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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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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상상은 인간이 가진 능력이다. 이 상상으로 인해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야 한다.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닌 상상의 힘이 아니던가.

 

이 상상을 거꾸로 적용해 본다. 인간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하고. 지구에서 갑자기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짧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긴 시간을 거쳐 자연은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이룩해 놓은 문명을 자연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흉악한 문명인 원자력 조차도 나중에는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건 상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별들의 생애에 따라 이 지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상, 인간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 한 번쯤은 해보았을 상상이다. 하지만 이 상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진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상상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나타나도록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느 정도 시일이 걸려서 자연이 회복되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단지 상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장소를 연구함으로써 현실로써 보여주고 있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로 나오는데, 이렇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이 어떻게 복원되어 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몇 군데 있으며, 인간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 특히 핵실험이나 핵폐기물들을 버려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야생보호구역으로 설정한 곳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 장소들이 어떻게 복원되어 가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인간없는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은 단지 상상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책도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지금 우리 인간이 초래한 환경 재앙에 대해서 경고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나가면 인류는 멸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단지 시간 문제라는 것.

 

단지 인구수만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부분의 물건들이 자연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다못해 바닷가 모래 속에도 잘게 분해된 플라스틱 분자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니...

 

인류는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한없이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데, 그런 전초들을 지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이미 그러한 모습을 먼저 보여준 곳을 찾아 우리에게 설명해줌으로써 인간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함을 우리에게 경고해주고 있는 책이다.

 

지구상에 생명체들이 존재하게 된 이후,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담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빚진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인간이 자신의 지능만 믿고 망각해버리는 과정이 근대문명의 발달과정이다. 하여 우리는 다른 생명체에 우리가 빚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그들에게 받을 빚만 있다고 믿고 있는 듯이 활동하였다.

 

다른 존재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듯이 살아온 근대, 현대의 모습이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었는지를 '인간없는 세상'이라는 상상할 수 있는, 상상하게 하는 제목을 붙여서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인간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생명체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지구라는 공간을 벗어나서는 아직까지는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마지막 부분에서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인구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부터 바꿀 생각을 해야 한다. 인구 문제가 해결이 되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는지, 또는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면 인구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이겠지만...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인간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 책은 구체적인 자료 조사로 지구 곳곳을, 지구 역사를 살피면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는 아주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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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ie 2014-11-2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가 아니라...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게 더 큰 문제겠죠 ㅠㅠ 리뷰만 읽어도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잘 읽었습니다.ㅜ
 
기본소득의 쟁점과 대안사회 기본소득 총서 2
김원태 외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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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유토피아

 

정말로 유토피아는 없는 걸까? 없기 때문에 우리의 그리움을 자아내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상향을 꿈꾸었지만, 그들의 꿈은 꿈으로 그치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미 유토피아란 말에는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 있기에,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곳은 이미 유토피아가 아니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있다. 그것이 없다면 그러한 희망이 없다면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우리 인간은 극한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족속들 아니던가. 그래서 재난의 유토피아라는 말도 있듯이, 재난 상황에서도 서로 돕는 공동체, 희망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는 하지 않던가.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유토피아와 같다. 비록 몇몇 나라에서 시도해보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전면적으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 또 실시하려는 정부도 드물다. 가진 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고.

 

그들은 자신의 사치를 위해 쓸 돈은 있어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돈을 쓰기는 아까워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인간 공동체를 위해서 기본소득에 대해서 꾸준히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전부터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졌다. 나는 갑자기 나온 줄 알았더니, 그것도 무상급식 이야기 다음부터 나온 줄 알았더니,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었고, 점점 더 정교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기본소득은 보편적으로 누구에게나 일정한 금액을 국가가 지급해주자는 말이다. 적어도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돈이 없어서 못하지 않게...

 

얼마나 주어야 할까?

