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태그놀이 - 언니들이 전하는 새콤달콤 여성주의 레시피
언니네트워크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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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어머니, 누나, 반려자, 동생의 문제이다.
 
 
  어머니가 난소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로 입원했을 때, 가정에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경험하였다. 어머니가 겪는 일상의 일들인 빨래, 설겆이, 요리를 대신하며, 집안일의 힘겨움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다. 수 십년 꾸준히 집안일을 하면서 경험해야 하는 일상의 지옥, 해도해도 끝이 없는 티나지 않는 일상, 무엇보다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적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어머니에게는 짜증을 나게하는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어머니의 일을 다 나누어 할 생각을 하지 못한점을 반성했다. 고혈압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위한 책들을 찾아보며, 여성이 매달 하는 생리와 여성만이 겪는 문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생리대를 사러가는 불편한 기억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는데, 모르고 지나치는 그 순간에도 어머니는 많은 고통을 고통인지 모른채, 다들 그렇게 지내니까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늘 그래왔기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던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처음 했었다. 아, 이대로 그냥 지나쳐버리면, 나 역시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이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희생들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자, 스스로가 무서워졌다. 사랑으로 결혼을 결심하지만, 함께 살기위해서는 상대의 습관과 가정문화가 그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변화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를 알았는데도, 막상 바꾸려는 노력 도중에, 왜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는 일이 버거워질 땐, 눈 살짝 감으며 모르는 척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바뀌어야 한다 생각한다. 당연하게 보여지는 일들이, 당연하지 않는 사실을 인정할 때, 여성문제가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어머니, 누나, 반려자, 동생의 문제라 생각한다.  알더라도, 단숨에 바꾸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현실을 기억하고,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  남자이기에, 주류이기에, 보이지 않았던 많은 어둠의 그림자들을 보다.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언니네에서, 수록된 글 중 59개의 글을 가려뽑아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여성과 성적 소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실의 모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남자이기에, 성적 소수자가 아닌 주류이기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결혼 뒤에 숨어진 여성의 희생과 역할의 되물림이 보인다. 사회구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사실이 책의 활자를 통해 생생하게 가슴에 전해진다. 서로 마음이 맞아 행복한 연애를 하더라도, 행복한 결혼에서는 두 사람의 가족이 만나기에, 더욱 힘들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할까. 남자라고 결혼생활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여성의 고통에 비하면 여성의 희생이 크다는 사실, 인정한다.
   
  한국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다양한 처지에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밝은 햇살에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긴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고 할까. 주류라는 밝은 공간에 나오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적어질수록, 일정한 틀이 아닌, 다양한 삶을 추구하는 이들이 당당하게 사회에서 숨을 쉴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라는 점을 확인했다.
 
  당장 내가 바뀌면 고칠 수 있는 문제들도 있고, 사회의 구성원들이 진지하게 고민하며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를 인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을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 동성애에 대한 공포를 지니고 있지 않는, 열린 사고를 가진 이라면, 읽어보고 곱씹어 볼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을 동의하던지에 관계없이, 던져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며, 은연중에 지니고 있는 삶의 가치관을 돌이켜 볼 수 있기에, 이 책은 소중하다. 가치관에는 정답이 없기에,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나은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같은 가치관을 지향하는 사회가 아닌, 다른 생각들도 기꺼이 이야기하고,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까.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하여 활동하기에, 비혼모, 비혼남이 입양해서 아이를 키우기에, 여성이 밤길을 마음놓고 돌아다니기에, 여성 혼자서 사업을 하기에 제도적, 사회정서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보였다.
 
  뛰어난 지도자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게 만드는 사회를 바라지 않는다. 뛰어난 지도자에 의지하게 되면, 그가 없었을 때, 못난 지도자와 함께 겪어야 하는 고통이 너무나 크다. 함께 살아숨쉬며, 모두 공존하며 사는 일, 내 옆에 있는 어머니, 누나, 여성의 성을 가진 이와 함께 동등하게 사는 연습부터 시작했을 때 가능하다 믿는다. '동등'이라는 이름은 남성, 여성의 입장이 아닌,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에서 시작된다 생각한다. 가부장의 흔적과 수직구도의 남아있는 남성중심이 무너지는만큼, 남성이 경험하는 혜택은 전보다 줄어들겠지만, 남성이 소중히 생각하는 여성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은 그만큼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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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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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그녀들, 언니네 방에 모이다.
 
