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시간에 소설쓰기 1 국어시간에 소설쓰기 1
김은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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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소설쓰기"라는 책이 나왔다. 사실 국어시간은 쓰기 시간이라기 보다는 읽기 시간이고, 더 엄정하게 말하면 읽기 시간이라기 보다는 문제풀이 시간이라고 해야 옳다.

 

문제풀이가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읽고 해결하는 풀이였으면 좋겠는데, 그런 풀이가 아니라 오로지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문제풀이, 대학입학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문제풀이였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많은 글을 읽어도 정작 삶에서는 문제가 무엇인지 읽을 힘이 없으며, 국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고 해서 사고력이나 창조력이 높아지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을 읽었다고 해서 정서가 풍부해지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등 감수성이 계발되지도 않는다.

 

이것이 지금까지 국어교육에서 해온 읽기 중심 교육이다.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읽기 교육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런 움직임이 수행평가와 맞물려 말하기와 쓰기가 어느 정도 학교 현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는데...

 

대체로 말하기는 소개하기나 아니면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발표로 역시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말하기는 되지 못하고 있었으며, 쓰기 또한 시 쓰기나 수필, 또는 보고서 쓰기 등으로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글쓰기를 할 수 있었으나 이상하게도 점수를 위한 글쓰기로 끝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반성하고 오히려 전문적인 작가들만이 쓴다고 생각하기 쉬운 소설을 가지고 중학교에서 수업한 결과물이 나왔다.

 

소설이 반대로 더 쓰기 쉽고, 아이들의 삶에 더 밀접하게 다가가며, 소설을 쓰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는다는 주장을 직접 아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또 저자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소설쓰기 수업을 했는지는 앞부분에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수업을 어떻게 했는가 하는 방법론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만을 알려주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이 응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성공하고 있다고 본다.

 

자신의 이론을 가능하면 간략하게 줄이고, 수업의 결과물을 직접 제시하며 여기에서 소설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찾게 하고 있다. 즉 학생들 작품을 제시하고 이런 작품들을 통하여, 인물, 사건, 배경, 주제, 문체 등을 찾게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또래 학생들이 쓴 작품을 읽고 자신과 동떨어진, 너무도 전문적인 소설이 아닌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고, 또 더 편하게 작품에 접근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교사나 어른들은 이런 학생들의 작품을 통하여 학생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요즘 학생들 사회의 문화가 어떤지를 알 수가 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작품들이 대부분 학생들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쓴 소설이기 때문에 학생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이런 작품들만큼 좋은 것은 없다. 학생들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이런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자신도 소설을 쓴다면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있게 성찰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성적, 왕따, 경제적 문제 등등. 학생들은 아직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이들 작품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어쩌면 이 책에 실린 작품을 쓴 학생들은 이런 소설 수업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문제해결책을 찾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읽기나 쓰기 수업. 단지 시험을 위한 수업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과정임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의 삶, 고민을 알고 싶은 부모들, 이 책을 읽으면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청소년 작품집이라는 책을 읽는 것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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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 - 이상의 <오감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황현산 외 지음 / 수류산방.중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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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상이다. 21세기가 되었는데, 20세기에 살면서 19세기에 눌려 살았다는 그를 우리는 21세기에도 연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상 문학은 아직도 연구할 거리들이 무궁하다.

 

어쩌면 그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문학에서 그만큼 연구가 많이 되고 있는 문인도 없을테니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상은 우리 문학에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서 연구할 거리들이 넘쳐나고, 그로 인해서 자신의 학자적 위상을 확립하는 사람도 많으니 말이다.

 

이런 축복을 준 이상의 삶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었겠고, 또 그가 당대에 인정을 받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물론 선구자들은 당대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냉대를 당하기도 하니,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테지만, 빗발치는 독자들의 항의 속에서 자신이 계획했던 시들을 모두 내보이지 못햇던 이상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 그의 작품 중에 가장 문제적이었던, 어쩌면 소수의 사람들이 극찬을 했던 작품 "오감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라는 제목으로, 오감도 연작시 한 편 한 편을 각자 다른 사람들이 해석한 글을 모은 책이 나왔다.

 

"오감도"

 

한때는 조감도를 식자공이 잘못 인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던 제목이었는데, 신문에 무려 10회가 연재될 동안에 계속 오감도로 인쇄되었으니, 언어에 민감했던 이상이 제목이 오타로 잘못 나왔다면 그 다음 호부터 바로잡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게다가 일본어로 쓰여진 시에는 "조감도"라는 시가 있다고 하니, 이상이 의도적으로 "오감도"라고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그 시.

 

이 제목으로 인해서 작품의 내용이 결정되었다고 보아도 좋은 시. 새 조(鳥) 자를 까마귀 오(烏)자로 한 획만을 빼어버렸을 뿐인데, 위에서 조망하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제대로 조망이 되지 않는 캄캄한 모습이 연상되는 그런 시로 바뀌어버렸으니...

