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의 마지막 수업
모리 슈워츠 지음, 이건우 옮김, 배은미 그림 / 일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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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를 추억하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인생수업』을 통해 모리 교수의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했었다. 루게릭 병이라는 당시의 난치병을 마주하고서도, 좌절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맺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동양의 현자가 아닌, 서양의 사회확과 교수가 겪은 일이었기에 더욱 신비하게 다가왔었다. 시간이 지나면, 감동도 사라지고 일상의 작고 치열한 생존의 문제에 빠져 그 속에 파묻혀 지내게 된다. 『모리의 마지막 수업』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모리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이었다.
 
 
# 평범하고 쉬운 언어로, 놓쳐가는 소중한 부분을 생각해보게 하는 강연.
 
 
  모리의 마지막 강연에 사용된 단어들은 평범하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상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깊이 숙고할 가치가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루게릭병, 하체가 마비되면서 시작되는 온 몸의 마비, 자신의 병을 나을 길을 알 수 없이, 그저 병이 천천히 진행되기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좌절감, 분노, 상실, 충동등을 모리교수는 경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누구나 인간은 죽게 마련이다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믿으려하지 않는다면서, 죽음을 인정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아 찾아오는 좌절감을 여유로움과 포기로 이겨내라고 이야기한다.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며, 일상 속에서 놓쳐가고 있는 많은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감정에 이끌려, 불안에 휩싸여 소중하고 중요한 관계들을 쉽게 잊어가고 있지 않았나,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많이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받았는가로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기 마련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리 교수가 이야기한 11가지 주제 중 당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과거를 인정하고, 있는 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실의 아픔을 씻어내고,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을 사는 일은 어쩌면 현자들이 평시에 할 수 잇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했던 이야기들은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모리 교수에 관한 두 권의 책이 있기에, 또 다른 책이 나온다는 점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미 두 권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일이 주춤주춤하기도 했다. 작은 판형에 가지고 다니기 편한 이 책을 한동안 휴대하면서 다닐 계획이다. 일상에 파묻혀 미워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좌절할 때 모리교수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나의 대응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모리교수를 잊지 않기로 결심했다. 죽지만 계속 살게 될 것입니다 라는 그의 말은, 이렇게 그의 말이 책으로 전해지면서, 후세의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실현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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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 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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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하나의 사건, 한 장의 사진.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1995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일본을 뒤흔든 고베 대지진과 독가스 살포로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고통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는 테러를 일으킨 옴 진리교 사건이 일어난다. 컬트 종교집단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보도되는 언론보도와 달리, 저자는, 교주 아사하라의 인도 행보에 주목하며 비슷한 경험을 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로 결정한다.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고, 기억을 더듬으며 삶을 돌아본다.
 
 
#  그의 글에는 만남과 성찰이 공존한다.
 
 
  1장에서의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형과의 만남, 2장에 도시화된 폐색상태에 빠진 젊은이와의 인터뷰,  3장에서는 쇼코가 종교단체가 되기 전 명상모임일 때 출간한 책의 사진, 탄트라 승려와의 만남, 4장에서는 인도의 종교행사에 반항했다 몰매맞은 기억과 공중부양을 자랑했던 프랑스 청년과의 만남, 5장에서는 티베트 고원에서 약물을 하다 피해망상증에 빠진 Y를 달래기 위해 떠났다가 만난 경험 등 그의 글에는 만남과 사진,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에피소드 뒤에는 삶에대한 성찰이 덧붙여 진다.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인도로 떠났던 두 인물이 비슷한 경험을 하였지만,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공업화를 넘어 정보화로 넘어가던, 인간으로서의 감각이 무너져내리던 삶의 공포를 두 사람은  똑같이 자각했지만, 저자는 ’리얼’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떠났고, 아사하라는 삶의 도피처로써 깨달음이라는 답을 구하기 위해 그곳으로 떠났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에 앞서, 미나마타병으로 앞을 못보게 된 아사하라가 독가스 테러로 사용했던 독가스의 증상이 앞이 안보이는 시야협착이었다는 점에서, 옴 진리교가 선택했던 수행방식이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모토리와 비슷한 모든 감각과 정보를 차단한 채, 어두운 곳에서 자신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였다는 점에서, 산업화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다시 되돌아오는 건 아닌가 하는 섬뜩함을 느꼈다.
 
