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 IMF 세대에게, 세상은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는 1979년 12월에 태어났다. IMF의 폭격을 직격으로 맞은 세대이다. 형이 798세대로 저자와 나이가 같다. 위기와 공포, 실직과 희망이 없던 첫번째 IMF 세대, 꿈을 꾸는 일보다 생존을 먼저 걱정해야 했던 세대의 이야기라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 같지 않다. 학창시절의 감옥에서 벗어나 이제 좀 편하게 살아보려 했는데,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공포를 겪었던 IMF 세대 중 한 명이 겪어낸 청년성장기와, 변해버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생존하며 표류한 기록이 모여있다.
 
  첫 페이지를 열며, '뭐, 이런 책이 다있어?'라는 반응이, 읽어갈수록, '오호, 찌질함 속에 비범함이 묻어있네'라며 저자의 철학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라보며, 신선함을 느꼈다. '찌찔이'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인터넷 오픈 사전에 '지지리도 못난 놈'이란 뜻으로 왕따를 일컫는 신조어라 한다. 자신의 한계와 비겁함, 찌질함을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글로 표현해내는 그는 '찌찔함'으로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한 인간이 아닌, '찌질함'을 고백하며,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벗어나는 묘한 매력을 책 속에서 잔뜩 뿜어낸다.
 
 
#  너무나 솔직한 저자가 바라본 사회의 풍경.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와 <개신교는 어떻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나>란 글이다. 최민수 사건의 이면 뒤에 쏟아졌던 여론의 횡포에 대해, 최민수를 과하지 옹호하지 않는 범위에서 바라본 그의 시선이 인상 깊었다. 모두가 앞쪽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고, 욕하고, 칭찬하고, 경탄하는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이미지를 조작하는 그 뒷골목을 폭로했다고 할까. 

  잘못된 선택을 하는 정치인과 정부의 형태를 욕하기 이전에, 그들이 국회와 행정부에 들어가게 된 투표를 통해 들어가 독재의 권력을 행세하는 그 이면의 대중의 심리를 아프지만 솔직하게 고백한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무언가를 책임지는 일과 하지 않은 일도 전체 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비틀어졌을 때 복기하고 반성하는 일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지도자가 뭐든지 다 해줄거라는, 아니면 누가 되든 다 개판이라는 소신으로 정치적 무관심을 너무나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의 오만이 환영받는 우울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민수에 관한 글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언론의 자본에 휘둘린 어긋난 욕망의 부조리함을 고발했다면, 개신교에 관한 이야기는 종교와 권력이 결부되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한 글이다. 많은 사람을 전쟁의 피해로 만들어낸 일본 천황과 그 수뇌의 정치가와 군부책임자들을 욕하고 사과를 받아내야지, 그 밑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모든 일본사람을 욕하면 안되는 것처럼, 이랜드 사태에 스며있는 경영자의 억지 종교논리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수하게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종교의 사랑을 실천하는 적지 않은 개신교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일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많은 지인들이 개신교를 믿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기분이었다.
 
 
# 77-87년에 태어난 세대들에게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
 
 
  책을 읽는다는 기분보다, 홈페이지의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는 기분이다. 좀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자는 그의 철학과 실천의 결과를 느낄 수 있었다. 77-87까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의 지금 세대는 이념에 휩쓸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터넷과 핸드폰등의 첨단 문명의 매우 자유로운 발언과 표현에 능숙한 세대도 아니다. 본받을 어른도 보이지 않고, 함께 어울리고 싶은 마음 터놓을 생각 깊은 어린 세대도 보이지 않는 그 경계에 있는 그들은 88만원 세대를 넘어, 시대가 흘러갈수록 계속 그 경계면에서 치이고, 외면당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할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독재시대에 태어난게 386세대의 의지가 아니듯, 인터넷과 교육의 중압함에 치여 사는 90세대들이 스스로 끼인세대보다 나은 삶을 선택하지 않았듯이, 과거나 미래의 시점과 비교하는 일은 부질없다는 사실은 연대를 힘들게 한다.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던지 비판하던지에 관계없이, 77-87년에 태어난 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의 글 속에 묻은 사회의 풍경을 보며,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꿈꾸며 가능성을 믿는 것도 좋고, 연대의 힘을 믿으며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도 좋다. 저자처럼 덜 욕심내고, 덜 가난하게 살면서, 그 욕심을 줄인만큼 더 차가워진 이성으로 밝고 화려한 성공의 그림자 뒤의 착취와 부조리의 그림자를 읽어내는 일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큰 기대없이 읽었는데, 오랜만에 생각에 자극을 주는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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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성공과 욕망에 기대지 않는 20대 청춘의 롤모델을 만날 수 있다. 

   솔직한 표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답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운동권 세대와 모바일세대의 사이에 낀 77-87년에 태어난 세대.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거기 정답 따위는 없다는 것, 어차피 알고 있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정답은 모두에게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디디고선 맥락에 따라 정답은 전혀 다르게 틀어진다. 아무리 나쁜 놈이라도, 스스로를 변호할 당위 한두 마디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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