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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의 마지막 수업
모리 슈워츠 지음, 이건우 옮김, 배은미 그림 / 일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 모리를 추억하며...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인생수업』을 통해 모리 교수의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했었다. 루게릭 병이라는 당시의 난치병을 마주하고서도, 좌절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죽음을 받아들이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추억을 맺어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동양의 현자가 아닌, 서양의 사회확과 교수가 겪은 일이었기에 더욱 신비하게 다가왔었다. 시간이 지나면, 감동도 사라지고 일상의 작고 치열한 생존의 문제에 빠져 그 속에 파묻혀 지내게 된다. 『모리의 마지막 수업』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모리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이었다.
# 평범하고 쉬운 언어로, 놓쳐가는 소중한 부분을 생각해보게 하는 강연.
모리의 마지막 강연에 사용된 단어들은 평범하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일상어를 사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깊이 숙고할 가치가 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루게릭병, 하체가 마비되면서 시작되는 온 몸의 마비, 자신의 병을 나을 길을 알 수 없이, 그저 병이 천천히 진행되기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좌절감, 분노, 상실, 충동등을 모리교수는 경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누구나 인간은 죽게 마련이다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믿으려하지 않는다면서, 죽음을 인정하고, 상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아 찾아오는 좌절감을 여유로움과 포기로 이겨내라고 이야기한다.
생의 마지막순간까지,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희망을 잃지 않은 그의 모습을 보며, 일상 속에서 놓쳐가고 있는 많은 생각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감정에 이끌려, 불안에 휩싸여 소중하고 중요한 관계들을 쉽게 잊어가고 있지 않았나,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을 많이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사랑을 받았는가로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기 마련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리 교수가 이야기한 11가지 주제 중 당장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과거를 인정하고, 있는 대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실의 아픔을 씻어내고,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을 사는 일은 어쩌면 현자들이 평시에 할 수 잇는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려고 했던 이야기들은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모리 교수에 관한 두 권의 책이 있기에, 또 다른 책이 나온다는 점이 불편하기도 했다. 이미 두 권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는 생각에 책을 읽는 일이 주춤주춤하기도 했다. 작은 판형에 가지고 다니기 편한 이 책을 한동안 휴대하면서 다닐 계획이다. 일상에 파묻혀 미워하고 분노하고 절망하고 좌절할 때 모리교수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나의 대응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모리교수를 잊지 않기로 결심했다. 죽지만 계속 살게 될 것입니다 라는 그의 말은, 이렇게 그의 말이 책으로 전해지면서, 후세의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실현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