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 당신에게 묻고 싶고, 듣고 싶은 말 12가지
이미나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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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고 있다. 감정의 변화가 극심해지는 봄이...
 
 
  인간의 행동을 지켜보면 참 묘하다. 매번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사랑에 데이면서도 다음 사랑을 다시 꿈꾼다. 유전자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망각의 동물이기에, 감정의 동물이기에 그럴수도 있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존재이기에 그렇다라고 혼자 우겨본다. 열매가 있는 나무들이, 논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그러하듯이, 봄에는 싹을 튀울준비를 여름에는 비와 햇볕을 받아 무럭무럭 자라고, 가을에는 결실을 이룬 뒤, 겨울에는 다시 봄을 기다린다. 봄이 되면 사물들도 생동감에 넘치고, 사람들의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
 
  여성은 봄바람에 마음이 들뜨고, 남성은 가을에 고독을 느낀다는 속설, 믿지 않는다. 봄과 가을이 되면, 생성과 소멸이 눈에 잘 띄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의 변곡점이 잘 일어나기 십상이라는 정도,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봄이 되기 전에 연애에 관한 글이 읽고 싶었다. 싱숭생숭하는 마음을 다잡아 보고 싶은 마음과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무엇보다 정답이 없기에 더욱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많은 노력과 인연이 필요한 사랑이 궁금했다. 봄이 오나보다. 『그 남자, 그 여자』, 『아이 러브 유』의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책상에 앉아 어느새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 참 작은 소소한 일들. 작은 일에 웃고 울고, 감동하고 속상해하였던 연인들의 독백에 귀 기울이다.
 
 
  『그 남자, 그 여자』가 남녀의 속마음을 한 장씩 나누어 같은 상황의 다른 생각을 보여줌에 공감을 얻었다면,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는 독백의 형식으로 사랑의 작고 소소하지만, 그때 소중했던 감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때론 너무나 잘 알아서, 마음을 잘 안다 생각하기에 이별할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지도 하고, 작지만 소중한 추억 하나들, 변화의 순간들을 발견하고 추억을 떠올리는 모습에 안타까워하지도 하는 마음, 뻔하디 뻔한 드라마의 내용, 너무도 많이 보았기에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다시 배우들의 호연에 빠져드는 것처럼, 전작과 큰 변화없는 형식임에도 그녀가 보여주는 등장인물의 감정의 변화들을 통해, 연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한다.
 
  연애를 꿈꾸는 이에게는, 작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과 어쩔 수 없이 놓아주어야 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미리 알게 해 주는 책이고, 연애를 경험했다 혼자가 된 이에겐, 연애 시절의 추억들을 곱씹을 수 있게, 타임머신이 되어주는 책이고, 지금 사랑하는 연인들에겐, 지금 느끼는 연애의 소중함, 뜨거운 강렬함과 편안해지는 친근함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연애 이야기를 듣다보면, 남들이 비난하는 상황도 당사자에게는 더욱 절박해지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짝사랑과 사랑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연애에 빠져드는 이들, 도덕의 기준으로는 용납할 수 없지만, 인간의 마음은 도덕의 선으로 규정되어지지 않기에, 더욱 절박해지고, 간절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선택을 한 그들의 모습들에 연민이 든다고 할까. ’오죽 하면 그랬을까?’라는 생각에, 모든 이들의 연애는 자신에게는 주인공이지만, 타인에게는 엑스트라로 보이는 이야기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는 함께 모여 나라를 걱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한 마음으로 열망했던 추억들이 있다고 하지만, 2000년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모두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이야기는 사랑, 그 하나로 귀결된다 생각한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도, 사랑에 빠지면 ’을’이 되고, 약자가 되어, 상대의 눈치와 마음을 얻기 위해, 그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일까.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르치는 세상에서, 자발적으로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사랑’이기에, 돈이 많다고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한 쪽이 잘한다고 관계가 끝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아니기에, 더욱 혼란스럽고 불안한 연애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함께 사랑을 약속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평생 꽁꽁 내 편으로 매어 둘 수 없다는 것. 그래, 사랑은 계약이 아니니까. 그 불안함이, 사랑에 빠지는, 연애에 빠지는 순간을 더욱 행복하게, 더욱 간절하게 만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과 이별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가장 아름답게 포장되기 십상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 남자, 그 여자』를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고, 다시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지루하다 생각하지 않는 이에게는 또 한 번 마음을 열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저자가 여성이기 때문인지, 이성에 대해 관심이 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작다고 생각되어지는 에피소드에 감동하기나 상처받기도, 행복하기도 슬퍼하기도 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녀의 글은 읽는 동안, 독자가 사랑에 대해, 그 상황에 대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이 아직 퇴색되지 않았음을 신간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다. ’고맙습니다’라는 참 아름답고 고운 말, 사랑하는 이에게 늘 해주어도 질리지 않는, 늘 간직해야 하는 말, 연애를 하게 되면, 아끼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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