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검사들 - 수사도 구속도 기소도 제멋대로인 검찰의 실체를 추적하다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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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에 대한 불신 시대. 법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는 좋지 않지만, 법이 무시당하는 시대 역시 좋지 않다. 


예전에 함무라비 법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법이라는 말을 듣고 와, 무시무시하다 했다가, 그것이 아니라 당시에 과도하게 자행되던 힘이 있는 자들에 의한 법 집행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 것, 자신의 죄보다 더한 벌을 받지 않도록 한 법이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보고서, 아, 법이란 이런 것이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내용을 다르게 바꾸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이고, 그 말은 곧 인권보호라는 말이다. 인권보호가 법이 우선하는 가치여야 한다는 것, 인권보호를 우선한다면, 그 법은 당연히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것이고, 사익(私益)이 아닌 공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 첫부분에 바로 이러한 법에 대한 이야기, 법 중에서 검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법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세 집단, 판사-검사-변호사 중에 검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법조인이라도 검사가 가장 큰 힘을 지니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판사가 아니라 검사라고? 판결을 판사가 하는데? 판결은 판사가 하지만 검사가 기소를 해야만 재판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소를 할 수 있는 집단이 검찰뿐이었다. 지금은 공수처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일반 사건에 관한 기소 권한은 검찰만이 쥐고 있다. 여전히. 따라서 일반인들에게는 판사보다는 우선 검사가 더 어렵고 두렵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힘센 사람으로, 권력을 쥔 사람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면 검찰은 어떠해야 하는가? 어떤 자세로 일반인들을 대해야 하는가? 저자인 최정규는 '검찰제도의 핵심은 첫째는 시민들의 인권보호, 둘째는 권력으로부터의 분리다. 이 두 핵심을 가장 잘 담은 표현은 "공익의 대표자"다'(26쪽)라고 하고 있다.


인권보호? 검찰이? 아마, 인권이 유린당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찰(서, 청)과 검찰(청)을 들 것이다. 우리 역사를 보면 그곳에서 엄청난 인권유린이 있었고, 인권유린은 곧 권력과 유착된 검찰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공익의 대표자가 아니라 권력의 대변인, 아니 권력의 사냥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권력이 물라고 하면 무는 역할, 수많은 조작 사건들을 보라. 또 힘없는 사람들의 사건은 무시하던 행태를 보라. (이 책에는 그러한 수많은 사건들이 예로 나오고 있다.) 그래서 검찰은 시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 조직이었다. 지금도 신뢰를 회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 벌어진 여러 사례들을 보면 검찰은 더더욱 신뢰를 잃어가고 있으니...


저자가 이 책에서 들고 있는 사례들을 보면 저런 검찰이 법을 집행한다고 여태까지 우리나라를 좌지우지했다는 말인가 하는 한탄이 나온다. 저런 검찰을 민주화되었다고 했던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가만 놓아두었는지, 검찰 개혁, 검찰 개혁, 정말 말이 많았는데, 무엇이 개혁되었지 하는 생각.


검찰 개혁을 누가 하지? 당연히 정치권에서 하는 줄 알았다. 검찰 개혁을 내세우며 당선된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래서 믿었다. 믿었는데, 믿음은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이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간 변호사로 검찰과 법원을 많이 접했던, 피해자의 처지에서 검찰과 법원을 바라봤던 변호사의 말이다.


첫째, 검찰 개혁은 정치인의 손에 맡길 수 없다.

둘째, 검찰은 스스로 개혁될 수 없는 조직이다. (284쪽)


왜냐? 아직도 그들에게는 기소독점권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독점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검사의 기소독점권을 나누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개혁이 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검사들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 등 사건 관계자는 수사 진행 중 담당 검사와 면담을 요청할 수 있다. 담당 검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면담 의무 규정, '시민 문전 박대 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263)라는 저자의 말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검찰청 민원실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민원실에서 민원을 제기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자신의 사건을 검사에게 이야기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변호사조차도 검사를 직접 만나기 힘들다고 하니, 물론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들은 예외다) 상황에서 인권보호? 될 리가 없다. 


하여 검찰 개혁, 큰 것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앞에 언급한 검사의 면담 의무 규정이라든지, 또 민원실에 검사들이 직접 근무하게 한다든지 (하하, 검사님들이 그런 감정노동을 하시려고 할지?, 이 책에 보면 연구하는 법무연수원에 가는 것조차 좌천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시니), 기소를 독점하지 못하게 서구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소 대배심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또 검찰에 수사를 하게 하는 수사심의위원회법을 좀더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하든지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잘 보면 정치인들이 해야 한다. 검찰은 스스로 하지 못할 테니까. 지금은 대의제 민주주의니, 정치권에서 이러한 제도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한 압력을 누가 넣을 수 있는가? 바로 시민이다. 시민들의 압력이 강해지면 정치권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표를 의식하니까. 그러니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주체는 시민이다. 저자가 바로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 없는 검사들]이란 말은 '시민들에게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285쪽) 검사들이라는 말인데, 이들도 자신들의 공을 내세울 때는 기자들을 앞세우고 언론에 자신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들의 얼굴은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 또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이런 모습을 없애는 것, 그것부터 검찰 개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 제목을 다르게 읽었다. 얼굴은 곧 낯이고, '얼굴 없는'은 '낯짝이 없는'이라고. 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다시 얼굴은 체면이고, 체면은 예의와 염치니' 얼굴 없는'은 '예의와 염치가 없는, 부끄러움이 없는'이라고 읽었다.


이젠 그런 얼굴 없는 검사들 없어져야 한다. 권력욕이 아니라 인권보호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사람이 검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권력 눈치를 보지 않는다. 지금도 그런 검사가 왜 없겠냐마는, 검사라는 집단이 지금까지 그러하지 않았으니, 도매금으로 넘어간 다른 검사들에게 미안한 일이다. 얼굴 없는 검사들은 열심히 일하는 검사다운 검사에게 미안해 해야 한다. 시민들에게는 미안해하는 것은 당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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