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시를 엮은 책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네팔어로 시를 쓴 것을 번역한 시집인데... 번역이 시의 맛을 정확히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이 시집에서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이주노동자.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많은 차별에 시달리고 있기도 한데...
이 지구상에 유독 사람들에게 국경이 강력하게 작동을 해서, 사람들을 편 가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국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고 있고, 우리는 모두 유목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한 곳에 정착해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이럴 때 이주노동자들의 생활, 감정을 담은 시를 읽는 것도 좋다. 그들의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서 '외국에서 만난 동생'이라는 시가 있는데, 그 시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이 되려면 낯선 나라에 가야 하는구나 / 자신을 알려면 또 자신의 의무를 이해하려면 / 낯선 나라에 가야 하는구나 / 자신의 나라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려면 / 나라를 떠나봐야 하는구나
(씨꾼 아수, '외국에서 만난 동생' 부분. 47쪽)
낯선 나라에서 고생을 하면서 자신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일. 이것이 긍정적이면 좋겠지만, 조국보다도 더 열악한 현실에서 자신을 깨닫게 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그들이 사람다운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슈퍼 기계의 반란'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삶이 이토록 어려운 시기가 도래해서 / 이제는 당신 기계의 족쇄를 차고 / 슈퍼 기계가 되어서 움직이고 있어요 / 그럼에도 / 땀을 흘린 대가로 / 왜 무시를 당해야 하나요? / 내 자존심에 / 왜 상처를 받아야 하나요?
(니르거라즈 라이, '슈퍼 기계의 한탄' 부분. 73쪽)
이러면 안 되는 거다. 노동자들 없이 어떻게 산업이 돌아갈 수 있겠는가. 노동 없이 우리 삶이 유지될 수 없는데, 우리는 노동을 천시하고, 노동자를 무시하고 있으니, 이러면 안되는 거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을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된다. 그들이 우리 산업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 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이런 시를 비롯하여 네팔의 문화를 알 수 있는 시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로서의 신산한 삶이 나타난 시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읽어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