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지나자마자 그녀에게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한참 정신없이 바쁜 월요일 오전 시간이었다.

"때르릉"

"예. 약국입니다."

"접니다. 저 대신 보쌈 값 좀 내주세요."

"네? 어디에 전화 거셨어요? 여기는 약국입니다."

"네. 저라니까요. 제가 보쌈을 시켜 먹었는데 자꾸 외상값 갚으라고 독촉을 해서요. 약국으로 보내줄테니 저 대신 외상값 내주세요."

"...아....저기...지금은 제가 바빠서요.."

 

바쁜 와중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일주일 내도록 생각했던 그녀와 나와의 미래 대화상에서 한참을 벗어난 일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밀린 손님들에 미처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직원이 받았다.

 

"네? 병원으로 게보린을 갖다 달라구요? 병원에 입원했다구요?"

 

여자는 심신미약으로 입원을 했다고 한다. 원룸 생활비도 없는 형편이니 먹을 것 나오고 재워주는 병원을 선택한 건 잘한 일인 듯도 싶다. 그렇지만 병원 약과 중복되기에 게보린은 줄 수 없다고 전했더니 아들을 보내겠다고 말을 한다. 저번에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잠시 갸웃거렸다. 아..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인 모양이다. 그래도 줄 수 없다고 말을 전했고 여자가 전화를 끊었다. 10분 후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다짜고짜 택시비를 달란다. 병원에서 택시를 불러서 약국을 들르겠으니 택시비를 내놓으란다. 게보린을 줄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정말로 여자가 택시를 타고 왔다. 누군가에게 택시비를 꾸어서 왔다. 게보린 5 곽 값까지 들고서. 하지만 나는 여전히 줄 수 없다고 말을 했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일반약은 드리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다음에 퇴원하면 주겠다고 말을 했다. 여자는 혼잣말로 중얼중얼 욕을 하며 문을 열고 나갔고 근처의 다른 약국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머리 속으로 명확하게 그리진 않았지만 그녀를 도울 나름의 상이 있었다. 여자가 홀로서기를 하는데 있어 무엇이 도움이 될 지 이런저런 생각도 했다. 여자는 그러나 내 생각을 벗어났다. 나는 여자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해주고 싶었다. 진부하기 그지없는 메러디스의 말처럼. 그렇지만 나는 메러디스의 말이 여전히 중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준비됐니?"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젠 이 생활도 끝이야. 네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인 거다. 지금부터는 모든 게 네 책임이고, 너 자신 말고는 누구 탓도 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해라."

메러디스 콤스.

나를 보육원으로 돌려보낸 수많은 입양 가족의 선정 책임자였던 사회복지사. 그녀가 감히 내게 책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p.15

....

 

펠가에 접어들면서부터 메러디스는 쉴새없이 떠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 기적인 이유를 열거하면 샌프란시스코를 반은 가로지를 것 같았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아무 의욕도 연고도 없고 사회성도 없는 나. 그녀가 내게 장래 계획을 묻고,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 거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p.21

 

 

바보같게도 나는 매러디스의 말과 닮은 내 생각들이 그녀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매러디스의 그녀,빅토리아가 메러디스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듯 그녀에게는 내 생각이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마 그녀가 생각하는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새로 시작하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나 커서 섯불리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한다거나, 주위의 도와주는 이들에게 보답할 정도로 꿋꿋하게 일어서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다거나, 아니면 주위의 사건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거나. 암튼 여자는, 자신의 든든한 배후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원하는 방식과 자신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그 생각에 대해서는 그녀를 존중하기로 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이니까.

 

 

"일자리는?"

"무슨 일자리요?" 

"일자리 구했냐고"

"구했겠어요?"

 

"구했어야지! 넌 일자리를 찾아서 지원하고 채용이 되어야만 해. 안그러면 6주 안에 거리에 나앉게 될 테고, 추운 밤에도 널 재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넌 원해야만 해. 난 네가 원하는 만큼만 해줄 수 있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원해야 한다는 거야."

"널 거리로 내쫓는 건 나한테도 힘든 일이야. 하지만 명심해. 난 그렇게 하고 말 거니까."

그게 힘든 일이라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p.27

 

 

빅토리아는 메러디스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보육원에서 겨우 나와 석달 동안만 무료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구해주었고, 종종 들러 근황을 살폈으며, 어쩔 땐 돈봉투까지 방문 밑으로 살짝 밀어넣고 갔어도 빅토리아는 메러디스를 믿을 수 없었다. 매번 파양당한 아픈 기억이 빅토리아를 괴롭혔으며 파양 후 늘 돌아가던 보육원 생활이 빅토리아를 불안하게 했으며, 자신만을 향하지 않는 메러디스의 눈 앞에서 빅토리아는 신뢰를 버렸다. 숱한 파양으로 인해 입양 대기자 목록에서 빅토리아를 빼자고 하는 판사의 제안을 메러디스가 묵살할 때도 빅토리아는 메러디스의 눈에서 그저 사회복지사로서의 수치심만을 읽었다. 어렸을 적부터 빅토리아를 봐오던 메러디스에게 어느 정도의 정이 있는지는 메러디스만이 알 일이다. 상대방은 그저 자신이 느끼는 대로 느낄 뿐이다. 빅토리아가 메러디스에게서 그런 애정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 자체로 사실인 것이다.

 

나는 빅토리아의 '그게 힘든 일이라는 말은 믿을 수 없는 말이다.' 라는 생각이 이해가 간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입 밖으로 나오는 말 이외의 것들 또한 많은 역할을 한다. 오랜간 메러디스와 빅토리아의 관계에서 빅토리아는 메러디스에 대한 평가를 했을 것이다. 물론 잠시의 만남에서도 말 이외의 것들은 상당한 역할을 한다. 흔들리는 눈빛, 말들 사이의 쉬어가기, 무의식적인 손동작, 그리고.. 온 몸으로 느껴지는 마음의 흐름.

