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을 지킨 사람들 - 교과서가 들려주지 않는
김형민 지음 / 다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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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들려주지 않는 "양심을 지킨 사람들"이다. 이상하다. 교과서는 학생들 교육용으로 제작한 책인데... 학생들 교육용이라면 양심을 지킨 사람들 이야기가 당연히 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공교육이 지배권력을 공고히 하는데 이바지 한다면, 지배권력에 틈을 내는 이런 양심을 지킨 사람들 얘기를 교과서에서 빼려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불감사회"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공익제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공익제보, 다른 말로 하면 내부고발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입을 줄 알면서도 그들이 공익제보에 나선 이유는 사회를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잘못된 길로 가는데, 다른 사람들이 침묵하는데... 자신도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나섰던 사람들.

 

비록 고통받고 불이익 받고, 심지어는 자신의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피해를 보지만 그럼에도 양심을 더이상 속일 수 없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름을 보자.

 

검군, 김처선, 황진, 곽재우, 김성기, 이준, 강상호, 남자현, 장준하, 이섭진, 조영래, 박종철 외, 이문옥, 이지문, 한준수

 

신라시대부터 최근에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역사 속에서 그리고 현대사에서 일어났던 일이기에 낯익은 이름들이 제법 있다. 이들이 어떻게 양심을 지켰는지는 이 책을 통해서 알면 된다.)

 

왜 이들이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했는지... 그것은 불의를 용납할 수 없었던 성격도 있겠지만, 자신마저도 양심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가 어떻게 될지, 또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당할지 뻔히 알기 때문이다.

 

양심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은 순간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영원히 자신의 마음이 불편하고 잘 살 수 없으리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리라.

 

남을 속이기는 쉽지만 자신을 속이기는 어렵다고, 아무리 잘못된 행동을 내 책임이 아냐, 난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야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었의라.

 

외적으로 피해를 보았겠지만 그들은 내적으로 승리한 사람들이고, 자신의 인생을 잘 산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그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살아남아 우리들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가 정말로 학생들을 바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드는 자료라면 이런 사람들 이야기 반드시 실어야 한다. 그래서 '교과서가 들려주지 않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게 해야 한다.

 

공익제보자들, 또는 자신의 양심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사회는 더 민주화된 사회, 더 평등한 사회, 더 정의로운 사회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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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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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란 영화가 나오기 전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소설 쯤에 해당할텐데, 윤동주의 삶을 중심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면들을 상상력을 통하여 채워놓았다고 보면 된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생략하고 동주가 연희전문에 오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 때부터 우리가 아는 시인/동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희전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의 시도 꽃을 피우게 되는데, 졸업을 하고도 딱히 갈 곳이 없는 동주가 일본으로 유학 가 감옥에서 죽기까지 그 동안 만난 사람들과 동주의 내면세계, 그리고 그의 시를 중심으로 이 책이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우선 책의 내용에 맞는 동주의 시들을 볼 수 있다는 점, 시들이 그 상황에 꼭 맞게 인용이 되어 시의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지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구절,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윤동주의 삶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우리이기에 더 마음을 울리는지도 모르겠지만.

 

  동주 자신은 조선 민족의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 볼 엄두는 못 내었고,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항일 독립군 부대를 찾아가지도 못했다. 그저 억압받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 가까운 벗들과 울분을 나누고, 혼자라도 민족의 말과 글을 잊지 않으려 하며 시를 써왔다.  268-269쪽

 

 

이것이다. 일제시대를 견디는 일. 사람마다 다 다를테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일제시대를 견뎌내는 일일텐데... 윤동주에게 그것은 바로 시를 쓰는 일이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같은 시인이라도 일제에 영합하는 시를 쓴 사람도 있고, 조선어를 포기하고 일본어로 시를 쓴 사람도 있으니, 그 시대에 우리말을 지키고 우리말로 시를 썼다는 것 자체도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윤동주의 시는 단지 우리말로 썼다는 것을 넘어서 우리말로 우리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 지금 읽어도 우리 마음에 울림을 준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동주의 내면세계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우리에게 더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소설은 그 인물에 대해서 더욱 친근하게 또 그 인물의 고민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윤동주의 삶과 윤동주의 시가 잘 어울리면서 우리에게 일제시대를 살아간 순정한 한 사람,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려 했던 한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여기에 윤동주에 의해 가려져 있지만 송몽규 역시 치열하게 일제시대를 살아간 사람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영화 "동주"와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인/동주"는 함께 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윤동주는 우리 문학에서 지워질 수 없는 이름이 되었으니... 그를 좀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 이 책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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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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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이 된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에 대한 유래는 194쪽에 나온다.

