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운형을 말한다 - 몽양학술심포지엄 논문자료집
이정식.최상용.조영건 외 지음 / 아름다운책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격동의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인물이 바로 여운형이다. 그렇지만 그에 대해서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다. 그만큼 그는 잊혀진 정치가로 지내온 기간이 더 많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에 헌신했음에도 2000년이 넘어서야 겨우 독립운동에 대한 공을 인정받아 국가 훈장을 받은 사람이니, 이승만과 김구는 알아도 여운형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던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그런 여운형을 2007년에 그의 서거 60주년을 맞이해서 몽양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한다. 몽양을 그냥 잊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의 정신을 지금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에 몽양을 다시금 우리나라 정치에 불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 참 낙관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몽양이 해방이 되고나서 남북이 분단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 좌우합작 노선을 우직하게 밀고나갔다는 사실, 그로인해 우익에게서도 또 좌익에게서도 홀대를 받아왔다는 사실... 열 번이 넘는 테러를 당했음에도 자신의 민주주의 원칙, 민족주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그런 원칙으로 인해 현실 정치 세계에서 그 자신이 희생당하고 말았다는 사실... 2000년 초반에 남과 북이 화해 분위기로 흐를 때 이제는 분단시대가 아닌 통일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준비해야 한다고 할 때, 그때 몽양은 다시 우리 곁에 왔다.
많은 정치인들이, 학자들이 몽양을 불러내었다. 게다가 몽양의 딸이 북쪽에서 나름 활동하고 있었기에 그를 디딤돌로 삼아 남북교류를 이끌고, 더 나아가 남북 정상회담도 하고, 이제는 남북이 휴전이 아닌 정전, 평화협정으로 가야한다고 할 때 몽양이 오래 전에 주장했던 좌우합작, 남북통일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여 몽양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런 학술대회도 개최하고 했는데... 그런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몽양의 서거 뒤와 비슷하게 남북은 다시 긴장,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말았다.
몽양이 그토록 우려했던 일들이 다시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 그나마 실낱같이 이어가던 경제협력마저도 개성공단 폐쇄로 이제는 남과 북이 갈등의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무슨 치킨게임도 아니고...
긴장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돌고 있는 이 때, 다시 몽양을 생각해야 한다. 그가 왜 그 시대에 좌우합작을 추진했는지, 그렇게 반대가 많았고, 현실적으로도 고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우합작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에게는 그것이 우리 민족이 살 길이었고,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라. 남과 북이 이렇게 군사적 긴장 상태에 있을 때는 민주주의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몽양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도록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으리라고 생각한다.
비록 테러로 인해 그는 목숨을 잃었지만, 그것이 현실정치에서는 그 당시에도 용납이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시 그가 서거한 지 70년이 지난 오늘에서도 또다시 용납되지 않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몽양 서거 후 70년 동안 우리는 너무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았던가. 그러면 이제는 남과 북이 바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몽양은 인민이, 즉 국민이 주인되는 세상을 꿈꾸기 위해 좌우합작을 주장했는데, 우리 역시 남북의 긴장 상태에서는 민주주의가 위축되니, 국민이 주인이라는 의식이 잠시 뒤켠으로 밀려가는데...
자신들의 정권유지나 권력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무엇보다 남과 북은 지금의 긴장 상태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여운형의 정신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이때 학술심포지엄에 나온 이 글들 참 낙관적이었는데, 이 낙관이 비관으로 바뀌는데 몇 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시 이 비관을 낙관으로 바꿔야 한다.
그 점에서 여운형의 사상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해방 정국 3년 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들, 정치적 사건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지금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분량의 절반 이상을 여운형의 글로 채우고 있다. 그의 사상을 직접 읽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여운형의 소망이 진행되고 있음을, 그것이 그냥 소망이 아닌 현실이 되게 하는 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졌음을 이 책은 생각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