 

이것이 이상의 오감도 연작시 15편을 해석하는데, 제목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 같은 제목으로 묶여 있으니, 이들 시의 연관성을 생각해 보아야만 하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상의 오감도 시 15편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각 시들을 분석하는데, 기존에 해왔던 연구들을 정리해주고 있어서 이상 시를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해석해왔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현학적이지 않다는 점이 좋다. 이상 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상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쓰여 있다. 그래서 이상 문학을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아직도 해석할 여지가 많은 이상 작품 중에서 특히 오감도를 이렇게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을 하고, 또 오감도 전편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신문 기사를 영인 형식으로 실어준 것도 좋았고.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이상 문학의 세계. 그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 준 책.

 

덧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이 책 107쪽에서 오감도 시 제2호를 검토하는 내용에서 '이 시에 나가 18번, 아버지가 17번 나오기 때문에'라고 되어 있는데, 시 제2호를 살펴보면 아버지라는 말이 18번 나오는데, 왜 17번이라고 했는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세어보아도 '나'도 18번, '아버지'도 18번이던데.. 그래서 나오는 빈도를 가지고 '수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압도한다'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다.

 

또 162쪽 오감도 시 제5호와 진단(診斷)이라는 시를 비교하고 있는 부분에서 이 부분이 계속되는데, 이상하게 진단이라는 제목의 한자어를 진단(診斷)이 아니라 진단(謬斷)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진(謬)자는 '진'자가 아니라 '류'자 아니던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사진으로 인용된 시의 제목을 보면 분명 진단(診斷)으로 되어 있는데, 이런 오타가 나는 이유가 뭔지...

 

그리고 한 가지 의문점. 영인된 사진을 보니 오감도 시 제15호에 완(完)이라고 되어 있다. 이상은 2000점에서 30점을 골랐다고 했는데, 이 시가 연재되는 도중에 엄청난 독자의 반발에 휩쓸리게 되었고, 그래서 중간에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발표된 15편은 30편으로 기획된 시들 중에서 일부일텐데, 완(完)이라고 신문에 나간 것은 이상이 더이상 발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다시 30편 중에서 나머지를 추렸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신문사에서 더이상 이상의 시를 연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완(完)이라고 한 것인지... 하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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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 부품 비리 문제로 몇 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 날이 많이 무더워지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심각한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연일 언론에서 떠들어 내고 있다.

 

예비 전력이 관심 단계라는 둥 하여간 며칠 간 계속 전력에 대한 문제를 방송에 내보내고 있는데...

 

원자력 발전이 전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원자력이라는 것이 다른 말로 하면 핵인데, 게다가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그런 큰 사고가 났는데, 아직도 원자력, 원자력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 역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을 가동 중지했지만 심각한 전력난을 겪지는 않았는데,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호들갑을 떠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고 하는 건지, 원자력 발전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부품 비리라는 부분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원자력이 대안이 아니라고, 다른 대안 에너지가 많다는 주장이 예전부터 많았는데, 우리는 너무나 무관심하게 지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만을 바라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이 참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지하고 있는 이 때, 우리들의 생활이 어떠한지 철저하게 성찰을 하고, 정말로 지속적인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지.

 

예전에 나온 책이지만 에너지 대안을 찾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우리는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다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에 타도 있다는 경고를 많이 듣고 있음에도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에너지 공급의 방법을 바꾸려는 근본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지 눈 앞에 선하다.

 

언론에서도 또 학자들도, 시민들도 우리의 생활을 성찰하고, 원자력이 아닌 다른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 원자력 발전소가 멈춘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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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과 학습혁명 - 뇌과학에서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
테리 도일 지음, 강신철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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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에서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

 

참 자극적인 문구다. 누구에게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있는 말이기도 하고.

 

우리나라같이 교육에 목 매달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광고 문구 찾기도 힘들겠단 생각이 든다.

 

요즘 유행하는 뇌과학과 학습을 연결시키되, 뇌과학에서 찾아낸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라고 하니,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무리 뇌과학 운운해도 공부에 흥미가 없다면 학습은 일어날 수 없다. 우리 말에도 있지 않은가.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고. 물을 마시는 주체는 결국 말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의 주체는 바로 학생이다. 이 학생이 공부를 하겠다는 의욕을 갖게 하는 학습법이 가장 좋은 학습법 아니겠는가.

 

프랭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어떤 효과도 발휘할 수 없고, 반대로 자신의 일에 의미를 발견한다면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의미를 발견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뇌과학에서 찾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발전되어온 뇌과학을 빌려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학습에 의욕을 갖고, 또 학습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그렇게 찾은 의미를 효과적인 학습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어찌보면 참 단순한 주장이기도 하다.

 

수업을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하라.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왜 사람은 주체로 활동할 때 뇌가 더 활발히 활동을 하며, 자신이 주체가 되었을 때 학습의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추진해나갈 힘을 얻기 때문이다.

