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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먼 제국 - 헤로도토스, 사마천, 김부식이 숨긴 역사
박용숙 지음 / 소동 / 2010년 2월
평점 :
# 한반도에는 적어도 4C 이전 국가가 존재했던 것을 보여주는 유적은 없다.
문헌에는 기록되어 있지만, 사료가 발견되지 않으면,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역사적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는 상상력과 존재한 사료들을 통해 추측을 해야 한다. 역사서에 기록된 사실은 승리자의 기록이고 승자가 패자의 주체를 지우는 음모의 산물이라는 저자의 주장도 고려해야 한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기록하지 않는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진술 사이에서 진실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무령왕릉과 경주 98호 고분, 고령가야 고분 발견 현장을 찾아다니고, 샤머니즘을 중심으로 한 고고학과 무속에 관심을 지닌 저자의 이력에 눈길이 갔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양나라 황금 팔찌와 어금니 한 개, 98호 고분에서 발견된 삼태극 문양이 새겨진 검파와 페르시아산 유리컵, 고령가야 고분에서 발견된 지중해 양식(Lotus)의 금관과 인도인의 두개골은 저자가 설명되지 않는 고대사에 의문을 갖게 된 시초이다. 한반도에는 적어도 4세기 이전 국가가 존재했던 것을 보여주는 유적은 없고, 5세기 경 이집트와 크레타, 소아시아와 인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북조시대의 유물들이 한국에서 발견되는 사실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주장이 없는 현실에서 저자의 상상력이 시작되었다. 이런 유물 모두가 신성한 제기와 의례기구라는 사실은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과 함께, 역사가 기록된 부분 이전에 샤먼제국이 존재했고, 한국의 고대사의 많은 부분은 샤먼 제국의 역사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 『한단고기』 를 문헌으로 인정할 것인가...
저자의 주장의 대부분은 『한단고기』에 주장된 내용과 고대 지명의 연관성과 다른 문헌들과의 교차비교를 통해 발견한 근거들이 뒷받침을 한다. 고대 그리스 문명과 한반도의 역사와 관계가 있고, 알렉산드로스와 진시황제가 하나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현재 존재하는 근거는 많이 부족하다.
역사의 바람직한 목표는 이데아를 지키는 일이며 이는 사실(학문)과 추리(예술)을 올바르게 결합하는 일이다.
랑케의 글과 '상상력'이라는 내용을 강조한 점도, 이런 현실내에서의 주장의 관철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현실에서 많이 배척되어 비주류로 전락한 무속과 샤머니즘과 역사서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단고기』와 남겨진 유물을 통해 상상력을 발휘한 저자의 주장을 어떤 시선으로 대할지에 따라 책의 호불호는 결정된다.
현재 밝혀진 역사적 근거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하고, 그 부분에 대해, 저자가 샤머니즘이 존재했다는 패러다임을 잡고 『한단고기』를 중심으로 역사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국 고대사를 지도를 상상력으로 그린 책이다. 저자의 주장의 사실 여부를 현재 밝혀진 사료와 유물로는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왜 단재 신채호가 묘청의 난을 조선 역사 일천년래의 대사건이라 했는지, 강릉 단오제와 샤머니즘과 태양신 사상과의 연관성과 샤머니즘이 어떤 뿌리를 근간으로 발전했는지, 불교의 한 갈래에 샤머니즘의 영향이 남아있고, 첨성대와 샤머니즘의 연관성이 흥미로웠다. 샤머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저자가 그린 고대사의 지도 그리기의 시도가 흥미로웠다.
# 아직까지 고대사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고대사는 사료와 문헌들이 부족하기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바티칸(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중세시대처럼, 고대 역사는 샤머니즘을 중심으로 하나의 제국이 존재했으며 그 중심에 한국의 고대사 조선이 있다는 주장과 춘추전국시대와 그리스 문명의 연관성과 알렉산드로스와 진시황이 동일 인물이고, 그 중심에는 샤머니즘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앞으로의 사료의 발견에 따라 역사적 흐름이 되던지, 아니면 부족한 사료가 만들어낸 하나의 가설로 끝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역사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존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생각한다. 그 의문에 답을 제시하는 일이 현재 사학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천안함 사고'와 각종 음모론들은 사실을 많이 공개하지 않았을 때,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된다. 고대사에 대한 이런 의문은, 고대사가 아직도 많은 연구와 발굴의 노력이 필요한 학문분야라는 현실을 보여준다 생각한다.
밤 하늘에 늘 떠있는 북두칠성을 칠성님으로 모시고, 정화수를 떠놓고 무사태평을 기원했을 때부터 샤머니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생각한다. 무속신앙과 사이비라는 편견에서 자유롭고, 고대 동서양의 인문학 지식을 씨줄과 날줄로 엮는 시도를 한 저자의 주장을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라면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현재의 사학계의 흐름을 존중하고, 역사적 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Fact의 시선보다 상상력의 마음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여유로움이 있는 이가 역사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엿보는 생각으로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