 

빅토리아의 믿지 못하는 마음을 읽을 때 나는 약국에서의 그녀의 눈물이 떠올랐다. 그녀의 얼어터진 손이 떠올랐다. 빈 원룸에서 그녀가 그동안 혼자 무얼 했을지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도와줄 때가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도움주기와 받기는 서로 맞지 않을 경우 메러디스와 빅토리아처럼 어긋나버린다. 소설의 주인공은 메러디스가 당연히 아니며 메러디스는 어쩌면 주인공의 미래의 방해인물일 수도 있다. 물론 의도치는 않았지만 말이다. 직업으로 봉사의 일을 하는 사람이든 나처럼 닥친 상황에서 순간적인 판단으로 누구를 도우게 되든지간에 결론은 그 사람이 잘 되는 일일 것이다. 타인이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은 그러나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그녀는 조만간 또 내방할 것이다. 그때 또 어떨 일이 생길까. 나는 또 어떻게 행동을 할까.

 

소설에서 빅토리아가 두려운 마음을 떨치고 생계를 위해, 혹은 미래의 꿈을 위해 첫 발을 내디디듯 그녀 역시 무언가를 위해 첫 발을 내디디는 순간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녀에게는 어떤 꽃이 어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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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2-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주기와 받기는 서로 맞지 않을 경우 메러디스와 빅토리아처럼 어긋나버린다' 네, 맞아요, 달사르님. 달사르님이 생각하신 도움 혹은 줄 수 있는 도움과 그녀가 생각한 혹은 받고 싶은 도움이 달랐던 것 같아요. 이런건 다를 경우 꽤 불편해질 수 있는데 .. 앞으로 내방할 그녀과 달사르님 사이에 생길일이 기쁘기 보다는 혹 불편한 것이 되는게 아닐까 싶어서(지금도 불편해 보여요) 사실은 그녀 혼자 스스로 잘 이겨내고 똑바로 서고 달사르님을 찾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달사르 2012-02-10 21:59   좋아요 0 | URL
예전에 제가 힘들었을 때 기억이 나서 가급적이면 도울 수 있는 한도까지 도와주고 싶은데, 생각대로 잘 되질 않네요. 네. 맞아요. 불편함이 느껴져서 제가 그녀를 도우는 방식이 그녀에게 맞지 않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 혼자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만 갖고 있고 다른 방식을 찾든지 아니면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될 거 같애요.같은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이 메러디스와 빅토리아에 대해 잘 아시니 다락방님의 조언이 더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다락방님의 소개로 이 책을 읽을 무렵에 위 사건이 생겨서 제가 고민을 좀더 깊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줬어요. 한달도 넘게 고민만..ㅠ.ㅠ
하하. 다음엔 빅토리아와 그녀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또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2-02-22 0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6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일은 조카들의 개학날이다. 초딩 6학년인 작은 조카는 방학 숙제인 일기를 어제에서야 겨우 마쳤다. 매일 쓰는 일기를 몰아서 쓰는 버릇은 (게으른) 이모를 닮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복원하는 기술은 (전혀!) 닮지 않았는지 조카는 일기숙제를 아주 힘겨워했다. 괴로워하는 조카를 위해 내가 옆에서 거들어준다.

 

"그거 쓰면 되잖아. 이번 명절에 열심히 이모 약국 봐준 거 써. 가령, 이렇게 말이지."

"설날 전날에 이모 약국을 봐주었습니다. 명절엔 같이 계시는 이모가 없기에 내가 이모를 도와줘야 됩니다. 나는 손님이 오면 일단 인사를 크게 합니다. 그리고 처방전을 받고 입력을 합니다. 입력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시럽 등이 나올 경우는 용량 단위가 있기에 잘 확인하고 입력해야 합니다. 이모가 약을 짓고 나오시면 내가 옆에서 계산을 거듭니다. 나는 산수를 잘 하기에 계산을 실수하지 않습니다. 이제 약을 받으신 손님이 나가십니다. 나는 큰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를 합니다. 내 인사에 오고가는 손님들이 크게 기뻐하며 웃으시는 모습에 나도 왠지 뿌듯합니다. 명절에 이모 일을 거드는 일은 특히나 보람찬 일인 듯합니다."

그때 일이 떠오르는지 작은 조카가 흥분했다.

"맞아요. 맞아. 제가 인사를 크게 하니 사람들이 참 많이 좋아했어요. 전산 입력은 아주 간단한 건데 신기하게 쳐다들 봤구요. 그리고 계산을 제가 척척! 하니까 또 기특하다,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했어요. 하하하"

 

"그럼그럼. 명절에 이모가 너 도움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뭐, 일단 이렇게 하나 정도 쓰면 되겠고, 음..또, 그래..할아버지에게 매일 용돈 받는 것도 쓰면 되겠네. 게다가 요새는 이모에게도 받으니 그것도 같이 쓰면 되지. 이렇게 말야."

"평일에 나는 하루에 한 번은 꼭 이모네 가게와 할아버지네 가게에 들릅니다. 이모네 가게와 할아버지네 가게는 가까이 있습니다. 급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나는 가급적이면 가게들에 들르려 애를 씁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면 두 분이 저에게 용돈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부모님이 따로 용돈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할아버지가 용돈을 주십니다.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받는 일은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매일 용돈을 받으러 들락거리다보니 할아버지가 무척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얼마전에는 이모도 합세를 했습니다. 용돈을 받을 때는 구십 도 인사가 절로 나옵니다. 받은 용돈으로 조금 있다가 맛있는 과자를 사 먹을 생각을 하면 구십도 인사가 가능합니다."

이번에는 옆에서 듣고 있던 큰조카가 거든다.