  인간을 소중히 여기던 관리사회의 일본사회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재가 들개와 까마귀에 먹힐 수 있는 인도에서 인간사회의 그물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는 저자의 경험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작은 충격과 변화의 계기가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경험한 생의 공포의 에피소드를 인터뷰 했던 젊은이는 TV 프로그램의 하나로 인식하며 웃는다. 미디어 매체에서 성장한 젊은이는 인디아나 존스나 할리우드 영화의 큰 스케일과 파괴의 이야기들의 의사경험하는 하나의 허상으로 인식한다. 젊은이의 이야기와 저자가 만났던 티베트 승려의 만다라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허상과 파괴, 생을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기회를 주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개인의 삶을 너머, 현대 사회의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있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책.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세대간의 차이의 한계를 넘어 청년들이 고민하게 되는 방황과 고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념의 큰 줄기와 시대의 외침에 고민했던 386세대와 한단계 민주주의 넘어, 생존을 위해 개인의 삶에서 고투해야 하는 지금의 20대는 주어진 삶의 환경은 다르지만, 청년의 시기에 느꼈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똑같이 인식했다고 생각한다. 청년이란 사리나 이치가 아닌 동물적 감성으로 세계를 헤아리고, 온몸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한다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꼭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춘기부터 20대에 걸쳐, 사회의 족쇄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정교하게 갖추어져 있고, 벗어나는 일은 많은 고통과 자유를 필요로 한다.
 
  저자는 인도여행을 통해 인간의 삶이 지나치게 강조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엿보았고, 아사하라는 거기에 전염되어 인간의 의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망상을 선택했다. 인간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연과 인간의 삶을 별개이며, 인간의 몰락과 자연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고베 대지진 이후, 사회의 건물들을 파괴되었지만 자연과 숲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공업화와 자원의 낭비가 심해질수록, 태풍과 폭우와 같은 자연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들은 더욱 더 강렬해질 것이라는 느낌, 문제는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폭우나 태풍의 피해들을 자원의 사용으로 이익을 가장 크게 추구한 사회의 고소득자가 당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힘없고 돈 없는 약자들이 그대로 피해를 경험하는 현실이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비, 태풍이 문제가 아니라, 반지하에서 피해당하는 사람을 ’그러길래 돈을 벌어 거기서 안 살면 되지’라고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 능력부족으로 바라보는 그 시각이 몰락하는 사회의 첫걸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과 절망을 느낀 사람이, 약자에 대한 그 느낌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이해는 하지만, 거기에 대한 반발로 부유하게 산 자신을 긍정하며 과거를 외면하고 능력의 부족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인도에서의 동일한 경험도 누가 경험했느냐에 따라, 삶의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파괴의 시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단순한 여행에서, 만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인간사회, 인간 존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국가의 경계를 한 번 건너뛰면, 자국에서 크게 고민되는 사건이 한 단계 건너면 절실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고베의 대지진, 이세신궁의 교체, 옴 진리교 사건 등 일본의 사례일 뿐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책이다. 표면에 보이는 사건의 뒤에 숨겨진, 현대 사회에 대한 시선, 공업화 정보화의 삶에서 무너져 내리는 현대인의 풍경과 그들이 선택한 두 가지 길의 결과가 궁금한 이에게는 생각의 변화의 계기를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타인의 행동에서 호불호의 감정을 살피는 이가 아닌, 그 행동의 감정과 그 뒤의 풍경까지 헤아릴 마음의 여유가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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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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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IMF 세대에게, 세상은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는 1979년 12월에 태어났다. IMF의 폭격을 직격으로 맞은 세대이다. 형이 798세대로 저자와 나이가 같다. 위기와 공포, 실직과 희망이 없던 첫번째 IMF 세대, 꿈을 꾸는 일보다 생존을 먼저 걱정해야 했던 세대의 이야기라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 같지 않다. 학창시절의 감옥에서 벗어나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려 했는데,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공포를 겪었던 IMF 세대 중 한 명이 겪어낸 청년성장기와, 변해버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존하며 표류한 기록이 모여있다.
 
