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돌 키우기
한승원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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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가 평생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통의 자서전처럼 내용을 길게 서술하지 않고, 제목마다 짧은 글을 싣고 있다.


길어야 4쪽을 넘기지 않는 글들이 모여 작가 한승원의 삶을 보여준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 80을 넘은 나이까지의 삶.


작가의 삶을 알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할까? 아마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그 점을 떠나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으면 또다른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가로 만난 기억이 자꾸만 사실과 허구를 넘나들게 한다. 그러다가 그의 작품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뒤로 갈수록 자신의 작품, 특히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정약전, 정약용, 원효, 초의 선사'를 다룬 소설들 이야기를 읽으면 그 작품들을 창작한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다.


여기에 작가의 가족 이야기. 이미 한승원은 한강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한승원의 딸 한강에서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이라고 불리게 되니, 아버지이자 선배 작가인 한승원 처지에서는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을 터이다.


자기를 넘어서는 자식을 보는 일, 부모의 기쁨일테고, 자신보다 더 알려지는 소설을 쓰는 자식을 보는 일은 작가로서도 기쁜 일일테니 말이다. 여기에 이름이 한강보다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규호(큰아들)와 한강인(작은아들) 역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집안이 예술가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전라도 섬에서 자란 한승원, 자신은 바다에 관해서는 동시대 작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쓸 수 있다고 한 사람. '목선'으로 작가로 등단했다고 할 수 있으니, 이는 젊은 시절 자신의 경험을 소설 속에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그 작품을 출발점으로 자신이 겪어왔던 일들을 소설을 통해서 풀어내지만, 참여냐 순수냐 하는 논쟁에서는 어느 쪽에도 발을 딛지 않고 예술은 진리 구현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활동에만 매진했다고 하는 그.


제목인 '산돌 키우기' 세상에 돌을 키울 수 있나? 하지만 한승원이 어렸을 적에 동네 형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산돌이라고 키울 수 있는 돌이 있다고, 대신 바르게 지내야 돌이 자란다고.. 그 돌을 키우기 위해 남 몰래 노력했던 모습. 그것이 비록 거짓이었을지라도... 한승원의 삶은 그 산돌 키우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산돌을 키우기 위해서 지녀야 했던 마음가짐과 행동이 결국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니 제목을 '산돌 키우기'라고 했겠지.


산돌 키우기라는 말을 바꾸면 진리 찾기, 진리를 행하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 진리를 담아야 한다는 말. 작품을 통해서 인류에게 진리를 안겨줄 수 있는 작가로 살아가려고 하는 모습.


그런 모습이 나중에 역사적 인물을 소설을 통해 형상화함으로써 나타나게 된다. 그가 참여냐 순수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모습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산돌 키우기 방법을 이 자서전에 나와 있는 대로 소개한다. 어릴 적 이런 거짓에 속아넘어간다면, 그 또한 자연스레 윤리를 익히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하얀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저절로 바른 행동을 하는 하는 그런 거짓말. 


"그늘진 땅속에 묻어놓고 쌀이나 보리 씻은 뜨물을 날마다 한번씩 부어주어야 하는데, 그때부터는 절대로 파보아서는 안 되고, 참을성 있게 자라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산돌을 키우는 사람은 남의 못자리 논에 돌을 던진다거나, 남의 감을 따먹는다거나, 남의 수수모가지를 자른다거나, 누구를 때린다거나, 뱀이나 개구리를 잡아 죽인다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 거지가 밥을 얻으러 오면 후하게 곡식을 퍼주기도 하고, 맛있는 것은 동무하고 나눠 먹고, 책도 돌려 보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싸우지도 말고, 양보를 하고 …… 그래야 그 돌이 쑥쑥 잘 자란단다." (72-73쪽)


이 산돌을 한승원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노년에 다시 마당에 심는다. 그에게 산돌 키우기는 거짓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진실, 진리였다.