 
  한국인에게만 있는 '화병'은 가부장적인 질서에 눌려, 화를 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꼭꼭 담아두었던 상처와 아픔이 쌓여 생기는 병이다. 비밀은 편견과 사심없이 진심으로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없기에 비밀이 된다는 책 속의 글귀처럼, 누구에게 토로할 수 없어 쌓이는 마음의 어두운 작은 조각이라 생각한다. 인터넷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연대와 익명의 끈이 이어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익명이라는 보호장치가 서로의 상처를 감싸안는 작은 둥지가 되어 상처와 아픔을 토로하게 하고 낫게 만든다. 여자이기에, 말하지 못했던 아픔, 사회적 소수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상처들을 글을 통해 치유하는 공간이 언니네(www.unninet.net)이다.
 
  남성이기에, 언니네에 가입이 불가능하다. 독자들에게 가장 공감을 받았던 글들을 보며, 차마 남성들에게, 남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픔을 읽으며, 아, 이런 아픔을 마음속에 감추며 살아가고 있구나라고 짐작해 본다. 차별은 차별을 하고 있는 이는 잘 느끼지 못한다. 지배계층이 그들의 논리로 피지배계층을 착취하고, 부유한 이들이 가난한 이의 소소한 아픔을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는 그 힘겨움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한다. 그저 짐작만 가능하다. 정말 평등한 사회라면, 언니네의 존재의 이유는 없어진다.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때론 성차별적인 논리에 빠져 상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차별을 묵인하고 있지 않았는지 고민해 본다. "몰랐어,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말을 하지 그랬니"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지는 피해자만이 알거라 생각한다.
 
 
#  여성이 행복해지는 그 크기만큼, 남성이 져야하는 그 무게도 줄어든다.
 
 
  섹스, 성정체성, 성폭력, 차별에 관한 이야기들, 공론화하기 곤란한 이야기들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배려가 없는 남성과 자꾸 확인을 통해 무능함을 벗어나려 하는 남성, 자위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마음속의 검열, 예쁜 여자, 착한 여자, 외모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살고 싶지만,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관습이라는 편견으로 채워진 우리 사회를 언니네 방의 글들은 거울이 되어 비춰준다.
 
  가부장제의 사회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티나지 않는, 많은 수고스러운 일들 당연히 해야하는 풍조때문에, 심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했다면, 남성 역시, 권위있어 보여야 한다는, 남자다워져야 한다는 사회의 풍조에 희생당하고 있다. 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직접적으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에, 여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출산과 군대라는 진부한 싸움을 넘어, 서로가 공존하기 위해, 다음 아이들이 이러한 차별의 연속에 빠지지 않게 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100년 전, 첩을 두는 문화가 당시 사람들에게 그렇게 큰 제약이 아니였지만, 지금의 사회적 인식으로 용서받지 못하는 것처럼, 끊임없는 문제제기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아파하고 힘겨워하고 있는지 외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그들의 생각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지만, 책 속의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얼마나 많이 보이지 않는 차별이 많은지 생생하게 인식하게 하는 점이 책의 장점이다.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도 10년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동사무소 또는 사회적 의식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생각한다. 동성애자들이 없어 그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커밍아웃을 했다가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분위기 때문에, 그들은 숨어서 그들끼리 연대한다고 생각한다. 동성애자 여성은, 사회적 구조에 가장 억압받는 대상이기 때문일까. 그들이 언니네 방에서 자신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피해를 토로하며, 언니네 방이 있어 행복하다는 글을 볼 때, 얼마나 사회에서 힘들게게 하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자를 난치병처럼, 바라보는 사회적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여전히 어두운 그늘에 가리워져 있을거라 생각한다. 네 주변에 동성애자와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오면 집값과 아이들 교육에 좋겠니라는 인식 뒤에 숨어있는 무서운 폭력에 몸서리쳐진다.
 
