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기행 3 -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문학동네 화첩기행 3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을 보고, 미술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적어도 미술책을 찾아가는 여행, 또는 미술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미술에 대해서 관심이 생긴 요즘,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린 책이다.

 

총 5권으로 되어 있는데, 우선 3권을 빌렸다. 왜? 작은 제목이 내 눈길을 사로잡고,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제목은바로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타향이라고 함은 고향을 떠났다는 말이 되니까,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고향을 떠나 활동을 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방인이 되어 활동한 사람, 서경식의 용어로 하면 디아스포라의 삶을 산 사람이라는 말이 된다.

 

요즘은 자기 나라에 살아도 이방인처럼, 디아스포라처럼 이산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자기의 고향을 떠나 살면서 예술의 혼을 불태웠으리니, 그들의 삶이 얼마나 신산했을지 마음으로 느껴진다.

 

첫시작을 전혜린으로 한다. 미술가에 관한 책이 아니다. 예술가에 관한 책이다. 화첩기행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이들과의 만남과 느낌을 글쓴이가 그림으로 그려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은 글쓴이의 것이다. 글쓴이가 화가라는 점이 이런 책을 가능하게 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그림보다도 글이 더 좋다. 이 책은.

 

글이 읽기에 수월하고 예술가들의 삶이 마음 속에 쏙쏙 들어오게 표현되어 있다. 어쩌면 단순한 글솜씨라고 하기보다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에 마음에 글쓴이가 깊이 공감했기에이런 글이 나왔을 거라 짐작해 본다.

 

덕분에 읽어가면서 이 책에 나온 예술가들의 삶에 내 마음도 따라들어간다. 그들의 처지에, 그들의 예술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산 사람들, 예술혼을 불태운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예술이 더욱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이들의 삶은 신산했을지 몰라도 이들의 결과는 우리들의 삶을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예술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런 예술가들도 있었다고, 이런 예술이 있었다고.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 보자.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예술이 나오는데... 그 중 몇 명이나 우리가 알고 있을까? 참, 예술가라고 하기 힘든 사람도 한 명 있다. 그가 누굴지는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고.

 

전혜린, 이미륵, 윤이상, 진은숙, 노은님, 이응노, 빅토르 최, 아나톨리 김, 류드밀라 남, 김산, 김염, 최건, 최승희, 윤동주, 정조문·정영희, 이삼평, 김우진·윤심덕, 아사카와 다쿠미

 

유럽에서, 특히 독일과 프랑스, 구 소련에 거주하면서 예술활동을 했던 사람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사람, 그리고 일본인이지만 우리나라에 와서 조선인이 되고자 했던, 우리나라에 묻힌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하나하나의 예술은 세계적이면서 한국적이다.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이다. 어쩌면 예술은 공통의 언어라는 점을 이들의 예술활동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

 

국적을 불문하고 진정한 예술에는 국경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술가에게는 국경이 있다. 이 국경으로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힘들어 했는지... 이 책을 읽으면 이런 국경으로 인해 고뇌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만날 수도 있어 가슴이 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고향을 떠났지만 예술을 통해 더욱 고향을 깊고 넓게 만든 사람들 이야기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제는 예술가에게도 국경이 없다는 말이 나오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다가 가끔은 그림을 볼 일이다. 그래도 책 제목이 '화첩기행' 아니던가. 그의 그림을 통해서 그가 예술가들과 만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