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구보씨의 일생 - 경성 모던보이 박태원의 사생활
박일영 지음, 홍정선 감수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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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학교 수업시간에 박태원에 대해서 배운다. 월북인지 납북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 이 책을 읽어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전쟁 중에 문인평양시찰단으로 차출이 되어 북쪽으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니 어떤 쪽으로 분류를 해야 할지...- 그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988년 전까지는.

 

그런데 이제 그는 우리나라 리얼리즘을 확대한 작가로, 고현학의 작가로, 모더니즘 소설의 선두주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이상과의 친분, 구인회 활동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작품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여러 작가들이 받아들여 같은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고, "천변풍경"은 당시 청계천 변의 생활을 카메라 기법으로 잘 드러낸 소설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북한으로 간 뒤에 쓴 작품도 우리나라에 출간이 되어 역사소설인 "갑오농민전쟁"도 발간이 되어 있고, 그가 "삼국지"를 번역하여 우리나라 삼국지 번역의 전범을 이루었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다.

 

많이 알려진 작가. 그런데도 이 책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작가의 큰아들에 의해 쓰여졌다는 것이다.

 

책이나 문헌을 통해 알 수 없는 것들을 함께 산 아들의 눈을 통해 작가 박태원과 인간 박태원을 알 수 있게 만든 책이다.

 

(큰 아들 박일영 씨는 자신의 아버지 박태원이 구보라는 호를 쓴 것에 비해 자신은 조금 모자란다고 자칭 '팔보'라고 한다)

 

박태원으로 북으로 가기 전까지 12년을 함께 산 아들, 12살이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을테니, 자신의 기억으로 어린 시절을 복원하여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 이후의 일은 자신이 만난 아버지 친구들과 또 다른 기록들을 통해 아버지 박태원을 그려내고 있다.

 

일반적인 평전이라기 보다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아버지의 일생이라고 보면 되는데, 한때 출판사에 근무한 저자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록들 중에 의심쩍은 것이나 미심쩍인 점을 철저히 탐구하여 바로잡고 있다.

 

더하여 남들이 아직 정화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 나름으로 추론을 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데, 이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되지 않으연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특히 그는 북한에 가서 자신의 큰누나와 북에서 아버지의 부인이 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북한에서 박태원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생한 증언 - 그러나 당사자의 말이라고 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점에 대해서 저자도 이해하고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을 들어 우리에게 전달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학자들이 펴낸 박태원에 대한 책에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박태원의 내밀한 사생활을 더해 작가 박태원과 인간 박태원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본 아들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쓴 책이라 책 곳곳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아직도 더 밝혀져야 할 사실들이 많다는 것도. 그냥 친근하게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식의 서술이 도처에 나오는데, 이것이 읽는 것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즉, 그는 더 알고 있는 내용이 있지만 그것은 아버지를 생각해서 차마 더 말하지 못하겠으니 이만 멈추겠다는 말도 스스럼 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가장 모던한 작가로 평가받던 박태원, 그러나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상한 아빠였음을, 그런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 북한에 가서도 유지되었음을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작가 박태원보다는 인간 박태원에 중점을 두고 읽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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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군 2016-08-0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던보이 박태원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