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홍 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려운 말이 없어서, 또 우리 생활에서 느끼는 점들이 시로 표현되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서 우리 생활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다.


  시골에 살면서 농부시인으로 살아가는 시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또 그런 사람들이 시 속에 등장한다.


  내가 시골로 가서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있지만, 서정홍 시를 통해서 자연을 만나고, 자연을 닮은 사람들을 만나 내 마음 속에도 어느덧 자연이 들어서게 된다.


  시를 읽는 기쁨. 시를 읽는 순간 시에 몰입하게 되고, 시를 통해서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돌게 된다.


시인은 '슬플 때는 슬픈 노래를 부르고, 기쁠 때는 기쁜 노래를 부르듯이 시가 노래가 되면 좋겠어요. 문득문득 까닭도 없이 친구가 그립듯이, 시가 친구처럼 그리워지면 좋겠어요.'(110쪽. 시인의 말)라고 하고 있다.


또한 '이 시집을 읽으면서, 우리가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그 무엇'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111쪽. 시인의 말)라고 하고 있다. 


그렇다. 시를 통해서 잊고 있었던 무엇을 떠올린다면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이리라. 한편 한편의 시가 좋아 시집 어느 쪽을 펼쳐 읽어도 좋다. 그 중에 '못난이 철학'이라는 제목이 붙은 시 중에서 2편을 보자.


     못난이 철학 2


사람들과 다투지 않는 사람은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사람들과 가끔 다투는 사람은

욕심이 가끔 찾아오는 사람입니다.


사람들과 자주 다투는 사람은

욕심이 자주 찾아오는 사람입니다.


서정홍, 감자가 맛있는 까닭. 창비교육. 2019년 초판 2쇄. 80쪽.


철학을 어렵게만 여길 필요가 없다. 어려운 용어를 쓴다고 철학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필요한 지혜가 들어있으면 그것이 바로 철학이다.


얼마나 단순한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면 된다. 나는 남들과 다투고 있는가? 남들과 다투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되는 일. 다른 사람이 바로 자신의 거울이 된다는 진리를 이렇게 시로 표현했다.


못난이 철학이 아니라, 바로 삶의 지혜고, 우리가 살아가야 할 방편이다. 이 시를 통해서 그렇게 삶을 모습을 생각해 본다.


시인이 말한 '그 무엇'이 이런 식으로 내게 다가왔다. 시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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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을까? 없는 사람들에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을까?


  발전은 있는 사람이 더욱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들이 결핍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로 가는 것 아닐까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임성용 시집에 나오는 '30년'이란 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됐다.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을 시기에,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서 얼마만큼 변화를 이뤄냈던가.


'저녁이 있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야기가 나온다는 사실은 저녁이 없는 삶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삶들도 많으니...


     30년


30년 전에 야간고 실습생 영국이는 나사를 깎았다.

아침까지 일을 해야 되는 건 영국이뿐이었다.

영국이는 태핑기에 장갑이 끼었다.

손가락이 잘린 채 그대로 죽은 듯이 엎드려 있었다.


30년 후에 특성화고 민호는 기계에 끼여 죽었다.

민호와 영국이는 혼자 작업을 했다.

30년이 가고 다시 30년이 와도 영국이는 엎드려 있다.

30년 후에 민호가 죽어서 엄마의 통곡 앞에 누워 있다.


임성용, 흐린 저녁의 말들, 반걸음. 2021년. 102쪽.


그래서 시인은 '비극을 위하여'라는 시에서 '나도 언젠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날이 있으리라'(87쪽)고 하고 있으며, 이런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음을 시집에서 다른 시들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잘 가라, 세상'이라는 시에 표현된 일들이 현실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구급차는 날마나 우리에게 달려온다 / 우리를 태우고 떠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린다 / 나도 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 / 나는 내가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 / 잘 가라, 세상!' (85쪽)


그래, 그런 세상을 보내야 한다. 잘 가라고 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세상은 '태우고 떠날 구급차들이 줄지어 기다리는 세상'이 아니라,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이제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30년' 전과 후가 같은 세상이 아니라, 달라진 세상... 그런 세상에게 '잘 가라'하고 보내버리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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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2
박건웅 지음, 최용탁 원작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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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는데, 이 책은 그 사건을 물푸레나무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원작은 최용탁이 쓴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이다. 소설집 [벌레들]에 실려 있는 소설인데, 소설로 읽었을 때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이 책은 그 소설을 만화로 그렸으니, 원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보면 두 작품을 비교할 수 있다.


소설로 읽었을 때 막연했던 장면을 만화로 그렸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살벌한 장면. 사람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쏘아 죽이고, 확인 사살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죽은 사람 위에 다시 죽은 사람, 죽을 사람들을 집어넣는 만행.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지만 일어났고,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지만 잊힐 뻔했던 사건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들이 많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물푸레 나무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되고, 만화 역시 물푸레나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물푸레나무는 이 비극의 현장 덕분에 중도에 잘리지 않고 큰 나무로 자란다. 그것이 나무에게는 좋은 일일까?