"맞아요. 맞아. 구십도 인사가 절로 나와요. ㅋㄷㅋㄷ"

"그래. 너도 부끄러움 많은 성격 이번에 많이 고쳤잖아. 가족끼리도 더 자주 만나면 더 친해지거든. 오고가는 현금 속에 싹 트는 가족애, 랄까."

 

"그 다음엔..부산에 사촌 형 왔던 이야기도 하나 쓰고."

"이번 설날에도 사촌 형과 여동생이 왔습니다. 사촌 형은 성악을 전공합니다. 노래를 아주 잘 합니다. 사촌 형은 아주 장난꾸러기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우리 누나에게 깐죽거립니다. 누나는 이번 방학 때 미장원에서 롤스트레이트를 했습니다. 사촌 형은 명절 당일 하루 종일 약국을 보고 돌아 온 누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밤송이, 밤송이, 노래를 합니다. 웃으면서 식탁에 앉아 약국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일들을 이야기 중이던 누나 얼굴이 갑자기 새파래지더니 식탁에서 일어납니다. 누나가 삐져서 방에 들어갔습니다. 엄마가 사촌 형에게 말조심을 좀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조그맣게 사촌 형 따라 밤송이, 따라 말했던 걸 엄마가 들었나봅니다. 나에게도 꾸중을 합니다. 왁자하던 거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부산 이모가 사촌 형에게 자꾸 노래를 불러보라 시킵니다. 뻘줌한 분위기에 노래가 들어가면 좋아지니까요. 아마, 형아 노래 잘 하는 거 자랑시키려는 목적도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요. 엄마가 나에게 기타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기타는 나보다 누나가 더 잘 치는데..아..부끄럽습니다. 기타를 가져와서 딩가딩가 연주를 하니, 누나가 방에서 나옵니다. 화가 풀렸나 봅니다. 누나에게 기타를 건넸습니다. 누나가 기타를 연주합니다. 그런데 또 사촌 형이 누나에게 뭐라고 뭐라고 합니다. 아, 이번에는 누나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막 눈물을 비칩니다. 또 방에 들어갑니다. 다시 주위 눈치를 살핍니다. 엄마와 이모 들이 방에 들어가서 누나를 다독입니다. 다들 무슨 말인지 제대로 못 들었기에 의아해하고만 있었는데 알고 봤더니, 살 좀 빼라, 뭐 이런 말을 했나 봅니다. 사촌 형은 사촌에게 어울리는 좋은 말을 하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나도 덩달아 엄마에게 많이 혼났습니다. 중학생 사춘기 누나는 예민하기에 함부로 아무 말이나 하면 안 된다는 걸 사촌 형이 몰랐나 봅니다. 나는 아는데 말이죠."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또 그때 일이 다들 생각나서 한 마디씩 합니다.

 

"이런 거 좀 쓰란 말이야. 왜 너에게 일어난 일을 이모가 너보다 더 자세히 기억하냔 말이지. 또 줄줄 읊어줘? 기타 학원 다니는 거랑, 태권도 가서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 거, 대련한 거, 이런 거 쓸 거 많잖아. 그냥 주욱 생각나는 대로 쓰면 되지. 이모가 니 일기를 써도 지금 백 일이는 앉은 자리에서 쓰겠다야. 아무래도 너는 부산 큰이모를 닮았나부다. 일기쓰기가 그렇게 괴로우니 말야. 부산 이모도 어릴 때 일기 쓰기가 고역이라면서 매번 내 일기를 베껴서 냈거든. 그래놓고는 큰 상도 받았는데 말이지. 아주 뿌듯해하더라. 하하하."

"맞아요. 맞아. 수학 문제 풀기는 식은 죽 먹기인데 일기 쓰기는 너무 고역이에요. 제일 힘든 게 일기쓰기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다시 하나하나 불러주시면 안되요. 제가 받아적을게요."

 

ㅠ.ㅠ

 

 

그 쉬운 일기쓰기를 힘들어하는 조카를 보면서 갑자기 여기가 생각났다. 나도 혹시 글을 쓰다말다 하면 작은조카처럼 글쓰기가 힘들어지게 될까? 그럼 안되는데.. 조금만 더 있으면 바쁜 시간이 지나가는데 정작 여유로운 시간이 와도 글쓰기가 안되는 건 아닐까? 사실 그동안 읽은 책도 얼마 안 된다. 그나마도 리뷰는 하나도 안 올렸구..친구가 김연수 신간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이렇게 말을 했다. "어, 김연수가 신간 냈어요? 책 제목이 뭐던가요?" ㅠ.ㅠ  

 

친구가 책제목을 알려주지 않아서 알라딘에 들어왔다.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니 책제목이 금방 눈에 들어온다. 책 나오기 전부터 인기 짱인 김연수 신간. 훗, 나도 읽어주겠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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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2-0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안녕! 오랜만이네요. 자주자주 좀 들러요, 좀!!

달사르 2012-02-06 22:02   좋아요 0 | URL
넵! 반가운 다락방님. ^^ 우리, 자주자주 봐요. 하하.
오늘은 봄비(?)가 왔어요. 저녁답에 강가에서 쥐불놀이 한다고 며칠전부터 온 마을이 야단법석이었는데 비 때문에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다락방님은 오곡밥이랑 부럼이랑 등등 드셨어요?

비로그인 2012-02-06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이다, 히히! 일기 몰아서 쓰기의 최대 난코스는 날씨 선택이죠. 어릴 때 저는 어떻게 그 위기를 넘겼나 모르겠네요. 그렇게 영악한 아이는 아니였던지라, 날씨 칸을 비워서 낸 다음에 선생님이 왜 날씨는 체크하지 않았냐고 물으시면 아, 그런 것도 있었네요? 이랬던 것 같아요 ㅋㅋ 슬슬 개학 시즌이군요.