 

이 책에서서 강남훈은 높은 기본소득과 낮은 기본소득으로 나누어서 고찰하고 있는데, 높은 기본소득의 경우는 한 사람당 연간 평균 550만원을 주자는 것이고, 낮은 기본소득은 한 사람당 연간 300만원을 주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세금문제를 정밀하게 다룸으로써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기본소득도 지금 현재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그의 이론대로 하면 국민의 대다수가(적어도 80%정도가) 세금이 올라도 지금보다는 소득이 많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여 기본소득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 노령연금이 65세 이상 노인에게 일률적으로 월20만을 주겠다고 한 공약이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되었는데...

 

강남훈의 글을 읽다보면 또 뒤에 나오는 곽노완의 글을 읽다보면 65세 이상 노인에게 모두 월 20만원씩 주겠다는 공약이 충분히 실현가능함을, 결코 재원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정책의지의 문제다. 국민들에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느냐 선별적 복지를 제공하느냐 하는 정책의 문제이지 결코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문제를 예산의 문제로 호도하여 기본소득으로 가는 징검다리인 노령연금을 사실상 폐지한 것은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이 보편적 복지로 갈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러니 의료부분도 교육부분도 자꾸 후퇴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미 한 걸음 내딛은 걸음은 되돌리기 쉽지 않다. 우리는 보편적 복지를 향한 한 걸음을 이미 내디뎠다. 이 한 걸음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무상화, 의료의 무상화, 궁극적으로는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을 보니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고 그냥 유토피아적 공상이라고 할 정책도 아니다. 이미 시작한 나라도, 시작한 자치단체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참으로 지독하게 홍보가 부족하다. 사실 기본소득 문제를 예산가지고 논쟁을 하다보면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뭔 소린지 알지 못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유리하고 좋은 정책이 기본소득인데,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좋은 점을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현실.

 

그러한 현실에서는 기본소득이 도입되기는 요원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앞부분의 내용이 상당히 어렵다. 정치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이해하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홍보를 해야 한다. 정말로 자신의 삶에 딱 들어오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본소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좋은점을 이야기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치 그림의 떡처럼만 느껴지게 된다.

 

그 점에서 이 책이 좀 아쉽다. 학자들끼리 학술대회에서 하는 논의가 아니라, 대중에게 기본소득에 대해서 알려준다면, 또 알려주려고 한다면 좀더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자들의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말로, 대중의 이해수준에 맞게 기본소득을 설명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대중에게 먹혀들어간다.

 

대중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는 정책... 아무리 좋아도 실현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기본소득 정책...좀더 쉽게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책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본소득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그런 책을 위한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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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기본소득을 - 21세기 지구를 뒤흔들 희망 프로젝트 기본소득 총서 1
최광은 지음 / 박종철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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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과 장미 또는 빵과 장미.

 

밥이나 빵이 최소한의 생계를 뜻한다면 장미는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생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생계를 넘어 생활을 해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데,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현대에 밥조차 해결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적어도 인류가 생산해내는 물질로는 굶주리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나와서는 안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은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밥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누구에게나 조건없이 모두 동등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신고니 심사니 할 필요없이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일. 기본소득.

 

그리 많은 액수일 필요는 없다. 밥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더불어 장미라고 할 수 있는 생활에 필요한 제반 조건들의 충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지만.

 

선별적 복지가 사람들에게 위화감 조성 및 막대한 행정력으로 인한 자금 소비를 초래한다면, 기본소득은 그러한 절차가 없고 모두가 동등하게 받기 때문에 위화감이 생길 여지가 없다.

 

문제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미 브라질에서는 시민기본소득법을 통과해 실시하기도 했고, 또 미국의 알래스카 주에서는 석유 판매로 남은 돈으로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하니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기본소득네트워크'가 결성되어 국제적인 연대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특한국네트워크가 결성이 되었고, 세계기본소득네트워크에 가입이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과 이를 거대 정당들이 자신들의 정책으로 연구하지 않는다는 점... 책 뒤에 나오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진 정당은 이 책이 나온 2010년을 기준으로 '사회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밖에 없었다.