오히려 우리 역사의 비극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데 물푸레나무가 역할을 한다. 그 나무가 자신의 뿌리에 사람들을 영양분으로 삼았다는 말, 아직도 자신의 뿌리에는 그때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 장면은 역사는 과거로 영원히 묻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소설로 읽으면 장면을 상상하는데, 죽음의 장면에서 만화는 수박이 깨지는 장면으로 표현한다. 칼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 만화는 흑백을 유지한다. 암흑시기를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 역사에서 벌어진 어두운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찬찬히 만화를 보면서 우리 역사를 살펴보는 일도 의미 있겠단 생각을 한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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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뒷길을 걷다 - 김인숙의 북경 이야기
김인숙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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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뒷길.


역사 책에 적혀 있는 일들을 아는 것과는 다른 점에 대해서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북경. 중국의 수도로 오랜 세월을 보낸 도시.


역사의 흔적이 북경 도처에 있겠지만,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이고, 또 가본 사람들 중에서도 주만간산 격으로 대충 훑어보고 온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대충 북경을 여행하지 말고 북경 곳곳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경험해 보라고 한다. 북경에 있는 문화 유적들이 지닌 사연들을 알려주고, 또 북경 골목들도 소개해 주고 있다.


제국의 뒷길이라고 했는데, 역사서에 있는 내용에 더해서 직접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으면 북경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그 문화유산에 얽힌 사람들, 사건들... 그런 뒷이야기들을 알고 북경을 거닐다 보면 새로운 점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북경의 자금성을 비롯해서 북경에 있는 사찰과 성당, 왕릉, 그리고 북경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만리장성까지 소개해 주고 있다.


크고 넓은 나라 중국. 그 중국의 수도로 자리잡았던 북경. 북경에는 수백 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을테고, 그 일들이 문화유산에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부의를 많이 다루고 있다. 부의의 황비인 완룽까지도... 부의를 통해서 청나라의 비극을 만날 수 있고... 


그런 역사의 두께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아마 북경 여행을 가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먼저 읽고 간다면 북경을 좀더 깊이 있게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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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22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담아둡니다~

kinye91 2022-06-22 10:21   좋아요 1 | URL
저는 재미있게 읽었어요. 북경을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랄까요...
 

  편집장이 쓴 글 제목이 '질문'이다. 질문? 좋은 말이다.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번 호 표지 인물은 배우 김지원이다. 김지원과 인터뷰한 내용을 읽으면서 '질문'에 대해 생각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김지원 배우가 빅이슈에 먼저 연락해서 표지 인물 사진을 찍었다는 점. '질문'이라는 주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을 찾아 그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사람.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만 질문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역할에 대해서도 질문해야 한다. 연기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또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어야 할지 질문하고, 연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좋은 연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연기자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을 할 수 있으려면 주의 깊게 살펴여 한다. 자기 관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할 수 있다.


가령 이번 호에 실린 대학에 가기를 거부한 사람의 글...그는 인터뷰한 글(한연화 씨의 대학 거부 그 후라는 작은 제목을 달고 있는 '여정은 시작됐다'는 글)에서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은 굳이 대학을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대학 거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해주실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일단 첫째, 웬만하면 하지 마세요.(웃음)"(57쪽)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좋지만, 이 말 속에는 우리 사회의 대학, 대학 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내게 대학이 꼭 필요한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고 부모가 가라고 하니까, 또 남들이 다 가니까, 그냥 가야 할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대학 진학을 한다면 이는 질문이 없는 삶이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시류에 휩싸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웬만하면 대학 거부하지 말라는 말은 질문을 먼저 하라는 말로 들어야 한다. 대학은 내게 무슨 의미인가? 대학을 가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 나는 버티거나 이겨낼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 더 많은 질문들... 그 뒤에 결정하고 행동하라는 말이 '웬만하면'이란 말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질문을 이번 호에서 몇 가지 더 찾아보면, 장애인들이 자활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질문해야 하고, (강남역 김영덕 빅판의 인터뷰 글, 영화 속에 산다와 발달장애 여성들의 일자리를 만드는 프란치스꼬 빵집을 소개한 글인 빵으로 연결되는 곳을 읽으면 된다), 사회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을 지키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진냥이 쓴 투자 교육이 아니라 경제 시민 교육을!이라는 글과 오후가 쓴 '가짜' 뉴스가 아닌 가짜 '뉴스'를 읽으면 좋다)도 해야 한다.


어쩌면 질문하는 법을 잊고 또 잃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냥 주어진 대로만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질문을 하듯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사회 속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라는 무대에 서서 살아가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무대에 서고 싶은지도 질문을 해야 하고.


빅이슈는 그러한 질문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질문을 하게 하는 잡지 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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