 

전쟁에 이겼을 때 오만하지 않도록, 또 졌을 때 좌절하지 않도록 하라는 문구를 글귀를 반지에 새겨오라는 명령을 받은 세공사가 지혜의 왕인 솔로몬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이 때 솔로몬이 해주었다는 말이 바로 이 말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렇다. 우리는 인생에서 기쁨에 넘쳐 있거나, 또는 좌절에 빠져 있거나 할 때가 많다. 인생의 굴곡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힘들게 올라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지만, 가파른 내리막길을 다시 힘들게 내려오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순간도 멈춰 있지 않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동사다. 움직임이다. 형용사나 명사가 되는 순간, 그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이다. 

 

하여 삶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매순간 벌어진다. 예측불가능성, 그리고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지나감,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추진한 백두대간 종주 팀에 끼어 산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평지의 인간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작가가 백두대간을 종주하기로 결심한 것은 삶에 어떤 계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작가는 두려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을 오른다는 것,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다. 평소 산에 오르기를 꺼려하던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헉헉거리고 오르는 산을 다시 헉헉거리며 내려와야 한다. 내려와야 할 산을 왜 오른담? 이란 질문에 작가는 '어차피 죽을 삶을 왜 사는가?'로 치환한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산에 오르는 일, 정상에 오르는 일에서 내려오는 일, 그 과정을 통해 작가는 삶에 대해서 성찰하게 된다.

 

자신의 살아온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이 산을 오르며, 내리는 순간 순간 작가에게 다가온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작가와 함께 산행을 하며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무언가를 내려놓으려 산에 가는데... 정작 산에 가서는 내려놓을 무엇을 생각하기 힘들어진다. 바로 산에 오르는 순간 순간, 내려오는 순간 순간 산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집중의 시간을 통해, 몸의 움직임이, 몸의 힘듦이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으로 불현듯 다가오게 된다.

 

작가는 산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람이 살아가게 하는 힘, 사랑과 희망... 우리의 삶은 원대한 계획도, 꽉 차인 시간표도 없다. 순간 순간 나에게 일어라는 일들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산을 오를 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듯, 우리는 삶에서 바로 지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최선들이 모여, 순간들이 모여 삶이라는 산을 이룬다.

 

그 산을 보게 되는 순간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말처럼, 다른 사람과 비교불가능한 오로지 자신을 만나게 되고, 그런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런 경험을 작가는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서 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산행을 통해 자신과 자연과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작가는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책이 나올 때는 아직 백두대간을 다 종주하지는 못했지만, (2011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 지금은 작가가 완주를 했는지, 자신이 계속해서 말하듯이 40차에 걸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산행한 개근을 했는지를 지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주보다도 이 때까지 산행을 통해 느낀 점을 쓴 이 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16차에 걸친 산행을 통해 얻은 그 힘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하여 이 책을 읽어가면서 백두대간을 함께 종주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작가의 말을 통해서 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된다.

 

삶이라는 산을 서두르지 않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힘으로 천천히 내 속도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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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 3 -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문학동네 화첩기행 3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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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미술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적어도 미술책을 찾아가는 여행, 또는 미술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생긴 요즘,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린 책이다.

 

총 5권으로 되어 있는데, 우선 3권을 빌렸다. 왜? 작은 제목이 내 눈길을 사로잡고,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제목은바로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타향이라고 함은 고향을 떠났다는 말이 되니까,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고향을 떠나 활동을 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방인이 되어 활동한 사람, 서경식의 용어로 하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요즘은 자기 나라에 살아도 이방인처럼, 디아스포라처럼 이산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자기의 고향을 떠나 살면서 예술의 혼을 불태웠으리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지 마음으로 느껴진다.

 

첫시작을 전혜린으로 한다. 미술가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예술가에 관한 책이다. 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이들과의 만남과 느낌을 글쓴이가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은 글쓴이의 것이다. 글쓴이가 화가라는 점이 이런 책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그림보다도 글이 더 좋다. 이 책은.

 

글이 읽기에 수월하고 예술가들의 삶이 마음 속에 쏙쏙 들어오게 표현되어 있다. 어쩌면 단순한 글솜씨라고 하기보다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에 마음에 글쓴이가 깊이 공감했기에이런 글이 나왔을 거라 짐작해 본다.

