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이 워낙 개판이라 묻혀서 그렇지, 지금 우리나라 생태계는 난리다.
고병원성 조류독감(AI-그냥 조류독감이라고 하겠다. 영어보다는 이게 더 친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처음 용어가 조류독감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고 한다.
그게 왜 문제냐고? 조류가 병에 걸렸는데,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냐고? 그 조류에 닭이나 오리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열에 조리해 먹으면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하지만, 안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삼가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기도 하다.
병에 걸린 닭이나 오리를 처리하면 되지 않냐는 생각, 그런데 이것이 전염성이라서. 그리고 인간에게도 전염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가 있는 농장은 물론이고, 근처 몇 킬로미터에 있는 농장의 조류들까지 모두 살처분(죽이는 것)해야 한다고 한다.
벌써 천만 마리가 넘는 닭, 오리들이 살처분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감염의 요인을 철새로 보고 있다. 조류독감에 걸린 철새가 날아와 퍼뜨렸다는 것.
그런데, 철새들은 걸려도 몇 마리만 죽어나갈 뿐, 집단적으로 죽는 경우는 없다. 또한 철새는 지구 탄생이래 계속 이동을 거듭해 왔고, 그들이 이렇게 여러 곳을 다니는 동안에 온갖 질병에 걸리기도 했을 거고, 질병균들을 전파하기도 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문제가 없었던 일들이, 최근에 들어 급속도로 퍼지면서 재앙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인간에게는 전염이 안 되던 것이 이제는 인간에게 전염이 되기도 하고.
그렇다고 철새를 막을 방도도 없고, 또 철새를 막아서도 안 된다. 대책은 다른 데서 나와야 한다. 역시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의 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사육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지금처럼 환경을 파괴하는 일을,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일을 계속하면 안 된다는 것.
조류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구제역이 발생하면 이번에는 소와 돼지들이 수난을 당한다. 연좌제에 걸려 수많은 소, 돼지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이 문제라는 것인데, 환경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이렇게 살처분으로 나아간다면 상황은 바뀌지 않고 반복될 뿐이다. 그때만 벗어나고, 다시 시작되는 악순환의 반복.
촛불이 활활 타올라 우리나라 정치권을 바꿔가고 있는데, 이제는 정치권만이 아니라 생활도 바꿔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지속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촛불 정국이라는 이름으로 묻히고 있지만 지금 고병원성 조류독감, 너무나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철새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만들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헌책방에 산 "지구는 아름답다"란 시집을 꺼내 읽었다. 생태시를 표방해서 한국시인협회에서 시인들에게 생태시를 받아 수록한 것. 401명의 시인들 시가 실려 있다. 모두 환경, 생태를 소재로, 주제로 한 시들이다.
이 시들을 읽으며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고, 변화가 시급함을 느꼈다. 정치권의 변혁만큼이나 우리 생활의 변혁도 필요함을.
그것들이 따로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함을, 함께 갈 수밖에 없음을, 지금의 정치권력으로는 생태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니.
이 시를 보자.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너의 일상을 돌아보라
- 강상기
강이 오염되었어!
누구 짓이야?
산이 파괴되었어!
누구 짓이야?
오존층이 파괴되었어!
이 또한 누구 짓이야?
한국시인협회 엮음, 지구는 아름답다. 뿔. 2007년. 13쪽.
누구 짓? 우린 알고 있다. 범인은 바로 우리라는 것을.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언제까지 책임 회피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촛불이 정치권을 바꾸듯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삶을 바꿔 환경이 더이상 파괴되지 않도록 하자. 지구에 있는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그것은 바로 내 일상을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고칠 수 있는 것, 바꿀 수 있는 것은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이다.
지금 계속 번지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독감 소식을 접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