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 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김고연주 지음 / 이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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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한때 '원조교제'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은 용돈을 벌고, 어른들은 어린이의 성을 사는 그런 관계, 일본에서 유행하던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에 들어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원조교제란 말은 쏙 들어갔는데, 이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그런 현상이 사라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더 활발해지고 조직화되었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십대들의 성에 대해서 우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 법률이 제정이 되어 십대들이 성을 보호하려는 법적인 움직임도 있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이 법은 공허한 글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처벌받는 어른들이 별로 없거니와(거의 70%가 넘는 청소년성매매구매자 어른들이 겨우 벌금형을 받았다고 한다. 게다가 더 심한 경우는 달랑 하루의 교육으로 처벌을 끝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십대들이 성매매 충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별로 없다고 한다.

 

이 책은 석사와 박사 논문을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주제로 쓴 김고연주가 그들과 만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사실 밖으로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소문으로는 잘 알려진 청소년성매매에 관해서 책을 내기는 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모르던 사람에게 이런 방법이 있었구나 할 수도 있고, 또 청소년 성매매가 이렇게 광범위하고 또 이렇게 심각했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청소년성매매에 관해서 눈을 감고 있을 수는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 성매매로 인해 정작 상처받는 사람은 청소년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도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접 성매매 활동을 했던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는 이런 청소녀들이 자신들의 좋지 않은 환경 때문에 성매매에 빠져든다는 단선적인 해석은 거부한다. 청소녀들이 성매매에 빠져드는 원인을 한 가지로 정리할 수 없다고 한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합쳐서 청소녀들은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거리로 나와서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또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성매매로 빠지게 된다고 한다.

 

하여 청소녀들이 성매매를 하는 것을 그들의 자발적인 일탈행위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이들이 거리로 나왔더라도 성매매를 하지 않을 여러 조건들이 있다면 굳이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이용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즉 불우한 환경만이 이들을 성매매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청소년들이 일할 수 없는 사회환경, 그리고 거리의 청소년들을 이탈자 취급하는 사회적 시선 등이 이들을 성매매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쉽게 일탈행위를 하는 청소년들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한 일탈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 하고 있다. 그냥 개인의 의지박약이라든지, 가정환경으로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로 이런 문제를 취급해서는 안되면, 또한 모든 문제를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가정이 문제가 있을 때 그것을 사회가 막아줄 수 있어야 하며, 개인의 의지가 약하다면 관계를 통해서 행동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인간들이 해야할 일인 것이다. 그것이 사회의 책무이고, 국가의 의무인 것이다. 그것을 소홀히 한 상태에서 개인에게, 가정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는 민주주의국가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다.

 

이 책에는 그런 점이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청소녀들이 성매매를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들은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점... 그럼에도 이들 역시 자신들의 처지에서 벗어나 남들과 비슷한 생활, 즉 일탈에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을 통하여 또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하여 청소녀들의 성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청소년성매매 구매자인 어른들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 정비가 동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십대 포주까지 등장하면서 이들은 이제 용어를 '번개'니 '조건'이니 라는 말을 쓰면서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몸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많이 조직화된 모습도 보인다고 하는데...

 

거리로 나온 아이들... 어떤 아이들은 거리가 학교라고 거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배웠다고 언론에서 띄우기도 하는데... 이 아이들, 적어도 이 책에 나온 아이들 대부분은 언론에서 자랑스레 이야기한 거리를 학교라고 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삶을 거리를 통해서 온몸으로 겪어온 아이들이다.

 

너무도 많은 것을 경험하고 깨우친 아이들이다. 이들은 잘못된 길을(법적으로) 갔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이 자신의 인생을 좀더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바로 어른과 사회가 할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지금 청소년들이 만약 아무 대책없이 거리로 나왔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부터 우리들이 해야 한다.

 

적어도 이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아야 진정 '거리'가 '성매매'로만 빠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터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거기에 대해서 고민해 보라고 청소녀들의 성매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그들이 잘 살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도 잘 보여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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