  사회의 인식은 우리가 자라기 전에 고정되어 있지만,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능동적으로 행동하면 바꿀 수 있다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무관심하며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두운 곳에서 힘겨워하며 아픔을 토로하는 사람이 늘어간다고 생각한다. 절대적 빈곤보다 더 무서운 일은 상대적, 사회적 외면이다. 당장 한 개인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당신이 사회적 소수자, 여성, 차별을 받는 대상에 보내는 작은 시선이, 어둠속에서 혼자 아파하는 이에게는 햇살 가득한 위로와 살아가는 희망이 될거라 믿는다. 언니네에 모여드는 사람이 많아지기 보다, 언니네에서 외치는 이야기가 사회속에서 공론화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녀에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차별에 대해, 인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생각한다. 언니네에서 외치는 이야기들은 여성을 위한 외침이 아닌, 인권에 관한, 함께 동등하게,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이야기들이다.
 
  당연하다 생각되는 결혼, 제사, 데이트, 키스, 섹스, 성정체성, 등등 익숙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때, 우리가 함께 살아숨쉬는 풍경은 늘어날거라 생각한다. 깨어있기를 원하는 당신을 위해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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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
조진국 지음 / 해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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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놀이기구로 표현한다면 아마 롤러코스터가 아닐까?
 
 
  사랑은 롤러코스터와 닮았다. 아무런 감정이 없던 두 사람이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둘이 함께 탄 롤러코스터는 가속 페달을 밟으며 빠른 속도로 정상으로 올라간다. 올라갈때의 스릴과 즐거움이 큰 만큼, 딱 그 높이만큼 내려올 때의 공포를 느껴야 한다. 사랑의 크기만큼, 외로움과 두려움도 함께 커져가는 위험한 놀이이다. 설레임과 추억의 순간이 있기에, 무섭고, 처음 시작의 위치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사랑을 꿈꾼다. 『고마워요, 소울메이트』에서 만났던 공감의 글이 많았기에, 저자의 새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사랑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며, 사랑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아직 연애세포가 죽어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잃어버린 연애세포를 찾는 마음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사랑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 사랑의 시작에서 헤어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까지..
 
 
  20편의 러브레터와 이어지는 연결되는 이야기로 책의 내용이 채워진다. 빨리 뛰어가는 토끼와 토끼를 바라보며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거북이의 달리기는 더 많이 사랑하는 자와 더 많이 사랑받는 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랑에 빠질 때 생각하게 되는 운명적인 우연의 합리화, 작은 숫자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설레임, 내가 더 사랑받았으면 하는 본심, 함께 있어도 생각까지 함께 공존할 수 없는 현실, 사랑하기에 빠져드는 오해와 갈등까지, 사랑의 순간에 느끼게 되는 질투, 행복함, 기쁨, 원망 등의 다양한 감정을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돌아본다.
 
  사랑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듯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때론 아픔과 상처를 감내하는 일을 필요로 한다.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기에 행복하지 않는다고 할까. 머리로 계산해서 할 수 일이 아니기에, 그 끝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둘 사이의 게임. 예측 할 수 없는 점기에 행복의 순간이 소중함과 함께 상실의 불안감이 함께 한다. 글을 따라 마음을 맡기다 보면, 사랑에 상처를 심하게 받아 사랑할 수 없는게 아니라, 더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을 만나고 싶지 않기에 사랑에서 도망치는 이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젊었을 때는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없기에, 빠져드는 마음에 집중해, 내 기분, 내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세월을 경험할 수록, 상대의 기분까지 고려하기에, 사랑에 더 조심스러워진다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과 더 조바심내며 주춤거리는 마음을 안고 있기에, 사랑에 관한 글들이 독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다 생각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더 사랑하게 된다는 말과 울어도 변하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쓸쓸함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딱 내가 좋아하는 그만큼, 상대도 나를 좋아하면 좋을텐데, 더 많이 좋아하기에 더 자신이 없어지고, 더 많이 사랑받기에 더 상대가 힘들어하는 미묘한 차이가 연애에 늘 발생한다. 사랑의 정의는 모두에게 각자의 의미로 정답이고, 사랑을 지속시키는 과정도 각자 다르다. 객관식 정답이 아닌, 서술형 답을 써야한다고 할까. 내 가치관의 정답이 아닌, 상대의 마음에 드는 정답을 쓸수록, 더 좋은 점수를,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시험문제를 푸는 기분이다. 정답을 알면서도 쓰기 싫어지거나 다른 답을 쓰게 되었을 때, 연애는 끝이 난다.
 