"망구(83세)의 나이인 나는 내 토굴 뜨락에 산돌 하나를 묻어놓고 키운다. 그 돌이 내가 저 세상으로 떠나간 다음에 보라색 자색의 유리 기둥처럼 자라기를 희망하며." (75쪽) 


작가 한승원. 그는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시도 써서 발표를 했고, (어쩌면 이 점에서 딸인 한강도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강 역시 소설과 시를 함께 쓰고 있으니) 대학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 그런 삶 속에서도 작가로서의 길을 잃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써온 사람. 그런 한승원의 삶에 대해서 이보다 더 잘 말해줄 수 있는 책은 없으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한승원의 작품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 한 편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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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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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책 한 권에 모았다. 그리고 미술관처럼 분류를 했다. 미술관에 전시실에 따라서 작품들이 배열되어 있듯이, 이 책에도 각 전시실을 마련하고 작품들을 배치했다.


그래서 각 관에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작품에 대한 풍부한 설명이 곁들여 있어서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작품 이해뿐만 아니라 작품들이 칼라로 인쇄되어 있고, 크기도 적당해서 그림을 감상하는데 좋다.


1관은 취향의 방이다. 앙리 루소, 한스 볼롱기에르, 에두아르 마네, 에드가르 드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다루고 있다.


2관은 지식의 방이다. 미술과 관련된 지식들을 알려주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뇰로 브론치노, 오노레 도미에, 조토 디본도네를 다루고 있다. 


3관은 아름다움의 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움에 더해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관이다. 마리 로랑생, 렘브란트 판레인, 프랑수아 부셰, 라파엘로 산치오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에 대해서 어디선가는 들어보았지만, 다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과연 아름다움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또는 당시에 천시되거나 무시되었던 존재들을 작품에 들여왔다면 그것 역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 아름다움의 방에도 어울리지만, 지식의 방에도 어울릴 그림...


이 그림에 여인이 등장한다는 사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여자의 이름은 히파티아... 고대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사람. 그리고 또 이 그림에 아랍인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스 철학을 아랍어로 옮기고 공부한 사람. 이븐 루시드.


'아테네 학당'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리스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이렇게 세계 철학(수학) 세계에서 알면 좋을 사람들을 함께 그렸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4관은 죽음의 방이다. 죽음을 다룬 화가들이야 많지만, 이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 테오도르 제리코, 라비니아 폰타나, 페르디난트 호들러, 프란시스 고야를 다루고 있다. 


5관은 비밀의 방이다. 작품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는 아직도 논쟁 중인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는 그림들에 대한 소개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장 프랑수아 밀레, 히에로니무스 보스, 한스 홀바인, 안드레아 만테냐를 다루고 있다.


이렇게 총 5관으로 구성하여 각 관에 맞게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그 그림들을 통해서 세계 미술관 이곳저곳을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작품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물론 미술관에 가서 직접 작품의 원본을 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차선의 미술 감상 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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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제목을 봤을 때 착각을 했다. 쥐와 굴이라고 하니 쥐가 사는 장소를 뜻하는 굴인줄 알았다. 그런데 시를 읽어보니 그런 동굴할 때 굴이 아니라 먹는 굴을 말하고 있다. 쥐와 먹는 굴이라니...


  카프카가 쓴 소설 중에 굴이 있는데, 그렇게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존재를 시로 썼다고 생각했다가, 이게 아니네 하는 생각을 했으니...


  왜 쥐와 굴이 함께 나오지? 쥐가 못 먹는 음식이 없다고 하지만, 굴을 잘 먹던가? 굴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사람들도 굴을 자주, 많이 먹지는 않으니...


 시에는 쥐와 노인이 주로 나온다. 이 시집에서 쥐를 다루면서 도시, 집, 방, 그리고 노인을 다루고 있다. 오히려 시집 제목이 쥐와 굴이 아니라 쥐와 노인이라고 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럼 읽는 독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소외된 존재를 표현한 시라고 쉽게 생각할텐데... 시인은 이렇게 쉽게 생각하기를 멈추라고, 더 생각해 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쥐는 도시와 집, 방에서 쫓아내야 할 존재...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 자신의 먹이를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존재. 그런 존재다. 있어도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존재.


노인도 그렇게 변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문제가 대두하고 있는데, 그들을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존재,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기보다는 짐이 되는 존재로 여기고 있지 않나.