 

정책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새누리당은 보편적 복지에 부정적인 입장이 많고(그들이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또는 어쩔 수 없이 찬성했던 그런 모습은 익히 잘 알려져 있으니), 그만큼 커다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도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고 정치 쟁점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들이 필요한데, 정책적 실현을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아닌,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하고,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여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제도가 마련된다면 기본소득과 같은 문제는 각 정당들이 연구 검토하여 자신들의 정책으로 내걸 수 있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좀더 다양한 정당들에 대해서 사표가 하닌 투표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기본소득 문제도 각 정당들이 연구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아직은 멀기만 한 기본소득이지만,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무상급식이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멀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이나 활동가들이 기본소득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다양한 논의를 통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공격하는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나름 대책을 세워가고 있으니... 기본소득제도의 도입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책은 2010년에 나왔다는, 벌써 4년이 지나서 시일이 지난 감이 있는 내용도 있지만, 기본소득에 관해서 기초적인 정보와 내용을 제시해주고 있다.

 

기본소득에 관한 역사, 내용, 쟁점, 그리고 우리나라 현황까지 구체적으로 소개해주고 있어서 기본소득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처음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좋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이 읽어서 더 많이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이 퍼져 나가길 바란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민들레 씨앗처럼 많은 곳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 책의 작은 제목이 '21세기 지구를 뒤흔들 희망 프로젝트'다. 희망의 씨앗이 이미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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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 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김고연주 지음 / 이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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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때 '원조교제'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용돈을 벌고, 어른들은 어린이의 성을 사는 그런 관계, 일본에서 유행하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에 들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원조교제란 말은 쏙 들어갔는데, 이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런 현상이 사라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활발해지고 조직화되었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십대들의 성에 대해서 우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 법률이 제정이 되어 십대들이 성을 보호하려는 법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이 법은 공허한 글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처벌받는 어른들이 별로 없거니와(거의 70%가 넘는 청소년성매매구매자 어른들이 겨우 벌금형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더 심한 경우는 달랑 하루의 교육으로 처벌을 끝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십대들이 성매매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별로 없다고 한다.

 

이 책은 석사와 박사 논문을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주제로 쓴 김고연주가 그들과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사실 밖으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소문으로는 잘 알려진 청소년성매매에 관해서 책을 내기는 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모르던 사람에게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할 수도 있고, 또 청소년 성매매가 이렇게 광범위하고 또 이렇게 심각했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성매매에 관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성매매로 인해 정작 상처받는 사람은 청소년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도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접 성매매 활동을 했던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이런 청소녀들이 자신들의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성매매에 빠져든다는 단선적인 해석은 거부한다. 청소녀들이 성매매에 빠져드는 원인을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없다고 한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합쳐서 청소녀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거리로 나와서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또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성매매로 빠지게 된다고 한다.

 

하여 청소녀들이 성매매를 하는 것을 그들의 자발적인 일탈행위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들이 거리로 나왔더라도 성매매를 하지 않을 여러 조건들이 있다면 굳이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이용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즉 불우한 환경만이 이들을 성매매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청소년들이 일할 수 없는 사회환경, 그리고 거리의 청소년들을 이탈자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 등이 이들을 성매매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일탈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일탈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 하고 있다. 그냥 개인의 의지박약이라든지, 가정환경으로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로 이런 문제를 취급해서는 안되면, 또한 모든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가정이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사회가 막아줄 수 있어야 하며, 개인의 의지가 약하다면 관계를 통해서 행동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인간들이 해야할 일인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책무이고,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그것을 소홀히 한 상태에서 개인에게, 가정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는 민주주의국가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책에는 그런 점이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청소녀들이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 역시 자신들의 처지에서 벗어나 남들과 비슷한 생활, 즉 일탈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을 통하여 또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청소녀들의 성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청소년성매매 구매자인 어른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 정비가 동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십대 포주까지 등장하면서 이들은 이제 용어를 '번개'니 '조건'이니 라는 말을 쓰면서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몸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많이 조직화된 모습도 보인다고 하는데...

 

거리로 나온 아이들... 어떤 아이들은 거리가 학교라고 거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배웠다고 언론에서 띄우기도 하는데... 이 아이들,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아이들 대부분은 언론에서 자랑스레 이야기한 거리를 학교라고 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삶을 거리를 통해서 온몸으로 겪어온 아이들이다.

