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은 근본주의다.
이렇게 말하니 무언가 대단한 것 같다. 무서운 것도 같다. 타협을 모르는, 웬지 꽉 막힌 그러한 잡지 같다.
몽상가들의 모임 같기도 하고... 실현 불가능한 일을 이야기하는 동키호테들의 모임 같기도 하고, 또 그냥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주의에만 몰두하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그러나 근본주의에는 원칙이 있다. 아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이 있다. 그래서 녹색평론은 근본주의를 포기하지 못한다. 이 때의 근본주의는 꽉 막힘이 아니라, 우리 삶이 지향해야 할 목표가 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늘 앞서서 문제제기를 녹색평론이 해오지 않았던가.
환경이니 생태니 하는 문제를 떠나서도 녹색평론은 삶의 기본적인 모습에 대해서, 어떤 것이 사람다운 삶인지에 대해서, 공존하는 삶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지 않았던가.
이제는 핵이니 생태니를 떠나서 우리 사람들이 존엄한 삶을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고민이 "기본소득"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의견. 얼핏보면 공상에 불과할 주장으로도 보인다. 노인들에게 기초연급을 20만원씩 주자는 공약을 내세우고도 재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이 현실에서, 노인도 아니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돈을 주자고 하는 주장은 공허하게도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면 그 사람은 적어도 굶어죽을 걱정은 하지 않으니 자신의 삶을 충분히 누릴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돈이라는 것은 지금 모자라지 않는다. 넘치고 있는데, 그 넘침이 생산적이지 않은 부분으로 모여들어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에 무상급식도 무슨 무상급식이냐, 왜 부자들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하느냐, 무상급식을 하면 일하지 않고 얻어먹으려는 습성만 들게 된다는 둥 많은 반대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어떤가, 무상급식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 않은가.
이와 마찬가지로, 기본소득도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으며, 또한 이것이 실현이 되면 삶의 질이 상당히 높아질 거라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진보정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이미 외국에서는 이런 주장으로 상당한 득표를 하고 있는 정당이 있음에도, 이상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래, 녹색평론이 얼마 전부터 계속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들이 근본주의에 빠져 있어서가 아니라, 이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되돌려지지 않고 앞으로 주욱 나아갈 것이다.
우리 사회에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녹색평론. 이번 호 꼼꼼하게 읽으면 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하는지, 그것을 우리는 반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밀고 나가야 함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일리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