  첫 페이지를 열며, '뭐, 이런 책이 다있어?'라는 반응이, 읽어갈수록, '오호, 찌질함 속에 비범함이 묻어있네'라며 저자의 철학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라보며, 신선함을 느꼈다. '찌찔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인터넷 오픈 사전에 '지지리도 못난 놈'이란 뜻으로 왕따를 일컫는 신조어라 한다. 자신의 한계와 비겁함, 찌질함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글로 표현해내는 그는 '찌찔함'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이 아닌, '찌질함'을 고백하며,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벗어나는 묘한 매력을 책 속에서 잔뜩 뿜어낸다.
 
 
#  너무나 솔직한 저자가 바라본 사회의 풍경.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와 <개신교는 어떻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나>란 글이다. 최민수 사건의 이면 뒤에 쏟아졌던 여론의 횡포에 대해, 최민수를 과하지 옹호하지 않는 범위에서 바라본 그의 시선이 인상 깊었다. 모두가 앞쪽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욕하고, 칭찬하고, 경탄하는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이미지를 조작하는 그 뒷골목을 폭로했다고 할까. 

  잘못된 선택을 하는 정치인과 정부의 형태를 욕하기 이전에, 그들이 국회와 행정부에 들어가게 된 투표를 통해 들어가 독재의 권력을 행세하는 그 이면의 대중의 심리를 아프지만 솔직하게 고백한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무언가를 책임지는 일과 하지 않은 일도 전체 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비틀어졌을 때 복기하고 반성하는 일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지도자가 뭐든지 다 해줄거라는, 아니면 누가 되든 다 개판이라는 소신으로 정치적 무관심을 너무나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의 오만이 환영받는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민수에 관한 글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언론의 자본에 휘둘린 어긋난 욕망의 부조리함을 고발했다면, 개신교에 관한 이야기는 종교와 권력이 결부되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다. 많은 사람을 전쟁의 피해로 만들어낸 일본 천황과 그 수뇌의 정치가와 군부책임자들을 욕하고 사과를 받아내야지, 그 밑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든 일본사람을 욕하면 안되는 것처럼, 이랜드 사태에 스며있는 경영자의 억지 종교논리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수하게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종교의 사랑을 실천하는 적지 않은 개신교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일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많은 지인들이 개신교를 믿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 77-87년에 태어난 세대들에게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
 
 
  책을 읽는다는 기분보다, 홈페이지의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는 기분이다. 좀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자는 그의 철학과 실천의 결과를 느낄 수 있었다. 77-87까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지금 세대는 이념에 휩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터넷과 핸드폰등의 첨단 문명의 매우 자유로운 발언과 표현에 능숙한 세대도 아니다. 본받을 어른도 보이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 터놓을 생각 깊은 어린 세대도 보이지 않는 그 경계에 있는 그들은 88만원 세대를 넘어, 시대가 흘러갈수록 계속 그 경계면에서 치이고, 외면당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할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독재시대에 태어난게 386세대의 의지가 아니듯, 인터넷과 교육의 중압함에 치여 사는 90세대들이 스스로 끼인세대보다 나은 삶을 선택하지 않았듯이, 과거나 미래의 시점과 비교하는 일은 부질없다는 사실은 연대를 힘들게 한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던지 비판하던지에 관계없이, 77-87년에 태어난 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의 글 속에 묻은 사회의 풍경을 보며,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꿈꾸며 가능성을 믿는 것도 좋고, 연대의 힘을 믿으며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도 좋다. 저자처럼 덜 욕심내고, 덜 가난하게 살면서, 그 욕심을 줄인만큼 더 차가워진 이성으로 밝고 화려한 성공의 그림자 뒤의 착취와 부조리의 그림자를 읽어내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생각에 자극을 주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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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성공과 욕망에 기대지 않는 20대 청춘의 롤모델을 만날 수 있다. 

   솔직한 표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운동권 세대와 모바일세대의 사이에 낀 77-87년에 태어난 세대.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거기 정답 따위는 없다는 것, 어차피 알고 있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정답은 모두에게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디디고선 맥락에 따라 정답은 전혀 다르게 틀어진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스스로를 변호할 당위 한두 마디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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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 당신에게 묻고 싶고, 듣고 싶은 말 12가지
이미나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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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고 있다. 감정의 변화가 극심해지는 봄이...
 