그런 노인들에게 무릎은 자신이 힘이 없어졌음을 상징하는 존재 아니겠는가? 시인은 '쥐와 굴'이란 시에서 '쇠고리에 걸어둘 / 한 솥 뼈만 남은 / 노인이여 / 공기처럼 소파 위에 얹어놓은 / 무릎이여'(11쪽)라고 표현하고 있다. 노인은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 


그러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자기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는 일' (12쪽)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존재, 그런 존재가 어른이다. 


이와 더불어 시인은 '쥐와 노인'(58-59쪽)이라는 시에서 어떤 노인을 원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기존 통념과는 좀 다른. '이봐, 노인 / 늦잠을 자는 노인은 없나? 열 시 열한 시까지 자는 노인 / 나는 그런 노인이 될 거다' (58쪽)고 하고 있으니... 노인이라고 자신만의 삶이 왜 없겠는가.


'무릎과 발목, 심장이나 얼굴이 / 굴처럼 생긴' (13쪽)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에서 굴처럼이란 말을 생김새가 아니라 '유연한'이라고 읽으면 경직됨이 죽음과 가깝다면 유연함은 삶과 가까우니 쥐와 노인에게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자기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존재, 그런 존재는 무릎을 세우고 사는 존재가 아닐까 한다. 있어도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존재지만, 이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쥐와 굴'에서 마지막 구절, '쥐는 무릎을 완성한다'(14쪽)고 하고 있으니... 무릎을 완성한다는 말은 자신의 의지로 꿇을 수도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있고, 무릎을 펴고 일어나 걸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제 무릎은 그냥 공기처럼 소파 위에 얹어놓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꿇을 수도 펴고 걸을 수도 있는 존재인 것이다. 현대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우리들, 어쩌면 이렇게 무릎을 완성하지 못한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무릎을 완성하고 자기 의지로 살아가야 함을 이 시를 통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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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주택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1
유은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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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스해지는 소설이다. 어려운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주눅든 모습을 발견하기 보다는, 씩씩하게 그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어렵다고 인상쓰고 포기하고 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바라보는 사람도 힘든데, 밝고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보는 사람도 힘을 얻게 된다.


소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춰주면서 어둠 속에서 좌절해 가는 사람들을 등장시켜서 그런 환경을 고쳐야 한다는 의지와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어두운 면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에서 통념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관점들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우선 정상가족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수림은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부모에게서 떨어져 할아버지와 순례 씨(소설에서 순례 주택의 주인인 여성 이름이다.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지만, 할머니보다는 순례 씨로 불리기를 원한다)의 보살핌으로 자라게 된다.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수림은 순례 주택을 자신의 집처럼 생각한다. 오히려 부모와 함께 살게된 아파트를 낯설어하면서. 


순례씨와 할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이 재혼을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결국은 결혼이라는 틀로 묶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친구로, 동반자로 함께 살아간다. 같은 공간이 아니라 순례 주택이라는 같은 장소에서. 소설 속 수림이나 순례 씨를 통해 정상가족이라는 말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주거 공간으로 사람들을 분리하는 일이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소설 속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종 붉어지는 문제, 아파트 정문을 폐쇄해서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게 한다든지, 다른 거주지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배정되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소설에서도 아파트 사람들 중에 특히 엄마가 주택 단지에 사는 사람들을 비하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도 주인공인 수림의 엄마. 인터뷰에서도 그런 말을 했다가 도처에서 비난을 받은 엄마. 이렇게 주거 공간에 따른 갈등이 소설에 나오지만, 그것을 전면에 다루지는 않는다. 그냥 지나가듯이 수림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엄마는 그 일로 인해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아파트 카페 운영진에서도 밀려나고 만다. 암암리에 구분을 해도 드러내놓고 구분을 하는 모습은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와 더불어 소설은 주거가 사람들이 풍요롭다는 증거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주거 장소의 차이가 차별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소설에서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 주택 단지에 사는 사람들이 더 실속있고 알차게 살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면서 사는 곳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됨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집을 투자의 대상, 돈벌이의 수단, 그리고 부를 과시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순례 씨는 집세를 결코 비싸게 받지 않는다. 보증금이 있지만, 어려운 사람에게는 보증금조차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공동생활에서 지켜야 할 일들은 재계약의 조건이 된다. 돈보다는 공동체를 우선하는 모습. 옥상을 공동의 공간으로 만들어놓고,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순례 씨.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던 전세, 월세, 집값을 생각하게 된다. 과연 집이 무엇인가? 적절한 집값은 얼마인가 순례 씨를 통해 집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주거 장소의 차이에 따른 차별과 더불어 고학력 실업자 문제 (소설 속 박사는 시간 강사로 전전하고, 수림 아빠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둘이 대응하는 방식은 다르다. 수림 아빠는 전임이 되기 위해 전념하고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는 전형적인 강단형 학자라면, 수림 주택에 사는 박사는 시간 강사 일을 하면서도 온갖 다른 일을 마다하지 않는 현실형 학자라고 할 수 있다)를 드러내고 있다.


