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데, 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몹시 추운 날들이 유독 많았던 올 겨울이었는데, 아직도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입춘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났는데, 다시 추위는 시작되고...

 

자연의 추위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추위도 가시지 않았는데...

 

이 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데...

 

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주는 그런 함박눈 같은 존재. 삶이 보이는 창은 그런 책이다.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전문

 

추위를 더 춥게 만드는 그런 진눈깨비는 우리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을 나타낸다면, 함박눈은 어려운 현실에게 다가가 한 줌 위로를 건네는, 크지 않아도 함께 있어서 좋은, 그런 존재.

 

삶이 보이는 창은 잘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니 잘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앞에 말한 '잘사는'이 경제적으로는 부유하나 마음적으로는 가난한 사람을 의미한다면, 뒤에 말한 '잘사는'은 이 시에 나온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삶의 무게에 '잠 못 든' 경우도 많고, '깊고 붉은 상처'도 많은 삶을 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 곁으로 가 희망이 되어 주는 삶을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정말로 잘 사는 사람들 이야기, 그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이번 호에는 짧은 소설까지 실렸다. 노사상생을 주장하는 자본가들의 진면목을 요즘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학교 폭력과 연계지어 쓴 소설.

 

짧은 분량에 촌철살인의 풍자가 들어 있는 재미까지 살린 소설이다. 게다가 시도.

 

이런 문예작품 못지 않게 삶의 이야기들이 마음을 덥혀주고 있다.

 

강추위가 며칠 또 지속된단다. 그럴 때, 버스 안에서, 전철 안에서 이 책을 읽어보자. 함박눈을 맞는 듯한, 또는 함박눈을 보는 듯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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