 

뇌도 마찬가지다. 주체가 되었을 때 스스로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때 뇌 활동에 좋다는 것들을 이야기해주면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 욕구가 실천으로 옮겨지면 뇌는 더욱 강화되고, 따라서 학습 효과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그러니 효과적인 학습법은 첫째 학생을 주체가 되게 하라이다. 둘째는 학생들의 뇌를 활성화시킬 방안들을 실행하라이다. 뇌는 근육과 마찬가지로 자꾸 써야 강화가 되니, 뇌를 끊임없이 자극해야 한단다.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보다는 조금은 신경을 쓰는 문제를 푸는 것이 뇌에 더 좋다는 얘기가 되고, 또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접하는 것이 뇌에 더욱 좋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우리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를 뇌과학을 통해 더욱 설득력 있게 얘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것에 더하여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운동 직후에 뇌가 활발히 활동을 한다는 사실, 또 충분한 수면이 학습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는 사실. 수면을 통해서도 뇌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이 잠을 잘 때 해결이 되는 수도 있다는 사실. 이는 운동과 명상을 강조하는 뇌과학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대학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들을 대상으로 썼지만 중고등학교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저자도 대학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한 교육 실험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맹신하지는 말자.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학생들이 이해하는 일이다. 즉 학습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다. 그것도 뇌과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우선 우리는 도대체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는 공부의 의미를 알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도 이런 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학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뇌를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학습을 하도록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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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11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 오월의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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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라고 한다. 그런데 읽으면서 이 말들의 순서가 바뀌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수자들의 이야기라고.

 

왜냐고, 사람들은 누구나 같지 않기 때문이고, 누구나 평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범을 바탕으로 비범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범이 평범하지 않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면, 사람들은 누구나 비범하다.

 

사람이라는 공통점 위에 우리는 서로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성으로 인해 우리는 나와 너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런 개성이 없다면 '사람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라는 맑스의 유명한 말이 성립할 수 없었으리라.

 

이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소수자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그리고 이들과 만남을 추구한 일을 '변두리스토리 프로젝트'라고 했단다. 변두리라고 한 이유는 이들의 삶이 중심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은 모두 변두리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 말은 우리들 삶이 모두 변두리라면 이는 우리들 삶이 모두 중심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라이프니츠의 단자를 생각하면 된다. 물론 라이프니츠는 창문이 없는 단자(monad)를 생각했지만, 우리들의 삶은 창문이 있는 단자다.

 

그래서 이 단자들은 그 자체로 완결된 존재고, 다른 어떤 존재에 비해서 열등하다거나 우월하다거나 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인권의 출발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차별을 이야기하고, 변두리를 이야기하고, 소수자란 이야기를 한다. 왜 그럴까? 이는 눈에 보이는 차별 말고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21세기가 되고, 전세계적으로 인권 인권 하다보니 이상하게 인권을 겉으로는 흉내를 내고 있는데, 이것이 단지 흉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소수자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만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알게 모르게 우리는 많은 차별 속에서 살게 되는데, 이 차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래서 책 제목이 수신확인이다. 차별이 어떤 건지 이들은 이야기를 한다. 끊임없이 말을 통해서, 행동을 통해서, 표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는데, 이 말이 상대방에게 수신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수신이 되는 경우는 바로 상대방의 귀가 열려 있을 때다. 귀가 열린다는 얘기는 마음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상대방이 완결된 단자이지만, 이 단자에 다른 단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문이 있다는 얘기다.

 

소수자는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내고 있다. 그것을 상대가 받아주길 바라면서. 그럼에도 많은 경우 지나치고 만다.

 

이 책에 나와 있는 트랜스젠더, 이주민, 장애인, 레즈비언, 비정규직 노동자, 비혼모, 감염인들이 겪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쩌면 내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차별의 순간들이 무척 많았겠단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아직 수신이 되지 않았던 거다. 그들의 이야기가. 그들의 삶이. 또다시 이런 책을 통해 그들의 삶을 엿본다.

 

호기심이 아니라 그들의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니기 위해서. 나라는 단자에 창문을 달기 위해서.

 

나라는 단자에 창문이 달리면 그 때는 이제 좀더 많은 소통들이 이루어지겠지. 단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는 사실.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많은 관계들이 삶을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차별도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고 상당히 복합적으로 다가온다는 사실. 때로는 풀지 못하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게 다가온다는 사실.

 

그럼에도 그 매듭은 풀려야 한다는 사실. 매듭이 풀리지 않으면 그들의 삶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내 삶도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빼기가 아니라 더하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평범하다. 이 평범에 남들과 다른 것들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는데, 우리들은 그것들을 빼는 것이 아니라 더해야 한다는 사실. 그것들을 더했을 때 우리들의 삶은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는 사실을 이 책은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는 더하기보다는 빼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사회구조가 아직도 차별 쪽으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가 얽혀 있다는 마지막 이야기처럼, 서로가 얽혀 있음을 아직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야 할 길을 가지 않아서는 안되지 않은가? 책 표지에 있는 눈물 한 방울, 이런 눈물 한 방울의 의미를 이해하고, 앞으로 이러한 차이들이 우리들의 삶을 더 풍부하게 한다는 더하기 정신을 가질 수 있게, 그래서 다음 책은 수신확인, 그래놓고 환하게 웃는 표지가 되게...

 

각자, 자기가 있는 장소에서 한 번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보길...

 

나 역시 내가 있는 장소에서 내 삶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단지 생각만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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