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다. 이 판본이 아니라, 겉표지가 얇은 책이었다. 재미라기보다는 감동을 받으며 읽었다는 느낌이 남아 있다.

 

그런데 사서 읽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지 집에 책이 없다. 산 기억도 빌린 기억도 없는데, 읽은 기억만 남아 있으니 원.

 

우연히 헌책방에 갔는데... 책방 밖에 전시해 놓은 책들을 모두 천 원에 팔고 있었다. 어떤 책들이 있나 주욱 훑어가는데, 이 책 '내 생애 단 한 번'이 눈에 확 들어온다.

 

어, 이 책을 천 원에... 이렇게 새것인데... 판본이 2010년것이지만 겉표지부터 속표지까지 모두 새것과 다름이 없다. 참 아깝다. 이런 책을 천 원에 팔다니...

 

그러다 거꾸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게 천 원으로 이런 책을 살 수 있게 하다니... 참 고맙다고. 피천득이 쓴 그 유명한 수필 '수필'을 읽으면 수필이란 도대체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 수 있는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하나하나가 마음 속으로 콕콕 들어온다. 장영희 씨가 이제는 고인이 되어서 그의 글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점 때문에도 더 마음에 다가온다.

 

다시 읽기 시작하여... 마음에 단비가 내리듯이 촉촉하게 마음이 젖어오게 한다. 그냥 그렇게 읽으면서 이런 청량한 글, 이런 따뜻한 글을 쓴 사람이 이제는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그가 쓴 글 중에... 다들 마음에 들지만... 요즘에도 더 생각해 볼 글로...

 

 '화려한 색깔로 멋있게 피는 작약꽃도 아름답지만, 바위 틈새에 숨어 피는 작은 들꽃도 아름답다.

  번쩍이는 왕관을 쓴 미스 코리아, 주렁주렁 훈장을 단 장군, 수십 명의 수행원을 거느린 고위직 관리,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시장 바닥에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가슴을 드러내 놓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과일 장수 아주머니, 공사장에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벽돌을 나르는 노동자, 쓰레기 더미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일하여 눈 코 입조차 분간할 수 없는 미화원들, 이들 역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209쪽)

 

이런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았던 사람,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극복해 낸 사람. 그런 사람의 눈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고 장영희 교수의 삶 역시 아름다운 삶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 아름다움이 이렇게 글로 남아 우리들에게 전해지니...

 

15년 전에 처음 나온 수필집임에도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두 번 읽었음에도 역시 감동적이다. 수필이 주는 감동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기도 한 책이다. 마음이 퍽퍽해질 때 한 번씩 꺼내 놓고, 아무 부분이나 펼쳐 읽고 싶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단 한 번이다. 그러므로 그 삶은 소중하고 아름답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삶에는 차별이 없다. 그 점을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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