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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평점 :
미술관에 잘 가게 되지 않는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시간을 내기도 그리 쉽지 않기도 하다.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 미술관이 있으면 그나마 갈 수 있겠지만, 대개는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미술관은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 여기에 미술에 대해서 내가 뭘 알아 하는 마음도 있고, 또 미술관에 가도 그 작가의 대표작을 보지 못할 때도 있으니, 여러모로 미술관은 우리들 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하기만 그렇다고 미술이 우리와 동떨어져 있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미술은 우리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도처에서, 하다못해 길거리 낙서라고 하는 것조차도 미술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만날 수 있는 것이 미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건물을 지을 때 미술품을(조각) 설치하는 경우가 많으니 더더욱.
그래도 미술관만 하겠는가? 그 작가의 작품을 큐레이터가 정성들여 주제의식을 가지고 전시하는 미술관에 가면 좀더 집중적으로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열리는 전시회와는 좀 다른 느낌으로 감상할 수도 있을테니, 미술관에 가보는 일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미술관을 우리 곁에 들여오기 위해서 쓰여졌다고 할 수 있다. 일곱 개의 미술관(이중에 나혜석은 나혜석 미술관이라고 정식 이름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을 소개하고 있다. 한번은 들어봄직한 작가들이기도 한데...
김환기, 장욱진, 김창열, 이중섭, 박수근, 나혜석, 이응노.
이 중에 내가 가본 미술관이 몇인가 하니, 참... 없다. 나중에 꼭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으며, 이 책 뒤에 적힌 도슨트가 알려주는 미술관을 잘 관람하는 법을 머리 속에 저장해 두기로 한다.
도슨트 역할을 책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술관에 가기를 내켜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술관을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각 미술관은 그 작가들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 이 책은 그 작가들에 대해서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한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이 동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작가와 그림에 얽힌 주변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이 책은 그 점에서도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감상하면 좋은지를 알려주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화가의 작품에 대한 열정, 치열함을 드러내주어서 좋다. 그림이 아니면 안 된다는 각오로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 돈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그림이 아니면 지탱이 안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릴 수밖에 없었던 화가들.
이들은 고난에 처해서도 그림을 그린다. 그것이 고난을 이겨내는 한 방법이기도 했을 터였다. 김광섭의 죽음에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나오고, 이중섭의 가족 그림은 헤어짐 또는 제주도의 피난 생활에서 나온 점, 장욱진의 '자화상'은 전쟁통에 화가의 소망을 담아 그렸다는 것, 김창열 화가는 '한국전쟁 후의 콱 막힌 비참과 절망을 안으로 응결시키는' (84쪽) 그림을, 나중에는 이를 물방울로 승화시켜 그렸으며, 박수근의 자신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네들의 삶을 화폭에 담았다. 여기에 정말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나혜석은 어떤가.
그리고 이응노의 '군상'. 누구나 소중한 한 존재로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었던 화가의 그림. 이 '군상'에 들어있는 우리 역사. 소설가들이, 시인들이 소설로, 시로 우리 역사를 표현했다면 이응노는 그림으로 우리 역사를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역사인지는 궁금한 사람은 책을 보면 된다.
<이응노, 군상. 이 책 206-207쪽>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작가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미술관에 가기 힘들다면 이 책을 통해서 가자.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직접 미술관에 가자. 그러면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