달사르 2012-02-06 22:05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맞아. 말없는수다쟁이님 말씀이 딱 맞아요. 실컷 야외에서 놀았다, 적어놨는데 일기예보 뒤져보면 하루종일 비왔다..이러면 곤란하거든요. 날씨를 바꿀 수도 없고 말이죠. ㅎㅎ 날씨 체크가 젤루 힘들었던 거 같애요. 말없는수다쟁이님, 반가워요. 히힛.

자목련 2012-02-07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은 친절한 이모시네요. 가족끼리도 더 자주 만나면 더 친해진다, 정말 맞는 말이네요.
달사르님이 계신 곳엔 비가 왔군요. 저는 비를 기다리는데 여긴 비가 언제나 올지 모르겠어요..
봄비라면 더 좋겠는데..
김연수의 장편,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달사르 2012-02-08 20:45   좋아요 0 | URL
넵! 여긴 비가 왔어요. 봄비는 언제나 좋구요. 여름비는 시원하고, 가을비는 청량한데요. 겨울비도 은근히 매력 있던데요. 저녁 가로등 불빛에서 보는 비는 겨울비가 멋있는 거 같애요. ^^ ㅎㅎ 봄비 내리면 강아지처럼 자목련님, 신나하실 듯해요. 하하하.

자목련님도 예약하셨군요! ㅎㅎ 같이 읽어보겠네용~

hunykhan 2012-02-07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다 바쁘다 하더니만... 정말 오랜만의 글이군...
난 더 오랫만에 방문하는... 나쁜 독자..^^

달사르 2012-02-08 20:51   좋아요 0 | URL
앙..오빠야. ㅎㅎ 나도 바빴지만 오빠가 더 바빴지 뭐.
난 이제 3월이면 병원이 공사 들어가서 조금 한가해질 듯해. 음..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예상이긴 하지만.. 그리고 새로 오신 직원 분도 아주 굿~이구. 해서..이제 자주 보자는 말씀이지. 하하. 내가 자주자주 글 올릴테니 독자 노릇 잘 하라규~

음..'오랜만의' 하고 '오랫만에' 하고 차이점을 이런 식으로 가르쳐 주는 거야? 어우~ 금방 이해했어. 헤헤헤.

신지 2012-02-2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바쁘셨군요.
조카가 앞으로 글쓰기를 잘 하겠는데요? 이모 선생님께서는 역시 아무렇게나 쓰는 일기도 다 좋은 글이 되는군요.
곧 3월이어서 기대가 됩니다. 자주자주 글 올려 주세요. 저도 성실한 독자가 되겠습니다 ~~~

달사르 2012-02-26 14:5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신지님. ^^
ㅎㅎ 조카는 오늘도 이모를 도와 약국알바를 하고 있슴돠. 사정이 있어 며칠째 일을 시켰더니 오늘은 좀 피곤하다하네요. ^^;

넵! 3월이 와서 시간이 좀 여유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잠도 푸욱 자 봤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블로그에 글 쓰는, 행복한 시간이 다시 오기를 저도 바래봅니다. 신지님이 성실한 독자가 되신다니 좀 많이 기쁩니다. 하하하.
 

늦은 점심을 먹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전에 오후 일과가 시작되었다. 달력의 빨간 날에는 유독 아픈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평일에 쉴 수 없는 긴장된 몸이 주말에 풀려서일까. 주말에 아픈 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덕분에 오늘도 나는 평일보다 바쁜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다.

 

 

여러 명의 손님이 왔다 갔다하는 동안에 약국 한 켠에 한 여자 분이 계속 서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조금 기다리겠단다. 다른 급한 사람들 먼저 약을 줘도 된단다. 감이 온다. 임신 테스트기나 콘돔, 질정, 기타 여성에게 필요한 용품을 원하는 눈치다. 약국의 모든 손님들이 나간 뒤 여자는 매대 앞으로 왔고 쓰던 모자을 벗고 얼굴을 가리던 머리카락도 뒤로 넘겼다.

"어머. 아시는 분이시네? 그간 잘 지내셨어요? 요새 통 안 보이셔서 안 그래도 궁금했더랬어요."

"저기..제가 급히 약이 필요해서 그러는데요...게보린을 좀.."

오랜간 처방전 손님으로 왕래가 있었고 손님의 약력을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흔쾌히 그러마, 라고 말을 했다.

"게보린이 다섯 통 필요하신 거지요? 그래요. 외상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늘 하는 말이지만 너무 많이 드시진 마시구요. 매번 덜 드시는 연습을 하셔야 되셔요. 자요. 여기 다섯 통."

"저기..제가 실은 이혼..을 해서요..빠른 시일에 갚아드리진..못해서요.."

여자 얼굴에서 눈물이 툭 떨어진다.

"네? 뭐라구요? 어머나. 그런 일이..요 몇 달 안 보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하시던 식당 접은 지가 고작 몇 달 전인데 그런 힘든 일이 있었던 거에요? 그럼 지금은 어디 계시는 거에요? 위자료는 받았어요? 아이들은?"

쏟아지는 내 질문이 부담스러웠을텐데도 여자는 다행히 또박또박 대답을 죄다 해주었다.

"입은 옷 그대로 쫓겨나서 방은 근근히 구했어요. 끼던 반지 팔아서 원룸에 지금 살고 있어요. 아이들은..흑..남편이 아이들을 못 만나게 해요.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놨는지 전화를 하면 실실 피하면서 대답도 잘 않구요. 아..글쎄..내가 시어머니에게 욕을 했다면서 이혼을 하라는 거 있지요."