 
  인간의 행동을 지켜보면 참 묘하다. 매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사랑에 데이면서도 다음 사랑을 다시 꿈꾼다. 유전자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망각의 동물이기에, 감정의 동물이기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존재이기에 그렇다라고 혼자 우겨본다. 열매가 있는 나무들이, 논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그러하듯이, 봄에는 싹을 튀울준비를 여름에는 비와 햇볕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가을에는 결실을 이룬 뒤, 겨울에는 다시 봄을 기다린다. 봄이 되면 사물들도 생동감에 넘치고, 사람들의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
 
  여성은 봄바람에 마음이 들뜨고, 남성은 가을에 고독을 느낀다는 속설, 믿지 않는다. 봄과 가을이 되면, 생성과 소멸이 눈에 잘 띄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의 변곡점이 잘 일어나기 십상이라는 정도,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봄이 되기 전에 연애에 관한 글이 읽고 싶었다. 싱숭생숭하는 마음을 다잡아 보고 싶은 마음과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무엇보다 정답이 없기에 더욱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많은 노력과 인연이 필요한 사랑이 궁금했다. 봄이 오나보다. 『그 남자, 그 여자』, 『아이 러브 유』의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책상에 앉아 어느새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 참 작은 소소한 일들. 작은 일에 웃고 울고, 감동하고 속상해하였던 연인들의 독백에 귀 기울이다.
 
 
  『그 남자, 그 여자』가 남녀의 속마음을 한 장씩 나누어 같은 상황의 다른 생각을 보여줌에 공감을 얻었다면,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는 독백의 형식으로 사랑의 작고 소소하지만, 그때 소중했던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때론 너무나 잘 알아서, 마음을 잘 안다 생각하기에 이별할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지도 하고, 작지만 소중한 추억 하나들, 변화의 순간들을 발견하고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에 안타까워하지도 하는 마음, 뻔하디 뻔한 드라마의 내용, 너무도 많이 보았기에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다시 배우들의 호연에 빠져드는 것처럼, 전작과 큰 변화없는 형식임에도 그녀가 보여주는 등장인물의 감정의 변화들을 통해, 연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연애를 꿈꾸는 이에게는, 작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과 어쩔 수 없이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게 해 주는 책이고, 연애를 경험했다 혼자가 된 이에겐, 연애 시절의 추억들을 곱씹을 수 있게, 타임머신이 되어주는 책이고, 지금 사랑하는 연인들에겐, 지금 느끼는 연애의 소중함, 뜨거운 강렬함과 편안해지는 친근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연애 이야기를 듣다보면, 남들이 비난하는 상황도 당사자에게는 더욱 절박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짝사랑과 사랑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연애에 빠져드는 이들, 도덕의 기준으로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인간의 마음은 도덕의 선으로 규정되어지지 않기에, 더욱 절박해지고, 간절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선택을 한 그들의 모습들에 연민이 든다고 할까. ’오죽 하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에, 모든 이들의 연애는 자신에게는 주인공이지만, 타인에게는 엑스트라로 보이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는 함께 모여 나라를 걱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한 마음으로 열망했던 추억들이 있다고 하지만, 2000년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모두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랑, 그 하나로 귀결된다 생각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을’이 되고, 약자가 되어, 상대의 눈치와 마음을 얻기 위해, 그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일까.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르치는 세상에서, 자발적으로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랑’이기에, 돈이 많다고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이 잘한다고 관계가 끝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아니기에,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한 연애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함께 사랑을 약속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평생 꽁꽁 내 편으로 매어 둘 수 없다는 것. 그래, 사랑은 계약이 아니니까. 그 불안함이, 사랑에 빠지는, 연애에 빠지는 순간을 더욱 행복하게, 더욱 간절하게 만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과 이별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가장 아름답게 포장되기 십상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남자, 그 여자』를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고, 다시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지루하다 생각하지 않는 이에게는 또 한 번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인지, 이성에 대해 관심이 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다고 생각되어지는 에피소드에 감동하기나 상처받기도, 행복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녀의 글은 읽는 동안, 독자가 사랑에 대해, 그 상황에 대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아직 퇴색되지 않았음을 신간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다. ’고맙습니다’라는 참 아름답고 고운 말, 사랑하는 이에게 늘 해주어도 질리지 않는, 늘 간직해야 하는 말, 연애를 하게 되면, 아끼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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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편지 - 유목여행자 박동식 산문집
박동식 글.사진 / 북하우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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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떠나고 싶었다.
 