  달콤한 연애를 하는 연인보다는 외사랑을 하고 있거나, 솔로인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더 연애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연애의 순간들에 대해 고민하게 해주는 힘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사회의 대인관계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 일이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지만, 연애는 개인의 내밀한 컴플렉스와 사소한 일까지 부딪치기에 더욱 어렵다.
 
  사랑에 관한 글을 읽으면, 마음이 설레고, 여행에 관한 책을 보면 여행이 떠나고 싶어진다. 책을 읽고, 감정의 변화가 느껴진다면, 아직 충분히 사랑할 능력이 있다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마음의 움직임이 느껴진다면, 책에 웅크려있지만 말고, 사랑을 시작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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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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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저자의 깃털 하나처럼 가볍고 일상적인 이야기의 리뷰을 써야하는 지금,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 정치적 사건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누군가를 추모하려는 작은 분향소 설치까지도 못하는 현실, 누군가를 추모하는 가장 사소한 일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건의 의미를 절감한다. 책을 읽을 때에 느끼던 아이러니가, 책에 대한 느낌을 적는 이 순간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젊은 시절 저자가 그토록 집착했던 이상들이 현실에서는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우리에게 체험된다는 말을, 분향소 사건을 통해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힘들고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유머이다. 가볍되 가볍지 않았던 저자의 글을 읽으며, 살며시 웃고 넘어갈 수 있었던 여유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 팍팍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웃음의 여유를 찾아서...
 
 
  현재를 살아가는 일상의 풍경 속, 깃털처럼 가볍지만, 코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간지럼처럼 인생의 사소함 속에 묻어있는 작은 즐거움이 책 속에 가득 담겨있다. 한 살이라도 나이들어 먹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나이'에 대한 논쟁과, '술버릇', '패랭이 꽃에서 발견하는 인생의 지혜', '고독에 관한 이야기' 등 소소한 일상을 웃음 가득 느낄 수 있게 하는 저자의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부모님께 듣는 잔소리처럼 뻔한 이야기가, 소탈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행복함과 곤란함, '사인을 받으려는 민망한 상황에서의 요청', '희귀한 성'에 대한 에피소드 등 가볍게 글을 읽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슬픔이던지, 기쁨이던지 이야기에 몰입해서 시간을 잊을 수 있는 글을 만날 수 있는 건 독자로서 행복한 일이다. "딴 사람을 사랑하면 인정하는 게 도리잖아"라는 저자의 막내아들 제제의 순정에 감동하기도 하고,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져 여유롭게 사는 '낙장불입' 시인과 버들치 시인과의 에피소드를 보며, 자유로운 삶에 대해 생각에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들보 사이로 보이는 너무 많은 티끌들', 타인을 흉을 보는 문화 등 저자도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사회의 일상이 깃털처럼 가벼운 소소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  가벼운 일상 속에 숨어있는 소중한 지혜.
  
  
  가볍게 이야기를 읽다보면, 삶의 소중한 지혜와 대면하게 된다. 걱정의 80프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이겨내려는 훈련이 필요하다. 고독은 스스로 고독하지 않아야 사라지는 이상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에피소드와 함께 쿨하게 다가온다. 젠체하지 않는, 소탈한 화법이 도덕교과서에 잘 등장하는 지혜를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바꾸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재미와 감동, 교훈까지 얻을 기회를 준다.
 
  8개월간 이런저런 이유로 운전면허의 마지막 코스인 도로주행을 미뤄왔었다. 무엇보다 운전은 나 혼자만 잘해서 안되는 일이기에, 운전하다 당황해서 옆에 있는 강사까지 피해를 주면 어떻하냐는 두려움이 강했었는데, 『스타트 신드롬』이라는 책과 깃털에 나오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의 톱질소리'의 신부님 에피소드를 읽으며,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꼭 저자의 글이 있어서, 도전하기를 결심한 건 아니지만, 마음을 굳게 먹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단한 진리도, 박장대소 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책은 아니다. 가볍게 일상을 돌아보고, 가볍지만 생각하기에 가볍지 않은 인생의 작은 지혜와 마주할 수 있는 책이다. 카페에서 매력적인 털털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라고 할까. 좋아하는 차와 함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장소에서 읽으면 여유로운 마음일 때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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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지혜>를 리뷰해주세요.
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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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떠나는 여행은 즐겁다. 말없이 행동으로 이야기하여, 더욱 끌리는 동반자.
 