"네? 그럼..약을, 저기 그러니까, 약을 먹은 상태에서 욕을 한 거에요? 아니, 남편이 지금 애기 엄마 상태를 잘 알고 있잖아요. 부인이 좀 아프면 그걸 받아들이면서 같이 살아야지. 그렇게 몸도 약하고 정신도 아픈 상태에서 식당 해서 새끼들 먹여살린다고 그렇게 고생한 거 주위 사람들이 죄다 아는데 고작 욕 한 번 했다고 이혼하재요?"

"흑..나는 욕 한 거 기억도 안 나는데"

"아..그럼 당장 어떻게 살아요. 지금 일 할 형편도 아니시잖요."

"군청에 필요한 서류를 신청해놨어요."
"아..잘 하셨어요. 저기..그..생활보호대상자 신청하고 뭐더라. 암튼, 기타 등등 말이죠?"

"네. 신청해놨으니 담 달 중순이나 되면 연락이 온대요."

"그럼 당장은 뭐 먹고 살아요? 밥은 먹고 있어요?"

"나올 때 그냥 쫓겨나서 옷도 하나도 없고 신발도 슬리퍼 채로 나와버려서 여직 슬리퍼로 지내다가 최근에 부츠 하나 얻었어요."

여자는 입고 있는 츄리닝 옷과 맞지 않는 번쩍이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손은 거칠다 못해 봄 가뭄의 논두렁 마냥 쩍쩍 갈라져 있었다. 나는 급한 김에 우선 약국에 비치된 핸드 로션을 챙겼고, 조제실 뒤로 가서 약 봉투에 얼마간의 지폐를 넣었다.

"당장 이걸로 요기를 좀 하시구요. 게보린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오셔요. 그렇지만, 매번 하는 말이지만, 최대한 덜 드셔야 되요. 한꺼번에 여러 알 드시면 절대 안 되구요. 도저히 머리가 아파서 안 되겠다 싶을 때 그 때만 드셔야 되셔요."

 

 

여자는 울다가 갔다. 체질적으로 신경이 많이 약한 여자는 우리 약국에서 근 3년 간을 신경안정제를 처방 받아서 먹고 있었다. 하루도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데다 가끔씩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엔 몇 주 간 입원도 곧잘 하는지라 남편의 뒷바라지를 비롯해 가족의 이해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느 날 남편과 같이 식당을 한다고 홍보 팜플렛을 들고 왔었다. 그것도 24 시간 영업하는 김밥나라 같은 식당을 말이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배달도 다니고 음식도 만들며 열심인 모습을 보여서 나도 종종 음식을 시켜먹곤 했었다. 식당을 하면서 여자는 안정제 용량을 올렸고 부족한 경우엔 한 봉지를 더 먹기도 했다. 해서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안정제가 모자라게 된 여자는 DUR시스템이 생긴 올 7월 이후에는 안정제를 구할 수 없어 늘 전전긍긍했다. 그 와중에 두통은 여전했고, 게보린 이외의 진통제는 듣지 않는 여자는 게보린을 늘 5통씩 사서 먹었다. 초기에는 게보린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기 때문에 한 통 이상은 못 준다는 나와 실갱이도 꽤 했지만 내가 주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사는 걸 아는지라, 언젠가부터 차라리 5통을 주면서 내가 체크하는 편을 택했다. 대신에 매번 잔소리를 빼먹지 않았는데, 내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여자는 게보린을 사러 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문을 닫는다는 말을 전해 주고는 여자는 몇 달 간이나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궁금해하던 차에 나타난 여자는 행복하지 않은 본인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남에게 들키기 싫은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줘야만 했을 때, 여자는 얼마나 갈등이 심했을까. 그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여자가 안쓰럽게 느껴졌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본인에게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남 앞에서 눈물 콧물 보이며 질질 짜고, 본인의 약점을 스스로 밝히며,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그 모든 과정을 여자는 넘어선 것이다. 삶에 대한, 생명에 대한 욕구가 이기게 한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나는 여자의 그 용기가 보기 좋았다.

 

 

"때르릉"

여자 전화다. 여전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여자는 말을 주춤거리며 이어간다.

"제가 아까는 미처 고맙다는 말도 못했어요. 정말이지 흑..주신 돈은 제가 빨리 정신 차려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서 꼬옥 갚아드릴게요."

"당장은 몸이 건강해지는 것부터 신경쓰시구요. 그래야 나중에 아이들도 다시 만나고 그러지요. 법에 호소하면 아이들을 만나는 방법이 생길 수도 있으니 빨리 나아야겠다, 그 부분만 신경 쓰셔요. 게보린은 정말 줄이시구요. 아셨죠? 가끔 약국에 놀러 오시구요. 게보린 필요할 때 말고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필요할 때도 들르시구요. 그리고, 밥부터 먼저 챙겨드시구요. "

한층 밝아진 여자 목소리를 뒤로 하며 수화기를 놓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다. 내가 그녀에게 하루 산타가 되었으면 좋겠다. 힘들었던 숱한 시간들 속에서 나에게 하루 산타가 되어준 또다른 그들처럼. 늦은 저녁 퇴근하기 직전, 가게를 살며시 나와 멀리서 가게를 들여다본다. 내 가게 불빛이 누군가에게 따스한 온기를 주는 불빛이기를, 마음 속으로 작게 빌어본다. 까만 밤이어서 불빛은 더 환하다. 여자의 까만 밤 같은 마음 속에 불빛의 씨앗 역시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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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1-12-26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자분에게 달사르님은 어제 어떤 분이었을까요? 무슨 표현이 적당할지 몰라 그냥 그렇게만 말합니다.
요즘에도 자기 부인을 그냥 내쫓기도 하는지, 빈 손으로 쫓겨나기도 하는지, 자기 아이까지 두고요. 감정적인 저는 화부터 막 나는데, 같이 화내는건 아무 도움도 안되겠지요.
게보린이 아닌 다른 어떤 결심이 꼭 필요할텐데요 그 여자분이요...

