고 글들을 통해 판단을 추론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사유에 대해서 쓰고 있다. 무엇이 인간을 사유하게 했는가라는 장을 보면, 아렌트는 우리가 사유하게 된 원인을 그리스, 로마 등을 통해 찾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경외로 인해서, 로마에서는 두려움에 의해서 사유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유는 이원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이 기억될 뿐이다.

 

현상세계와 나 사이의 간격을 인정하고, 이 간격을 메꾸려는 노력이 바로 사유의 활동이라고 한다면 사유는 행위와 뗄레야 뗄 수 없게 되고, 이 사유는 언어를 통해서 나타나기에 우리는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언어의 발현 중에서도 은유에 집중하고 있는데, 은유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보이게 만드는 언어능력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유없음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중간에 언급되어 있는데, 무사유가 판치는 사회에서는 기존의 규정을 지키려는 모습만이 나타나기에, 그 규정에 대한 비판적인 사유를 하지 않기에 사람들을 쉽게 광기로 이끌 수 있다는 말들이 문제적이다.

 

그러나 정신의 삶은 상당히 철학적이다.

 

소크라테스부터 니체, 하이데거 등을 알아야 잘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칸트와 헤겔은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방대한 서양철학의 흐름이 머리 속에 들어있을 때 아렌트의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대학 강의 자료였다는 점이 일반인들이 읽기엔 무리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역시 잘 이해하면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신에 대해서, 사유에 대해서, 의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판단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사유없음이 얼마나 세상을 안 좋게 만드는지 이미 겪었기에, 의지는 이미 다른 대상을 전제하고 있기에 우리는 정신의 삶을 추구하는 아렌트의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왜 우리는 사유를 해야 하는가. 이 사유가 의지와 판단과 어떻게 관련이 되며, 내 의지와 판단은 공적인 삶과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유가 나와 또다른 나와의 대화라면, 그래서 사유하지 않는 인간 정신은 죽은 것이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사유해야 한다. 그 사유를 하는 발판, 아니 사유에 대한 발판이 바로 이 책이리라.    

 

 

덧글

 

불행하게도 이 책, 품절이라고 나온다. 아렌트 읽기가 열풍이라고 하더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으니, 인문학적인 공부를 하기 힘든 세상인가 보다. 사유를 세상이 방해하고 있는지...그래도 헌책으로 구할 수 있다.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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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삶 1 - 사유 푸른숲 필로소피아 12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04년 2월
구판절판


사유는 현상세계에서 발생하며 여기에서 자연스러운 존재에 의해 말로 표현된다. 따라서 개념어를 수반하는 사유는 감각 경험에 나타난 세계,그리고 증거의 직접적인 지각이 존재할 수 없는 영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은유를 필요로 한다. ... 모든 감정은 신체적 경험이다.-57쪽

자기 현시는 살아 있는 존재가 간직하고 있는 모든 속성을 보여줄 수 있을 뿐이라면, 자기 표현은 어느 정도의 자각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이 자각은 정신 활동의 반성적 성격에 내재되어 있는 능력이며, 분명히 우리가 고등동물과 공유하고 있는 단순한 의식을 넘어서는 능력이다.-63쪽

나는 세계가 나에게 제공하고 있는 행위의 여러가지 가능한 대안들 중 특정한 것을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이른바 성격 또는 인격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통해 형성된다.-64쪽

모든 사상가는 아무리 탁월하다고 하더라도 "당신이나 나와 같은 사람"(플라톤)이며, 공통감을 잘 갖추고 생존하기에 충분한 상식적 추론을 이해하는 현상들 중의 한 현상이다.
... 사유야말로 우리들로 하여금 현상들을 꿰뚫어보고, 드러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가상인 현상의 정체를 밝힐 수 있게 해준다.-88,89쪽

지성은 감각에 나타난 것을 파악하고자 하며, 이성은 그것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인지의 최고기준은 진리이다. 그런데 인지는 자신의 기준을 현상세계로부터 도출한다. 우리는 감각지각을 통해 이 현상세계에서 우리의 태도를 취한다. ... 사유능력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질문하거나 그것이 전적으로 존재하는가를 질문하지 않고, 그것의 존재가 무슨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95쪽

사유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성의 본질에 속한다.-97쪽

사유하기, 의지하기, 판단하기는 세 가지 기본적인 정신활동이다.-109쪽

사유의 부재는 실제로 인간문제에서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인이며, 통계적으로 말하자면 다수가 아닌 모든 사람들의 행위에서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다.-112쪽

정신활동의 주요 특징은 비가시성이다.-113쪽

모든 정신활동은 감각에서 제외된 것을 자신에게 노출시키는 정신능력에 좌우된다. 실제로 부재하는 것을 노출시키는 상상력은 정신의 특이한 재능이다. 기억은 일반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저장하며, 이것을 생각하는 행위에 따라 유지한다. 반면에 의지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을 예상한다.-119쪽

