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일의 "국토"를 좋게 읽었었다.

 

그러니 헌책방에서 조태일의 시집을 보는 순간, 망설이지 않고 손에 들게 된 것.

 

예전 그의 시에서는 남성성이 느껴졌다면 이 시집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한없는 부드러움, 그러나 그 부드러움은 강함을 껴안고 가는 그러한 부드러움이다.

 

강하게 서로 자기주장만 할 때 한 발 물러서서 조용히 감싸안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풀꽃같은 사람이 아닐까.

 

그런 사람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풀꽃을 꺾는다 하지만

너무 여리어 결코 꺾이지 않는다.

 

피어날 때 아픈 흔들림으로

피어 있을 때 다소곳한 몸짓으로

다만 웃고만 있을 뿐

꺾으려는 손들을 마구 어루만진다.

 

땅속 깊이 여린 사랑을 내리며

사람들의 메마른 가슴에

노래 되어 흔들릴 뿐.

 

꺾이는 것은

탐욕스런 손들일 뿐.

 

조태일,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 창작과비평사, 1995년.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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