달사르님, 오랜만이지요. 반가와요 ^^

달사르 2011-12-26 14:08   좋아요 0 | URL
히. hnine님. 저도 반가와요. 간만에 부끄럽게 글 한 편 올렸는데 이렇게 반겨주셔서 기분도 우쭐하구요. 헤헤.

네. 아무래도 저는 여자분의 약력이 더 걱정되는지라 다른 쪽에 신경이 덜 쓰였나봐요. 처방받은 약을 미리 다 먹어버려서 몇 일을 약을 못 먹어 손도 떨리고 정신도 불안해보여서 그게 더 신경쓰였거든요. 다음에 오면 또 조곤조곤 물어봐서 변화된 상황이며 등을 알아봐야겠어요. 참, 이혼 와중에 시아버님이 병원에서 별세하셨다는데 그것도 여자 때문이라면서, 남편이 여자에게 원한어린 말을 했다나봐요. 일이 잘 안 풀리면 남 탓 하기가 쉬우니 심신이 미약한 부인의 탓으로 돌리나봐요. 그치만 또..그럴 만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저 앞으로 여자분이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쪽만 생각하려구요. 가정사에 이러저러한 구구절절한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겠나 싶기도 하구요.

다락방 2011-12-26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의 오랜만의 페이퍼는 산타보다 더 행복하게 해주네요. 물론, 그 여자분의 삶을 읽노라니 안타깝지만, 제가 만약 달사르님의 약국에 약사로 있었다한들, 달사르님처럼 그분을 살갑게 대해줄 수 있었을까요? 전 아마 모르척 하거나 애써 무관심하려 했을 것 같아요. 달사르님은 그분께 산타보다 더한 존재인 것 같은데요.

그 여자분도 여자분이지만 저도 달사르님께 감사하고 싶어지네요. 이런 페이퍼를 읽노라니 말이지요.

달사르 2011-12-26 20:07   좋아요 0 | URL
쉬는 동안 다락방님 생각 많이 했어요. 헤. ^^

사람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미지의 물질이 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락방님이 어떤 행동을 취했더라도 그 여자분은 다락방님의 마음을 알아차렸을 거에요. 그리고 그게 그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는 거구요. 마음이 통한다는 건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

히힛. 이제 자주자주 알라딘에, 그리고 다락방님께 들를께요.

2011-12-26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6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2-27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일만에 새 글을 올리셨네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글을 올리시다니... 잘 읽었습니다. 달사르님이 그분에게 `하루 산타`가 된 게 아니라
앞으로의 긴 시간의 삶의 산타가 되신 것 같아요. ㅋ

참, 세상일이란 이상하죠? 한쪽에선 은퇴남편 증후군 때문에 아내들이 남편들을 구박을 하고 있는데,
한쪽에선 이렇게 아내가 남편한테 쫓겨나고... 한 세계의 두 현상이랄까요.
어쨌든 그 여자분, 삶의 용기 잃지 마시고 꿋꿋하게 살아가시길 맘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달사르 2011-12-29 19:12   좋아요 0 | URL
아. 멋진 표현이에요. 한 세계의 두 현상! 21세기라는 공간적 세계에도 다른 세기의 현상은 겹치게 마련인가봐요. 요새 뉴스들을 봐도 21세기 같지 않은 일들이 왕왕 보이니까요. 여자분은 그 후로 약을 타 가시곤 아직 들르지 않고 있어요. 담에는 좀더 화사한 얼굴을 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펙 님의 응원이 여자 분께 닿아서 희망 하나가 보태졌으면 합니다. ^^

음..세상의 일은 돌고 도나봐요. ^^ 산타도 돌고 돌아서 그 여자분이 또 누군가의 산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12-30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산타는 미인이 많던데 달사르 님이 산타가 되었군요.내용도 좋고 문장도 간결합니다.문예창작과 학생들에게 모범사례로 보여줘도 되겠군요.

달사르 2012-01-02 16:09   좋아요 0 | URL
앗. 고마운 칭찬입니닷. 다음에 여건 되면 문예창작과 수업을 좀 듣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던 중이어서 더 기분 좋은데요? 하하하.

차좋아 2011-12-3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 약국 우리 집앞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달사르님 하는 슈퍼도 좋을 거 같아요 가게가 무엇이든 주인이 달사르님 같은 분이라면요^^(외상 때문은 아니에요~ㅋ)

달사르 2012-01-02 16:4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약국을 이고지고 이사를 갈까요? ㅎㅎㅎㅎ (외상이야 뭐 언제라도! 차좋아님 에게는 말이죠. 하하)

2012-01-0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2-01-1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만에 이 글을 읽었어요. 달사르님이 그분에게 진정 산타 클로스가 되어주셨네요. 그분의 용기를 보아주신 점도 참으로 따뜻해요. 울적했던 아침이 개이는 기분이에요.^^

달사르 2012-02-05 23:11   좋아요 0 | URL
으으윽. 간만에 블럭 들어오니 글이 저장도 안되어 막막 튕기네요.ㅠ.ㅠ 걍 올리지말까 하다가 인터넷과 씨름해서 겨우겨우 새 포스팅 하나 올립니닷.