 

덕분에 읽어가면서 이 책에 나온 예술가들의 삶에 내 마음도 따라들어간다. 그들의 처지에, 그들의 예술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산 사람들, 예술혼을 불태운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예술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삶은 신산했을지 몰라도 이들의 결과는 우리들의 삶을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예술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런 예술가들도 있었다고, 이런 예술이 있었다고.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 보자.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예술이 나오는데... 그 중 몇 명이나 우리가 알고 있을까? 참, 예술가라고 하기 힘든 사람도 한 명 있다. 그가 누굴지는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고.

 

전혜린, 이미륵, 윤이상, 진은숙, 노은님, 이응노, 빅토르 최, 아나톨리 김, 류드밀라 남, 김산, 김염, 최건, 최승희, 윤동주, 정조문·정영희, 이삼평, 김우진·윤심덕, 아사카와 다쿠미

 

유럽에서, 특히 독일과 프랑스, 구 소련에 거주하면서 예술활동을 했던 사람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사람, 그리고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에 와서 조선인이 되고자 했던, 우리나라에 묻힌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하나하나의 예술은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이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이다. 어쩌면 예술은 공통의 언어라는 점을 이들의 예술활동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국적을 불문하고 진정한 예술에는 국경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국경이 있다. 이 국경으로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힘들어 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이런 국경으로 인해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어 가슴이 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고향을 떠났지만 예술을 통해 더욱 고향을 깊고 넓게 만든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는 예술가에게도 국경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다가 가끔은 그림을 볼 일이다. 그래도 책 제목이 '화첩기행' 아니던가. 그의 그림을 통해서 그가 예술가들과 만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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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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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이 판본이 아니라, 겉표지가 얇은 책이었다. 재미라기보다는 감동을 받으며 읽었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

 

그런데 사서 읽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지 집에 책이 없다. 산 기억도 빌린 기억도 없는데, 읽은 기억만 남아 있으니 원.

 

우연히 헌책방에 갔는데... 책방 밖에 전시해 놓은 책들을 모두 천 원에 팔고 있었다. 어떤 책들이 있나 주욱 훑어가는데, 이 책 '내 생애 단 한 번'이 눈에 확 들어온다.

 

어, 이 책을 천 원에... 이렇게 새것인데... 판본이 2010년것이지만 겉표지부터 속표지까지 모두 새것과 다름이 없다. 참 아깝다. 이런 책을 천 원에 팔다니...

 

그러다 거꾸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천 원으로 이런 책을 살 수 있게 하다니... 참 고맙다고. 피천득이 쓴 그 유명한 수필 '수필'을 읽으면 수필이란 도대체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있는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하나하나가 마음 속으로 콕콕 들어온다. 장영희 씨가 이제는 고인이 되어서 그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도 더 마음에 다가온다.

 

다시 읽기 시작하여... 마음에 단비가 내리듯이 촉촉하게 마음이 젖어오게 한다. 그냥 그렇게 읽으면서 이런 청량한 글, 이런 따뜻한 글을 쓴 사람이 이제는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그가 쓴 글 중에... 다들 마음에 들지만... 요즘에도 더 생각해 볼 글로...

 

 '화려한 색깔로 멋있게 피는 작약꽃도 아름답지만, 바위 틈새에 숨어 피는 작은 들꽃도 아름답다.

  번쩍이는 왕관을 쓴 미스 코리아, 주렁주렁 훈장을 단 장군, 수십 명의 수행원을 거느린 고위직 관리,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시장 바닥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가슴을 드러내 놓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과일 장수 아주머니, 공사장에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벽돌을 나르는 노동자,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일하여 눈 코 입조차 분간할 수 없는 미화원들, 이들 역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209쪽)

 

이런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았던 사람,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해 낸 사람. 그런 사람의 눈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고 장영희 교수의 삶 역시 아름다운 삶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아름다움이 이렇게 글로 남아 우리들에게 전해지니...

 

15년 전에 처음 나온 수필집임에도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두 번 읽었음에도 역시 감동적이다. 수필이 주는 감동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기도 한 책이다. 마음이 퍽퍽해질 때 한 번씩 꺼내 놓고, 아무 부분이나 펼쳐 읽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 번이다. 그러므로 그 삶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삶에는 차별이 없다. 그 점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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