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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상상은 인간이 가진 능력이다. 이 상상으로 인해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야 한다.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닌 상상의 힘이 아니던가.
이 상상을 거꾸로 적용해 본다. 인간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하고. 지구에서 갑자기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짧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긴 시간을 거쳐 자연은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만들어갈 것이다. 자연은 인간이 이룩해 놓은 문명을 자연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흉악한 문명인 원자력 조차도 나중에는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건 상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별들의 생애에 따라 이 지구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상, 인간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 한 번쯤은 해보았을 상상이다. 하지만 이 상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진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상상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나타나도록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느 정도 시일이 걸려서 자연이 회복되는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이 단지 상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지금 존재하는 장소를 연구함으로써 현실로써 보여주고 있다는데 이 책의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로 나오는데, 이렇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연이 어떻게 복원되어 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몇 군데 있으며, 인간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 특히 핵실험이나 핵폐기물들을 버려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야생보호구역으로 설정한 곳이 있다고 하는데, 이들 장소들이 어떻게 복원되어 가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인간없는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다.
하여 이 책은 단지 상상만을 다룬 책이 아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디스토피아를 다룬 책도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지금 우리 인간이 초래한 환경 재앙에 대해서 경고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나가면 인류는 멸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단지 시간 문제라는 것.
단지 인구수만이 아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부분의 물건들이 자연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다못해 바닷가 모래 속에도 잘게 분해된 플라스틱 분자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으니...
인류는 자신들의 능력을 믿고 한없이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데, 그런 전초들을 지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이미 그러한 모습을 먼저 보여준 곳을 찾아 우리에게 설명해줌으로써 인간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함을 우리에게 경고해주고 있는 책이다.
지구상에 생명체들이 존재하게 된 이후,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하면 모든 생명체는 다른 생명체의 생명을 담보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빚진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인간이 자신의 지능만 믿고 망각해버리는 과정이 근대문명의 발달과정이다. 하여 우리는 다른 생명체에 우리가 빚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그들에게 받을 빚만 있다고 믿고 있는 듯이 활동하였다.
다른 존재는 전혀 의미가 없다는 듯이 살아온 근대, 현대의 모습이 어떻게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었는지를 '인간없는 세상'이라는 상상할 수 있는, 상상하게 하는 제목을 붙여서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 인간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생명체에 불과하다. 우리 역시 지구라는 공간을 벗어나서는 아직까지는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마지막 부분에서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인구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부터 바꿀 생각을 해야 한다. 인구 문제가 해결이 되면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는지, 또는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면 인구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는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이겠지만...
우리의 생활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인간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 책은 구체적인 자료 조사로 지구 곳곳을, 지구 역사를 살피면서 지구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는 아주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