마노아님 그간 잘 계셨어요? ^^ 메인 사진이 바뀌었군요!!
아.. 위 여자분과는 그 뒤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하아..일단 한숨부터..내쉬고..다음에 조곤조곤. ^^ (누군가의 산타 클로스가 되려면 어떡해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구요. 그리고, 뭐든..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라는 생각도 같이요. ^^ )
 

 

간만에 조용한 아침이다. 평일 출근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음악을 열었다. 까페오레 같은 음악을 들으니 뜨거운  것이 생각나 차를 타서 마셨다. 깨끗하게 빨아서 밤새 말간 물에 담궈논 가벼운 속옷들을 세탁기에 넣어 탈수시켰다. 그리고 컴퓨터를 켰다. 풍성하게 아침을 채우던 음악이 조용하게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폰의 사진을 컴퓨터로 옮겼다. 봄의 노란 개나리처럼 가을의 노란 은행잎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창문을 열어 대지 위에 잔뜩 쌓여있는 은행잎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늙은 은행 나무 두 그루가 토해낸 은행잎들을 양팔 가득 모아서 은행잎침대를 만들어 혼자만의 공간에서 작은 행복을 즐기던 시간이 떠오른다.  

   

약간의 청소를 했다.  빈 공간을 채울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몇 달 간 빈 곳으로 놔둔 그 공간에 무엇이 들어올지 궁금했다.

 

 

공간을 채울 것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산책을 나갔다. 바람은 서늘했고 공기는 햇볕을 받아 따뜻했다. 집 앞 강변의 징검다리를 건넜다. 징검다리 사이를 지나치는 강물의 재재거리는 소리에 웃음이 슬몃 나왔다.

  

 

노란색 은행잎의 낙하를 보는 것 만으로도 흥분되는데 붉게 타들어가는 단풍잎을 보는 건 또다른 두근거림이다. 길의 가장자리에 깔린 낙엽을 일부러 밟으며 귀의 간지러움을 즐겼다. 동행한 조카 역시 흥분되는지 쉼없이 재잘거린다.

 

  

추수가 끝이  난 가을 들녘엔 상투머리들이 그득하다. 얼마전 친구와 같이 구매한 우관중의 작품이 떠올라 혼자 키득거렸다. 

 

 

 

 

 

저녁이 되었다. 

 하늘엔 달이 떴고 빈 공간이 채워졌다. 이영진 시인을 알게 되면서부터 마음에 품고 있는 시가 떠올랐다. 잠시 거처로 삼았던 아파트에서 온갖 소음과 불면에 시달리며 밤마다 읽었던 시.  작품 뒤로 불빛에 비춰 보이는 또하나의 작품은 마치 몸 밖으로 뜨는 달 처럼 보였다. 실체의 내가 투영된 허공의 공간, 그러나 눈에 확연히 실감이 느껴지는 그 허상의 공간. 몸 속의 달이 나일까, 몸 밖으로 뜨는 달이 나일까.

 

 
 <몸 밖으로 뜨는 달>
쫓기다 보면 쫓기는 일에 맛이 들어 가락이 생긴다지. 잠시 잠깐 몸 붙이는 땅바닥에 잔뿌리 몇줄 내린다고 눈뜨고 마주한 어둠이 가실까. 허공 위의 방 한 칸, 아파트 15층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빼어 물면 화분 속에 앉아 온몸에 바늘을 세우는 선인장이 문득 허공으로 둥둥 떠 흘러가고 아, 오랫동안 친숙했던 때묻은 살림살이, 모두 허공에 떠 있었어. 고속 엘리베이터로 깊숙이 하강해봐도 발 내어딛을 흙 한줌 보이지 않고, 뿌리 또한 멀기만 해. 사십년이 넘도록 달은 몸 밖으로만 뜨데.
 ...부제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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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20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사르님은 되게 낭만적인 동네에 사시는 것 같아요. 사진만 보면요. 노란 은행잎, 붉게 타는 단풍잎. 은행잎 침대를 잠깐 상상해봤는데,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생경한 느낌이에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을치고는 더웠는데, 오늘은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추워서 ㅠㅠ...

그런데 빈 공간을 채운 저 물체는 뭔가요? 우관중님 작품인가... ( '')~
아, 그리고 올려주신 음악 듣는데 중간에 '여보~ 여보~' 소리 나서 놀랐어요 ㅎㅎ

달사르 2011-11-27 19:24   좋아요 0 | URL
은행잎은 이제 모두 다 떨어졌어요. 나뭇가지 사이로 씽씽 바람 소리만이 들려요. 손사래만으로도 후두둑 떨어지던 은행잎의 기억이 아직 낯설게 남아 있구요. 하하. 은행잎 침대를 만들려면 아주 큰 은행 나무일수록 좋아요. 아주 두껍게 만들어서 그 위에서 낮잠을 자면 정말 푹신하거든요. 담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 곳에 가게 되면 한 번 만들어보세요. 색다른 경험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저 물체는 지인의 작품 입니다. 재료는 '돌'이구요. 연식을 나타내는 듯한 검은 부분은 제 약국에서 지인이 구매한 '안티푸라민'의 효과 때문이구요. 수석을 오래 다루시는 분들이 저 효과를 종종 쓴다고 하더군요. 음악은..저도 매번..들을 때마다 놀란답니다.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2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랜만에 글과 함께 이런 멋진 사진까지...멋집니다.

달사르 2011-11-27 19:29   좋아요 0 | URL
히힛. 너무 오랜만이지요? 포스팅도 간만에 올려놓고 답댓글까지 이리 늦어서 미안한 마음이 살짝(곱하기 일억만 배 ^^ ) 듭니다. 오늘도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마음 먹고 블럭에 들어왔는데 오후 늦은 지금에야 겨우 시간이 나서 다시 들어왔어요. 가을은 변화의 계절이 맞나봐요. 끊임없이 일들이 몰아치네요.

노이에자이트 님 맘에 멋진 사진으로 인식되었다니 왠지 뿌듯합니다.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와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헤헷.

이진 2011-11-2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아침을 음악으로 시작하시는 달사르님 낭만적이신걸요...

오잉? 거기는 벌써 은행이 샛노랗게 되었다니요... 저희집 앞의 은행나무는 아직도 이파리가 파릇파릇하답니다 ㅋㅋㅋ

달사르 2011-11-27 19:34   좋아요 0 | URL
하하. 요새 저 음악에 꽂혀서 매일 눈 떠서 음악을 듣는 거 같애요. 저리 멋진 음악은 한달 내도록 들어도 질리지 않을 거 같지 않나요?

