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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기사 제대로 읽는 법 - Health Literacy
김양중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 전문분야이기에, 소외받기 쉬운 병원과 건강기사에 대해 생각해보다.
병원, 법원, 정치, 언론,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을 고르라면, 일반인이 잘 알지 못하는 전문분야라는 점이다. 정보의 양이 상대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부당한 점을 항의하고 싶어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할까. 의료 분쟁과 언론기사, 법원에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정보의 양의 부족이 하나의 원인이라 생각한다. 특히 병원과 건강기사는,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병원도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공공서비스 기관이 아닌, 의료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에 늘 신뢰할 수 없다. 신뢰와 불신의 경계에 있기에, 건강기사의 신뢰성은 더욱 중요하다 생각한다.
늘 신문에는 많은 건강기사가 나온다. 특정 병에 좋은 음식과 치료방법이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도 신문을 통해 알게 된다. '소비자'의 권익을 위한 방송에서 위생서비스에 관한 보도가 나온 후에, 많은 병원들이 일회용 위생장갑과 제품을 도입하는데 앞다투어 투자를 하였고, 결국 그 분야의 관련 업체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방송과 기사에 의해, 웃고 우는 회사가 있다고 할까. 그 때문에, 언론과 방송의 정보들이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 방송사에서 서비스 하는 프로그램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을 뿐, 원하는 프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
# 병원과 건강기사에 대한 일방적 옹호와 비판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뉴스와 방송에 의해 환자들이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의사들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에, 올바른 건강정보를 담은 기사가 많아야 한다 생각한다. 바른 정보는 과학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건강통계의 허점과 홍보자료로 쓰이는 건강통계와 자료수집의 오류 가능성, 건강염려증을 발생하게 하는 기사들이 발생하는 사례를 통해, 건강기사를 합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권한다.
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와 무조건적인 불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사와 기자의 한계를 인식하는 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매일 많은 환자들을 상대하고 바쁜 업무를 봐야 하는 의사의 인간적인 한계와 제약회사의 로비와 다양한 이해관계속에서 늘 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 기자 역시, 사실을 추구해서 보도하지만, 새롭고 관심을 끄는 기사를 내야 자신의 월급을 받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윤추구를 위한 하나의 인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폐경과 탈모는 어떻게 질병이 되었는가, 정상혈압이 고혈압 전단계로 둔갑한 이유 등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상업적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자와 의사들의 한계를 인정하게 되면, 환자 스스로,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건강기사를 바라봐야 하는 필요성이 생긴다. 최신 의료기기가, 새로운 약이 내 몸을 치료해 줄거라는 상식적인 믿음, 건강검진을 받으면, 내 병을 다 알아낼 수 있을거라는 맹목적인 기대들은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료현실에 대한 불신만 생긴다고 할까. 의료서비스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 자신의 몸은 스스로 돌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규칙적이고 적당한 양의 식사와 수면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습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몸이 좋지 않았을 때, 쉽게 약에 기대하게 된다. 약은 우리 몸을 좋아지게 하는 효과도 내지만, 반대급부로 수명과 삶의 질을 단축시키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가장 독특한 건강에 대한 관점은,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공동체가 주목해야 할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시선이었다. 축산과 양식에 쌓인 과다한 항생제는 다시 인체로 들어가 항생제 내성을 쌓이게 하고,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등의 진화된 세균의 출현을 만들어낸다. 직장에서 직면하게 되는 스트레스와 비정규직이 겪는 스트레스 등의 건강위험은 사회에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법과 언론, 의료 서비스는 적어도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생각한다. 어찌됐건 경제만 살리면 돼라는 생각은 결국, 나중에는 자본의 논리로 하나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많은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현실을 만들고, 양극화에 처한 사회적 소수계층은 결국 그 피해를 먼저 경험하게 된다. 모두가 함께 같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과 의료서비스는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건강기사는 다 좋은 정보를 알려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들도 어쩌면, 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에서 분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 그날은 어쩌면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루어지지 않는 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현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나다 보면, 의료서비스도, 법률 서비스도, 지금은 너무 기대하기 힘든 정치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당장만 생각하지 않고 멀리 생각하며 힘을 모은다면 더 나아질거라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신뢰와 불신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똑똑해져야 한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과 맹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