참 심각한 주제인데, 순례 주택에 사는 박사의 삶을 통해서도 그들이 얼마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박사와 대조되어 나오는 인물이 순례 주택에 세들어 사는 미용실 주인의 아들이다.


공부는 못한다. 그래, 이 아이는 고학력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 우선 고학력자가 되지 못할 테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이 아이에게는 확고한 목표가 있다. 미용사가 되는 일. 그만큼 손재주가 좋다. 그리고 자신도 그것을 알고 그쪽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런 아이에게 대학교육이 필요할까? 고학력이 필요할까? 아니다.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고학력자보다는 자신의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이런 아이가 세상에 더 필요하다. 


그러니 학교 성적이 나쁘다고 구박할 일이 아니다. 온갖 특목고를 만들어 (특목고라는 이름으로 어린 시절에 진로를 정하고, 그 쪽 방면으로 뛰어난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 특목고는 좋은 대학을 가게 하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고등학교의 줄임말 아니던가. 특목고 출신들이 어느 대학을 갔는지, 어떤 학과를 갔는지 살펴보라. 오죽했으면 서울영재고(예전 서울과학고)같은 학교에서 의대에 진학하면 학비를 다 반납하라고 하겠는가) 성적 우수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현실에서, 특성화고(어린 시절에 진로를 정하고, 그 쪽 방면으로 나아가는 학생을 키우겠다는 학교... 특목이 아니라 특성이다. 성적을 가지고 이미 차별을 하고 있다)에 진학하는, 또는 진학하겠다는 학생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소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성적 문제는 수림과 언니 미림 사이에서도 서술되고 있다. 성적만이 우선이라는 가정이 어떤 모습인지를 미림과 미림을 대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볼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가정에서 수림의 위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인물을 통해 소설은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으니, 소설을 통해서 대리 만족을 할 수밖에 없다.


그밖의 인물들 역시 나름 사연을 지니고 있고, 우리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들은 순례 주택에 살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순례 주택의 주인인 순례 씨는 불의한 돈을 참지 못하는, 자신의 재산을 불리는 목적으로 집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장소로 집을 생각하고 있으니... 그런 순례 씨의 모습을 통해서 집을 재산가치로만 여기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을 수림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지만, 소설은 우리 사회가 지닌 모습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돕게 되고, 그때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아가게 된다는 그런 소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할 정도로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온 순례 씨의 좌우명이라 할 수 있는 말... 수림이가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 이 말이 이 소설을 대변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역시 이 말을 명심하면 좋겠다.


어두우면 어두워서 밝음을 생각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그 어둠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이때 감사는 현실에 만족하고, 현실에 주저앉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할 일이 있다는 점에 감사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 소설에 나오는 어둠들, 우리 사회에 있는 이런 어둠들, 가볍게 지나가지 않고 우리가 밝음으로 바꾸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순례 씨의 말은 다음과 같다.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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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람 이야기 -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슈퍼 차이니즈와 만나고 거래하는 법
김기동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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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간명하고 쉽게 쓰였다. 읽기가 편하다. 그만큼 중국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쉽다. 중국 사람이 지닌 행동 특성을 잘 알려주고 있기에, 중국 사람과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읽으면서 중국은 용광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 녹여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용광로.


