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북멘토 그래픽노블 톡 2
박건웅 지음, 최용탁 원작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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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한국전쟁 중에 있었던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 수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했는데, 이 책은 그 사건을 물푸레나무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원작은 최용탁이 쓴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이다. 소설집 [벌레들]에 실려 있는 소설인데, 소설로 읽었을 때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장면이 만들어지는데, 이 책은 그 소설을 만화로 그렸으니, 원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보면 두 작품을 비교할 수 있다.


소설로 읽었을 때 막연했던 장면을 만화로 그렸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살벌한 장면. 사람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쏘아 죽이고, 확인 사살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죽은 사람 위에 다시 죽은 사람, 죽을 사람들을 집어넣는 만행.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지만 일어났고, 잊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지만 잊힐 뻔했던 사건이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진실이 밝혀졌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이들이 많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물푸레 나무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되고, 만화 역시 물푸레나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물푸레나무는 이 비극의 현장 덕분에 중도에 잘리지 않고 큰 나무로 자란다. 그것이 나무에게는 좋은 일일까?


오히려 우리 역사의 비극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데 물푸레나무가 역할을 한다. 그 나무가 자신의 뿌리에 사람들을 영양분으로 삼았다는 말, 아직도 자신의 뿌리에는 그때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하는 장면은 역사는 과거로 영원히 묻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소설로 읽으면 장면을 상상하는데, 죽음의 장면에서 만화는 수박이 깨지는 장면으로 표현한다. 칼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 만화는 흑백을 유지한다. 암흑시기를 상징하기도 하고, 우리 역사에서 벌어진 어두운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찬찬히 만화를 보면서 우리 역사를 살펴보는 일도 의미 있겠단 생각을 한다.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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