 
  가끔은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관계에 지치고, 자유롭고 싶을 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아지트에서 잠시 숨을 쉬곤 한다. 이렇게 잠깐 현실에서 멀어지는 도피가 아닌, 꾸준하게 일정한 거처를 옮기는 여행은, 일상의 쳇바퀴를 느낄 수 없기에 매력적이다. 대신 익숙한 공간이 아닌, 낯설고 다른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고 할까. 나만을 위한 공간과 시간과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듯이, 떠난다는 것 역시 안락한 한 곳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대신에 얻는 급부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떠나고 싶지만, 일상의 늪에서 헤어나기 힘들 때, 떠났던 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 나를 잊어버리고, 그가 보여주는 풍경과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상상이라는 마차를 타고, 여기저기 떠나는 느낌이다. 그래, 떠나고 싶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노을의 풍경,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눈으로 몸으로 체험하지 못하기에 낯선 사람들, 지구라는 공간에서 똑같은 아침과 낮을 보내는 사람들의 다른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 따스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던 책.
 
 
  여행에세이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승부가 갈린다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낯설고 먼 이방인인 외국인도, 외국이 매우 적은 타지에서는, 말이 잘 통하지 않더라도  쉽게 친구가 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디랭귀지등을 이용해서 천천히 즐겁게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손가락이 석류처럼 패인 아이의 손가락을 보고 눈물짓고, 학교에 가기 위해 등교전에도 일을 해야 하는 아이의 생활과 짝짝이 슬리퍼와 고된 일을 슬퍼하며, 함께 수레를 밀어주고 함께 비를 맞아주는, 마음 따듯한 시선을 가진 저자의 글에서 나오는 감수성이 마음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상에서의 탈출을 통해, 특별한 날을 기억하는 일의 의미와 죽음, 인연 등 다양한 주제들이 여행중의 에피소드와 함께 깊이있게 다가온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익숙하게 살았던 곳의 차이와 풍경을 보여주기보다는, 같은 지구 안에서 다른 생활을 살고 있는, 하지만 인간적인 교류가 가능한 그들의 삶의 풍경속에 들어간 이의 따스한 글이 묻어 있어 좋았던 책이었다. 여행에세이를 너머,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살뜰하고 도타운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화려하고 세련된 차를 가진 이가 가난하고 허름한 여행자를 도와주기보다는 가난하고 잃을게 없는 힘겨운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모습은 한국 역시,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돈과 물질이 자신의 삶을 채우는 그 크기만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공간까지 차지해서 나눔을 힘들게 한다.  유목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의 즐거움과 슬픔, 단상들이 5개의 테마로 나뉘어, 41편의 편지의 이름으로 담겨있었다.
 
  여행을 꼭 떠나야만 한다는 글귀는 없지만, 지금 숨쉬고 있는 이곳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여행자는 하루 식사와 숙소, 만남마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여유의 틈 대신, 긴장과 감수성이 극대화된다.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여행, 경험임을 에세이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무언가를 보기 위해 가는 것을 만남이라 하고, 이별하기 위해 그 장소를 벗어나는 것을 떠남이라 한다. 저자는 여행을 현지인과 현지풍경을 만나러 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보다는, 익숙해진 풍경들과 작별하는, 헤어지기에 슬프지만,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고, 버릴 수 있기에 행복한 마음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마음이 풍성해지는 일이라 이야기한다. 현실에 메인 이는 일상 속에서 안도와 행복을 찾지만, 떠날 수 있는 이는 떠났기에 자유로워질 수 있고, 떠남으로서 더욱 정착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 일정한 시기를 두고 떠남으로써, 떠남의 행위에 안주하는 삶, 다양한 여행의 풍경 중, 내가 택하고 싶은 여행의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행 프로그램으로 많은 이들이 가보고 싶은 곳이 아닌, 내 스스로 결정하고 테마를 정해 떠나는 여행. 시행착오도 많지만, 정보도 부족해서 곤란함을 겪을 수도 있지만, 그런 여행을 원한다. 훌쩍 떠난 후, 현지에서 엽서를 쓰고, 지인들에게 마음을 담아 우표를 붙여 보내는 일,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저자의 글과 함께 담겨진 사진은, 글로 만나는 상상속의 공간을 세부적으로 꾸밀 수 있는 힘을 불어주었다. 사진 덕분에 에세이를 통해 여행을 떠났다는 일이 생생해졌다. 살아숨쉬는 듯한 사진과 마음을 움직이는 글, 저자라는 이름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행을 함께 다녀온 기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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