ㅋㅋ 소이진 님네 동네가 저희 동네보다 따스한가봐요. 저희는 벌써 은행잎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답니다. ㅎㅎ
 

 

타블로가 11초 만에 맞춰 천재인증 받았다는 아이큐 테스트.. 20초 안에 풀면 아이큐 170 이상이라는데.. 

3초만에 풀었다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니, 우리 사람 사람들이 천재가 많은건가? 아님 문제가 쉬운 건가..

어쨌든!  간만에 타블로 보니 좋긴 하다. 어찌되었든간에. 

답은,  여기( 3 - 1 - 5 - 4 - 2 )를 드래그하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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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10-25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전 문제가 뭘 뜻하는지를 몰랐는데 순서를 정하는 거였군요. 전 그림 해석하기인가..하고 한참을 들여다 보면서 손들어, 돈내놔, 미안해, 사과의 뜻이야, 이러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 저는 천재와는 아주 거리가 머네요.

달사르 2011-10-25 13:44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하. 제가 순서라는 말을 안 써놨군요. 수정을 좀 해야겠어요. 원래 문제에는 순서 정하기, 라는 말이 있었거든요. 아..이런 실수를..

근데 다락방님 해석이 잼있습니닷. 역시 다락방님은 40자평에 강하시듯 짧은 멘트에 강하신 거 같애요.

비로그인 2011-10-25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헷갈려... 얼추 무슨 상황인지는 알았는데 1분 넘겼네요 ^^ㅋㅋㅋㅋㅋ

달사르 2011-10-25 13:45   좋아요 0 | URL
하하. 1분이면 얼추 서울대생 수준이라고 합디다. 하하하.

전 저걸 보면서 아..따라 그려봐야지..했다는..ㅠ.ㅠ

웽스북스 2011-10-25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잉 문제가 쉬운 것 같은데. 내용은 별 의미 없어 보이고... 오가는 물건만 보면 답 나오는 것 같은데요 ;;;

다락방님, 저 다시 멘사 시험 봐야되는걸까요? ㅎㅎ

다락방 2011-10-25 13:17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은 내 말을 좀 들어요, 제발. 멘사 시험 보라니까. 난 출제자의 의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데 웬디양님은 그냥 막 정답이 나오잖아. 멘사 시험 보란 말입니다, 쫌!!!!!!!!!!!!!!!!!!!!!

달사르 2011-10-25 13:47   좋아요 0 | URL
ㅎㅎ 웬디양 님은 직관이 역시 뛰어나신 거 같으세요. 화면에서 뭘 요점으로 봐야 되는지 금방 아시네요.

ㅋㅋㅋㅋ 저도 웬디양 님의 멘사 시험, 적극 추천! 저도 한 표 추가요~

꼬마요정 2011-10-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도 금방 풀었어요.. 중요한 건 제 주변 사람들 나름 금방 다 풀었다는.. 오고가는 사과만 봐도 알겠던데요.. 게다가 이런 순서 정하기는 사실, 어떻게 상황을 만드느냐이기 때문에 정확한 순서라고 답을 매기는 건 그저 하나의 상황만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달사르 2011-11-20 10:55   좋아요 0 | URL
이런 걸 잘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외로 잘 못 푸는 사람도 있는 거 같애요. 눈치가 빠른 사람도 잘 못 푸는 걸 보면 이 문제가 무슨 테스트..라기보다는 그저 쉬어가기..정도 같애요.
꼬마요정님도 금방 푸셨군요. ㅎㅎ 맞아요. 오고가는 사과만 봐도 금방!

아..그나저나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아..시간이 잘 갑니다그려.

이진 2011-10-25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친구들 하는 것을 곁눈질한 터라 제대로 못봐서 못맞췄어요! 뭐...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때 제대로 봤다면 풀수있었을지도..ㅎㅎ

달사르 2011-11-20 10:5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소이진님. 성함이 그대로 아이디 이신가봐요? ^^

시간이 오래 흘렀네요. 저는 좀 많이 돌아..돌아..다녔답니다. 이제 다시 짬이 나서 알라딘에 자주 들렀으면..하고 바라고 있어요. 소이진님과도 종종 블록 상에서 뵈어요. ^^

yamoo 2011-11-0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아주 쉬운 문제죠. 전 11초는 아니지만 금방 풀었습니다. 전형적인 논리문제를 만화로 잘 구성한 것 같습니다. 어린이 사고력 개발에 아주 좋은 문제죠~

달사르 2011-11-20 11:03   좋아요 0 | URL
아! 어린이 사고력 개발이란 단어에 눈이 번쩍!
저희 조카에게 테스트를 시켜봐야겠어요. 하하.

안녕하세요. 야무님. 이제 겨울의 시작이 도래하는 듯 합니다. 삶도 이처럼 순서대로 진행되면 좋을까, 안 좋을까..생각해보다가요. 저렇듯 정해진 답이 있으면 시시하지. 란 결론에 에유...힘겨운 삶이라도 내가 스스로 답을 만들어가야 재미지, 라고 혼자 묻고 혼자 답하고 합니다요. ㅎㅎ 이 아침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칩니다요.

이제 시끄러운 일과 바쁜 일과 아픈 일 들이 대부분 정리되어서 마음은 고요하고 살은 빠지고 그러네요. 겨울맞이 살찌우기나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hunykhan 2012-02-0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천재는 아닌 것 같고... 백재 정도???^^

달사르 2012-02-08 20:54   좋아요 0 | URL
오빤..그냥 아주아주아주 영특해! 발가락신공 정도면 만재도 되고 남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