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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하고 다시, 기자 - 권력의 비리를 감시하고, 추적하고, 고발하는 기자, 장인수의 취재 열전
장인수 지음 / 시월 / 2025년 1월
평점 :
이 책에 실린 장인수 기자의 취재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검찰은 여전히 막강하고, 언론 역시 입맛에 맞는 기사를 중심으로 내보내고 있으니.
하지만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검찰과 언론의 실체를 알렸으니.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이 되어야 해결을 할 수가 있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해결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니. 그러니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문제에 대해 눈 감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기자다.
삼권분립이라고 입법, 행정, 사법이 각자 독립된 영역으로 자신들의 권한을 행사한다면, 이를 총체적으로 살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래서 언론을 제4부라고도 한다. 앞에 있는 3부가 자신들의 일을 충실히 하면 된다고 하지만, 자신들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있다. 자신들의 관점 속에 묻혀 전체를 보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충실이라는 말에는 현재의 가치에 충실한다는 말보다는 미래를 보고 발전적인, 지향적 관점을 지닌 충실이란 말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아는 것이 없는데 부지런한 지도자는 정말로 사회를 힘들게 한다고... 이런 지도자를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때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 언론은 3부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일반 사람들이 어떤 삶을,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그런 일반 사람들의 바람에 맞는 역할을 3부가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언론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면 3부 역시 자신들의 역할에만 빠져 전체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언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언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어보면 아니다, 언론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그래서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조차도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사실이 공익에 부합하고,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임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이때 주로 권력은 행정부와 사법부다) 보도를 하지 않거나 축소하고 순화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는 그러한 보도들이 나와 있다. 권력자와 검찰과 언론이 관계된 사건들이다.
디올백 사건, 7시간 녹취록, 검언유착, 고발사주, 언론사 사주 자식의 갑질, 간첩조작사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또는 꼭 알아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했던 사건들을 취재하는 과정, 보도하는 과정, 또는 보도가 불발되는 과정이 이 책에 나와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사건을 쓰고 있어서 이런 과정이 생동감 있게 전달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소위 지상파라고 하는 방송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인터넷 매체보다 더 몸을 사리고,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점. 이런 자세로는 공익을 실현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권의 파수꾼이나 또는 남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기를 한다면, 그런 기자들을 기자라고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널리 퍼진 '기레기'라는 말이 왜 나오게 되었는지를 기자들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신의 취재기를 알리는 책이기도 하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여기에 무엇보다도 강한 세력이 된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왜곡된 행태를 보였는지도 보여주고 있으므로, 검찰 개혁이 필요함도 잘 보여주고 있고.
단지 검찰만이 아니다. 간첩조작사건같은 경우를 보면 법원(판사)들까지도 과연 제대로 된 판결을 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그들 역시 문구에 매여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구만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이라는 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니 이들을 견제할 세력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하는데, 참, 말이 쉽지. 이 책을 읽어보니 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든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큰 사건들, 그 사건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다. 직접 취재했던 기자가 자신의 취재 내용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그리고 권력을 쥔 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이리저리 잘 빠져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검찰개혁, 언론개혁이 필요함을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