 

너무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우친 아이들이다. 이들은 잘못된 길을(법적으로) 갔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이 자신의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어른과 사회가 할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들이 만약 아무 대책없이 거리로 나왔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부터 우리들이 해야 한다.

 

적어도 이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아야 진정 '거리'가 '성매매'로만 빠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터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해서 고민해 보라고 청소녀들의 성매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들이 잘 살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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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그들 역사의 이방인들 - 섞임과 넘나듦 그 공존의 민족사 너머의 역사책 1
이희근 지음 / 너머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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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2007년 8월 18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한국 사회의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하고 '단일 민족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5쪽

 

다음에는 이런 말이 이어진다.

 

  이와 같이 중국인,, 일보인, 그리고 북방 유목민족 등 한반도의 주변 여러종족 및 민족만이 아니라, 멀리 무슬림 세계의 아랍인까지도 오늘날 한민족으로 지칭되는 구성원의 일원을 이루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 한국인의 관념 속에 자리하고 있는, '한민족은 단일민족'이란 신화는 만들어진 역사 즉,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8쪽

 

어떤 책에서는 이런 말도 있었다. 중국인들이 세계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잘 살고 있지만, 유일하게 중국인이 자신들의 공동체 만들기에 실패한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단일민족이라 배타적이다.

 

그런데... 이게 자랑일까? 그리고 우리가 진짜 단일민족일까? 단군신화만 보아도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 될 수 없지 않았을까? 곰족과 호랑이족. 그리고 천계족과 지상족. 이렇게만 보아도 이미 고대사회부터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갇혀 독일의 아리안 순수혈통을 주장한 히틀러의 광신을 비판하면서도 우리 자신이 그러한 틀에 갇혀 있음을 인식하고 있지는 못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그러한 신화가 허구임을, 우리는 애초부터 다문화 사회였음을,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얼토당토하지 않음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고조선 시대에 위만부터 시작하여 삼한시대 특히 가야 전에 마한, 변한, 진한 때에도 역시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았으며, 왜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들은 지금의 일본과 똑같은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우리와는 다른 민족의 사람들이 한반도 남쪽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통일신라 때에는 아랍인들까지 들어왔음을 역사적 근거들을 들어 보여주고 있으며(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김수로왕의 부인인 허황옥도 외국에서 건너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 때에는 국제무역항은 벽란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종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함께 살아갔다고 한다.

 

여기에 거란과 여진에서 넘어온 사람들, 몽고에서 넘어온 사람들, 그리고 다시 명나라 유민들, 또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정착한 일본인들 등등 하여 이미 예전부터 우리는 다문화 사회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많은 민족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긴 했지만, 그들에 대한 차별이 지금처럼 이루어졌음을 보여주고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백정이다.

 

'백정'은 유목민족이 우리나라에 정착한 결과로 보여지는데, 유목생활을 강제로 정착생활로 돌리려는 정책으로 인해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취급받았으며, 제대로 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백정'을 단지 천민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유래가 바로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온 다른 민족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차별이 어쩌면 지금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의 연원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고.

 

책에 "섞임과 넘나듦 그 공존의 민족사"라는 말이 있다. 다문화 사회는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사회다. 그런 사회가 강한 사회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단일종은 멸종되기 쉽다. 마찬가지로 단일성을 강조하는 사회는 지속되기 어렵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엄연한 다민족 사회다. 그걸 인정하기에 다문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다문화 교육이 어떤 때는 우리 민족 문화를 다른 민족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모든 문화는 평등한데 다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쪽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민족은 아주 오래 전부터 다른 민족구성원들과 함께 어울려 살았다. 하지만 그들을 우리 문화에 동화되는 쪽으로 정책을 펴왔는데... 그런 결과로 다민족 문화가 아직 우리나라에 제대로 살아남아 전승되지 못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아니다. 역사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우리는 다문화 사회가 이미 되었다. 그렇다면 다양한 문화가 함께 어울리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만드는데 이 책은 우리의 다문화 역사를 살펴보게 함으로써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 민족의 다문화 역사가 이리도 오래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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