용광로는 가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들어온 물질을 녹여낸다. 녹여내서 하나로 합친다. 그리고 다른 물건을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중국이 그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는 필요하다면 어떤 문화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한다. 실용성. 극도의 실용성. 이것이 바로 중국 사람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고 한다.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 같은 행동을 하겠지라는 추측을 하지 말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 다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무엇이든 잘 녹여서 자신들에 맞는 물건을 만들어 내면 된다는 실용성. 그것이 바로 중국 사람이라고 한다.


이 실용성이 잘 발휘되는 분야가 바로 '돈'과 관련된 분야다. 그들은 돈을 번다는 말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의 목적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고 하고, 자식들에게도 몇 위안이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라고 한다. 

(한 자녀만 낳아야 하는 정책을 펼치던 당시 중국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에 자신들의 대책을 마련했는데, 그것이 바로 벌금을 내고 자식을 호적에 올리는 방법... 벌금의 액수를 자식에게 붙여 몇 위안이라고 했다고 하니, 이들이 돈에 대해 지니고 있는 태도는 우리의 상상을 불허한다)


또한 직장도 돈을 벌기 위해서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초과했을 경우에는 철저하게 계산해서 행동한다고... 공무원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중국에 만연한 뇌물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공무원은 이 뇌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에 시진핑이 부패척결 운동을 벌였는데,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건 가격도 마찬가지다.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다. 우선 높게 부른다. 그 다음에는 흥정이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을 우리는 깎는다고 표현한다면 중국 사람들은 가격을 부러뜨린다고 한다고 한다. 우리가 조금 깎는 것에 그친다면, 중국 사람들은 절반까지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하니...) 


그들은 흥정이라는 말보다는 토론이라는 말을 더 잘 쓴다고 하고, 그런 토론을 통해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적정한 가격을 결정한다고 한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이들에게는 '꽌시'라고 하는 관계에서는 돈보다 사람이 우선 하기도 한다고 한다. 자식들까지 책임져주는 단계까지 나아간다고 하니, 이 '꽌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꽌시'를 맺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냥 아는 사이일 뿐에 불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꽌시'를 잘 알아야 중국 사람과 제대로 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하는데, '꽌시'가 맺어지지 않은 사이에서는 철저한 이익이 기준이 된다고 하니... 명심할 일이다.


다문화 학교가 늘고 있고, 그 중에 중국계 학생들이 많은 학교들이 있는데, 이 학교에서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 기존에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대로 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 여기에 중국에서는 '돈'을 중시하고 '꽌시'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이는 바로 '속인다'는 말로 그 연결관계를 생각할 수 있겠다.


중국인들은 잘 속인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가짜의 나라, 짝퉁의 나라라는 말까지 쓰겠는가.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들에게는 가짜, 짝퉁은 생활일 뿐이다. 그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자신이 속지 않으면 된다고, 어릴 적 교육이 속지 마라라고 하니, 속았다고 화를 내면 그는 자신이 무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뿐이라고 하니, 우리나라와 다른 사고방식이다. 오죽하면 술집에 들어갈 때도 술은 자신들이 가지고 들어간다고 하겠는가. 음식만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왜? 술집에서 파는 술이 가짜일지 모르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중국에서는 일어난다. 그들에게는 가짜는 생활이기에 가짜에 속지 않는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지니고 살아간다고 한다.


여기에 물건은 돈 값을 한다고 돈이 많으면 비싼 정품을 사고, 돈이 없으면 그와 비슷한 짝퉁을 사서 자연스럽게 쓴다고 하니.. 그들에게 짝퉁을 쓴다는 행위가 법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맞게 소비하는 실용성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 생각과는 다른 중국 사람들의 특징이 나타나 있다. 여기에 그들은 종교적이기보다는 현실적이라고 하고, 공자, 노자, 석가를 한 자리에 모시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니, 경제, 정치, 문화,종교든 어떤 분야에서든 실용이라는 용광로에 다른 것들을 집어넣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이 우리나라 이웃임은 변치 않을테니, 이렇게 중국 사람들이 지닌 특성들을 알고 그들과 어울린다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손해는 나지 않을테니...


쉽고 간명하게 중국 사람이 지닌 특성을 알려주는 이 책, 중국에 관심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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