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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삶 1 - 사유 ㅣ 푸른숲 필로소피아 12
한나 아렌트 지음, 홍원표 옮김 / 푸른숲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의 삶을 읽다.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과 상응한다고 하는데, 본래는 사유, 의지, 판단의 3부작으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인간의 조건이 활동적 삶의 노동, 작업, 행위의 3부작이라면 이 책은 정신의 삶으로서 3부작인 셈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렌트의 돌연한 사망으로 완성되지는 못했고, 그래서 3부인 판단은 쓰여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아렌트의 유고 글들을 통해 판단을 추론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사유에 대해서 쓰고 있다. 무엇이 인간을 사유하게 했는가라는 장을 보면, 아렌트는 우리가 사유하게 된 원인을 그리스, 로마 등을 통해 찾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경외로 인해서, 로마에서는 두려움에 의해서 사유를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유는 이원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만이 기억될 뿐이다.
현상세계와 나 사이의 간격을 인정하고, 이 간격을 메꾸려는 노력이 바로 사유의 활동이라고 한다면 사유는 행위와 뗄레야 뗄 수 없게 되고, 이 사유는 언어를 통해서 나타나기에 우리는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언어의 발현 중에서도 은유에 집중하고 있는데, 은유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보이게 만드는 언어능력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유없음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중간에 언급되어 있는데, 무사유가 판치는 사회에서는 기존의 규정을 지키려는 모습만이 나타나기에, 그 규정에 대한 비판적인 사유를 하지 않기에 사람들을 쉽게 광기로 이끌 수 있다는 말들이 문제적이다.
그러나 정신의 삶은 상당히 철학적이다.
소크라테스부터 니체, 하이데거 등을 알아야 잘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칸트와 헤겔은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하고.
방대한 서양철학의 흐름이 머리 속에 들어있을 때 아렌트의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에 대학 강의 자료였다는 점이 일반인들이 읽기엔 무리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역시 잘 이해하면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정신에 대해서, 사유에 대해서, 의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 판단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사유없음이 얼마나 세상을 안 좋게 만드는지 이미 겪었기에, 의지는 이미 다른 대상을 전제하고 있기에 우리는 정신의 삶을 추구하는 아렌트의 고민을 공유해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왜 우리는 사유를 해야 하는가. 이 사유가 의지와 판단과 어떻게 관련이 되며, 내 의지와 판단은 공적인 삶과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유가 나와 또다른 나와의 대화라면, 그래서 사유하지 않는 인간 정신은 죽은 것이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사유해야 한다. 그 사유를 하는 발판, 아니 사유에 대한 발판이 바로 이 책이리라.
덧글
불행하게도 이 책, 품절이라고 나온다. 아렌트 읽기가 열풍이라고 하더니,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으니, 인문학적인 공부를 하기 힘든 세상인가 보다. 사유를 세상이 방해하고 있는지...그래도 헌책으로 구할 수 있다. 충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