가시적 대상을 비가시적 대상으로 변화시키는 상상력은 정신에 저장되기에 적합하며, 정신에 적합한 사유대상을 제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121쪽

사유의 경우에 현상세계로부터의 이탈은 유일하게 본질적인 전제 조건이다. ... 사유는 항상 기억을 함의한다.-122쪽

모든 사유는 멈춰서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123쪽

사유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감을 소멸시킨다.-133쪽

모든 사유는 경험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어떤 경험도 상상과 사유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의미를 생산하거나 일관성을 형성하지 못한다. 사유의 관점에서 볼 때, 단순한 대상성을 지닌 삶은 무의미하다.-136쪽

스스로 비가시적이면서 비가시적인 것을 다루는 정신활동은 말을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낸다.-152쪽

사물들에 명칭을 완전히 부여하거나 새로운 용어들을 만드는 일으, 세계를 전유하면서 사실 세계의 소외를 줄이는 인간적 방식이다. 우리는 결국 이 세계에 신참자나 이방인으로 태어난다.-155쪽

언어는 정신활동을 외부세계뿐만 아니라 사유하는 나 자신에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이다.-158쪽

모든 은유는 차이 속에 내재되어 있는 유사성의 직관적 자각을 발견한다.-159쪽

은유는 순수하고 외견상 불가능한 것을 전환하고, 실존적 상태인 사유사태로부터 현상들 중 하나가 되는 다른 상태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한다. 이것은 유추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160쪽

모든 철학적 용어는 은유이며, 사실상 농축된 유추이다.-161쪽

사유는 언어 속에 내재된 정신의 산물을 현실화하는 정신활동이며, 언어는 어떤 특별한 노력 이전에 정신활동을 위해 들을 수 있는 세계에서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안식처를 발견한다. ... 유추, 은유, 상징은 정신이 세계와의 직접적인 접촉점을 상실했을 때라도 세계를 유지하는 끈이며, 인간 경험의 통일성을 보장한다.-169쪽

은유를 필요로 하고 결핍된 존재의 일반적 욕정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은유의 모형은 모든 감각의 본질적 속성인 욕망이다.-172쪽

사유 언어는 전적으로 은유적이며, 그 개념적 틀은 전적으로 은유의 능력에 달려 있다. 은유는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그리고 현상세계와 사유하는 나 사이의 격차를 줄인다.-191쪽

삶의 숨결 없는 인간 육체는 시체이며, 사유하지 않는 인간 정신은 죽은 것이다.-192쪽

사유는 분열 상태에서 발생한다. 즉 철학은 조화의 필요성에서 발생한다. .. 실재가 해체되고 결과적으로 인간과 세계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사유는 발생한다.-236쪽

사유는 작용을 위해 자신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 유일한 활동이다.-251쪽

사람들은 무사유가 일상화된 곳에서는 고찰을 통해 비판하는 계기를 갖지 못한다. 때문에 무사유는 특정 시기, 특정 사회에 통용되는 규정된 행위 규칙을 지속시키는데 기여한다. -274쪽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에로스, 즉 지혜, 미. 정의에 대한 사랑에 의해 고무된 사람만이 사유할 수 있고 신뢰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278쪽

행위를 위한 기준은 다수에 의해 인지되고, 사회에 의해 합의된 통상적인 규칙이 되지 않으며, 나의 언행에 대해 사유할 시간이 다가왔을 때 내가 평화롭게 나 자신가 살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양심은 당신이 집으로 오거나 혹은 왔을 때,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의 기대이다.-297쪽

사유는 비가시적인 것, 즉 드러나지 않는 사물들의 표상을 취급하며, 판단은 항상 특정한 것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물들과 연관된다. 그러나 의식과 양심이 연관되어 있듯이, 사유와 판단은 상호 연계되어 있다. 무언의 대화 속에서 하나 속의 둘, 즉 사유는 의식에 주어진 동일성 내에서 차이를 실재화한다. ... 사유의 소용돌이의 구체화는 지식이 아니다. 그것은 아름다움과 추함, 옳음과 그름을 말하는 능력이다.-299쪽

과거와 미래 사이의 틈새는 성찰 속에서만 열리며, 성찰의 주제는 부재하는 것, 즉 이미 소멸되었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성찰은 이러한 부재하는 '영역들'을 정신의 현전으로 끌어들인다. ... 사유활동은 시간 자체에 대한 투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는 사유한다. 현상세계 속의 일상적 삶의 연속에 의해 더이상 수행되지 않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는 자신들을 순수한 실체로서 드러낸다. 따라서 그는 그를 앞으로 몰아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를 뒤로 밀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자각할 수 있게 된다.-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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