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주
안소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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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란 영화가 나오기 전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역사소설 쯤에 해당할텐데, 윤동주의 삶을 중심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장면들을 상상력을 통하여 채워놓았다고 보면 된다.

 

어린 시절 이야기는 생략하고 동주가 연희전문에 오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이 때부터 우리가 아는 시인/동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연희전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의 시도 꽃을 피우게 되는데, 졸업을 하고도 딱히 갈 곳이 없는 동주가 일본으로 유학 가 감옥에서 죽기까지 그 동안 만난 사람들과 동주의 내면세계, 그리고 그의 시를 중심으로 이 책이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묘미는 우선 책의 내용에 맞는 동주의 시들을 볼 수 있다는 점, 시들이 그 상황에 꼭 맞게 인용이 되어 시의 울림이 더 크게 느껴지게 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구절,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윤동주의 삶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우리이기에 더 마음을 울리는지도 모르겠지만.

 

  동주 자신은 조선 민족의 독립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 볼 엄두는 못 내었고,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항일 독립군 부대를 찾아가지도 못했다. 그저 억압받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 가까운 벗들과 울분을 나누고, 혼자라도 민족의 말과 글을 잊지 않으려 하며 시를 써왔다.  268-269쪽

 

 

이것이다. 일제시대를 견디는 일. 사람마다 다 다를테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일제시대를 견뎌내는 일일텐데... 윤동주에게 그것은 바로 시를 쓰는 일이었을 거란 생각을 한다.

 

같은 시인이라도 일제에 영합하는 시를 쓴 사람도 있고, 조선어를 포기하고 일본어로 시를 쓴 사람도 있으니, 그 시대에 우리말을 지키고 우리말로 시를 썼다는 것 자체도 커다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윤동주의 시는 단지 우리말로 썼다는 것을 넘어서 우리말로 우리들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 지금 읽어도 우리 마음에 울림을 준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동주의 내면세계를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우리에게 더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런 점에서 역사소설은 그 인물에 대해서 더욱 친근하게 또 그 인물의 고민에 더 가깝게 다가가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윤동주의 삶과 윤동주의 시가 잘 어울리면서 우리에게 일제시대를 살아간 순정한 한 사람,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려 했던 한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여기에 윤동주에 의해 가려져 있지만 송몽규 역시 치열하게 일제시대를 살아간 사람임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영화 "동주"와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시인/동주"는 함께 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윤동주는 우리 문학에서 지워질 수 없는 이름이 되었으니... 그를 좀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 이 책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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