  그 이름은 당나귀.
  
   
  여행은 혼자 떠나는 것이 가장 좋다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동반자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계획에 따르다보면 충돌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거나, 오래된 깊은 우정이 여행에서 생기는 모든 돌발상황을 감싸주었을 때에만 함께 하는 여행은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 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은 다르다. 사막에서 낙타와 함께 이동을 하거나, 말과 함께 먼 길을 떠나는 여행, 동반자이면서도 때로는 분신처럼 느껴지는 동물들은, 여행자의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고, 말 없이 행동으로 많은 걸 여행자에게 사색하게 만든다.
 
  저자는 남부 프랑스의 오트 오베르뉴 지방의 숲길과 오솔길을 당나귀와 함께 여행한다. 당나귀와 함께 여행을 떠나며, 서양문화에 실린 당나귀에 관한 문헌을 인용하여, 당나귀의 지혜와 아름다운 풍경을 예찬한다. 당나귀를 위한 헌정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대상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글 하나하나에 스며있다. 태어나서 당나귀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책을 읽다보면, 함께 떠나는 여행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낯선 문화, 받아들이는 역량에 따라 다채롭게 느껴지는 책.
 
 
  두 눈을 감는다. 책 표지의 풍경을 머리에 그린다. 그리고 당나귀와 함께 떠나는 저자를 머리속에 그려본다. 낯선 지형과 아름다운 풍경을 머리에 그리면서,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와 함께, 저자의 글이 그리는 풍경, 당나귀의 행동, 저자의 생각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빠르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짝 비켜서서, 느릿느릿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매우 조심조심 행동하는 당나귀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 떠날 수 있는 시골 여행기이다.
 
  저자는 당나귀를 예찬하면서,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동양에서 삼국지연의 처럼 익숙한, 서양의 고전문학을 꺼내들며, 당나귀가 인용된 문헌을 소개한다. 독자가 서양인이였다면, 더욱 자연스럽게 당나귀와 그들의 여행을 친숙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낯선 문화의 독자에게는 인용된 문헌들부터 어색하게 다가왔다. 첫번째 읽을 때, 당황스러웠던 문헌들이, 두 번째 읽을 땐 편안하게 다가왔다. 익숙하지 않은 참고문헌을 어색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다양한 문화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좋아하는 동물이 있고, 그의 이야기를 즐겁게 들려주고 싶다면, 『당나귀의 지혜』의 형식을 이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책에서 나온 다양한 문헌에 등장한 동물의 에피소드와 함께, 인간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그 지혜와 매력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다보면, 자연스레 당나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랑하는 여인을 이야기하는 열정을 가지고, 동물을 예찬하는 저자의 열정에 끌리게 된다. 장애인 자식을 관청의 장애인으로 남아있지 않게, 그를 추억하고 싶은 아버지가 쓴 소설『아빠, 어디 가』를 통해, 장애인 자식을 두며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면서 행복한 일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당나귀의 지혜』를 통해서는, 당나귀라는 존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에, 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지나친 당나귀에 대한 예찬이 때론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속에서, 당나귀에 의지하며, 매일 걷고 마신다. 자연을 느끼며 느리게 사는 저자의 여유와 당나귀와의 우정, 작은 행동 하나에서 큰 의미를 발견하는 열정에 끌렸다. 쉽게 읽어지는 책은 아니지만, 읽는다면, 인생의 삶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대상이 있는, 열정을 가지고 사는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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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서양문화의 각종 문헌 속에 나오는 당나귀의 이야기와 서양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할 수 있다. 

  문명에 대한 개인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책.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동물을 좋아하는 이.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는 멈춰 서서 주위 환경을 하나하나 조사하며 신중하고 사려깊게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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