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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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두 가지 생각들..
  
  첫 번째는 20년 뒤, 한국사회의 모습이었다. 저자는 1980년대 말에 미국을 여행하고 3년의 시간의 숙성을 거쳐, 책을 세상에 내보였다. 2010년을 바라보는 지금 20년의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도리어 2030년,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했을 때의 단절된 세대의 모습을 미리 보고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식들이 빨리 독립하고, 노년의 시기에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모습은, 여유있는 이에게는 즐거움으로 다가왔지만, 외로움에 웅크리는 쓸쓸함도 함께 배어있었다. 좁은 영역에서 활동하던, 좁았기에 간섭도 심했고, 서로 챙기기도 했던 사회에서, 성공은 각자의 능력탓이라며,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이야기가 일반화된 사회에 발디딜 기회를 잃어버린 패자들에게는 하루가 고통인, 단절된 시간을 보내게 되는 풍경을 짐작하게 하는 풍경이 많이 보였다.
 
  마지막은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과거와 자신을 잊고 미래만을 바라보며 달라가는 사람들은, 늘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실현하려 노력했다. 지금과 과거를 잊고, 새로움에 집착하고 기대한기에, NEW 라는 단어가 많이 붙은 도시의 지명과 그 도시에 살았다면, 절대 붙이지 않았을 데스벨리, 배드워터 등의 지명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 열린 마음 한 편에 남아 있는 쓸쓸함과 친근감으로 감추고 있는 고독.
 
 
  미국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낯선 이를 환영하는 밝은 미소의 열린 마음과 그 뒤에 스며있는 쓸쓸함과 고독이었다. 끝도 없이, 수없이 많은 시간을 똑같은 풍경을 보며, 자동차로 여행하는 생활을 하기에, 운전사들끼리 밝은 미소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밝은 미소의 힘과 열린 마음을 볼 수 있었지만, 다른 문화권은 처음에는 경계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마음을 열며 가까워지지만, 미국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밝지만, 일정한 선이 있어 그 벽을 넘는 일의 힘겨움이 전해졌다. 짧은 시간 여러 공간을 다니며, 여행을 하는 저자의 생활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기에, 어쩔 수 없는 텃세와, 인종차별의 한계선도 느낄 수 있었다.
 
  미래를 주도하고, 초강국인 미국의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패션과 첨단기술의 이미지와 달리, 저자가 모터카로 여행하면서 만난 공간에서는 '패밀리'를 중요시하는, 미국인과 현실에서 벗어난 가상현실과 판타지를 사랑하는 국민성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이 화상을 입고, 기자회견을 하던 내용과 할리우드의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한 여성, 고속도로 이용 요금을 받는 여인과의 짧은 에피소드 등은 문명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맞물려, 스쳐 지나갈 이야기들 속에서 그 문화 특유의 색깔을 느끼게 된다.
 
  오래된 도시에서는 전통의 힘과 문화의 특색과 오래되어 고치기 힘든 폐습이 남아있다면, 새로 만들어진 도시에서는 서로를 인정하려는 노력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새로움이 깃들어 있다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지난 티베트와 아랍과 달리, 미국을 주도하는 계층은 이제 만들어진지 300년이 넘지 않았기에, 적당한 선을 서로에게 인정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낀다. 쾌활하며 고독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국민이라 생각했다. 꿈 꾸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에, 척박한 현실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종업원이 무한 친절한 일본의 문화와 고객이 종업원에게 서비스를 대행해줘서 고마워하는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는, 문명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저자의 독창적인 시선의 힘을 느꼈다. 점점, 더 미래를 꿈꾸게 하지만, 현실에서 허우적되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보는 듯해, 마음이 씁쓸했다.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자신의 새로운 면을 찾고, 자신을 더 알아가기 위해 가장 좋은 일이 여행이라 생각한다. 모터카를 타고, 여행을 할지, 그냥 차를 타던지, 다른 여행수단을 이용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미국을 여행하게 되었을 때, 함께 데려가, 변화된 미국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책이다. 한계를 많이 지적했지만, 밝고 따뜻함에 온화환 시선을 둔 저자의 배려가 전해지는 책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생생함이 느껴지고, 생각할 거리가 하나씩 늘어나는 건, 세월을 넘는 저자의 글의 힘이 살아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여행기가 아닌, 문명의 풍경을 바라보는 여유가 있는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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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속삭여줄게 - 언젠가 떠날 너에게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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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 가보고 싶다는, 막연한 끌림에 선택한 책.
 
  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모뎀을 이용해서 PC통신을 했다. 통신을 통해, 다른 지방에 사는 친구를 한 명 알게 되었고, 메일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연락을 주고 받던 중, 친구가 영국의 학교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다.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를 통해, 영국이라는 공간이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가장 최근에 영국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사촌동생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에서 유학을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소중한 사람이 머물던 공간이 아닌, 영국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 건, 고전과 과학,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 영국의 흔적들을 만날 때였다. 한때 식민지 정벌을 통해 해가 지지 않았던 나라, 유럽을 이끌어가는 제국이였던 나라, 독특한 정원과 부러운 헌책방의 거리가 매력적인 영국이 떠오른다.
  
 
#  밑줄 긋기를 통해, 관광이 아닌, 책들의 여행을 통해 런던을 맛보다.
 
 
  저자의 책을 한 권이라도 만나본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는, 저자에게는 다양한 책에서 만난 인용된 글로,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글쓰기 방식을 이해하는 이라 생각한다. 한 편의 글에, 책과 책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책들에서 글귀를 뽑아 매끈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은, 새롭게 자신의 언어로 글을 적는 일만큼의 인내심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한 편의 글에 자신이 맛보았던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만나보고 싶은 다양한 책의 목록을  첩에 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장소와 문화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숨어있다. 그들의 글을 읽고, 만나는 일은 그들을 다시 기억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영박물관,
런던 탑, 그리니치 천문대 등, 영국을 방문하는 이들이 즐겨찾는 사진찍기의 단골코스를 저자는 목차에서 이야기 할 공간으로 선택했다. 공간에 머문 자신을 사진으로 기억하고, "나, 여기 가봤어"라고 기억을 떠올리기 보다, 그곳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았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그 장소와 문화를 추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마음이 느껴졌다.
 
  런던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런던에 가기 전과, 런던에서 꼭 읽은 후 떠나고 싶은 책이다. 하나의 장소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는 일은, 자신의 삶의 색을 다양한 색으로 표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소개한 공간에 도착했을 때, 혼자 떠나지만, 혼자가 아닌, 저자가 귓가에 속삭이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런던이 아닌, 다양한 문화의 숨결이 머문 장소들도 다양한 이야기 방식으로 소개하는 책과 글들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서울이나 내가 머물고 있는 한국의 도시들을 매력있는 목소리로 속삭여주는 저자들이, 나왔으면 하는 꿈이 생겼다. 책으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와 '인용문'으로 이뤄진 책속의 책을 만나는 일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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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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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메시지를 찾으려는, 정답찾기에서 벗어나다.
 
 
  책을 읽고, 스쳐지나가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남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냥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자신의 사변적인 글로 남은 공간을 채우기 쉽다. 평론가나 오랜 독서로 인해 다양한 지식의 폭이 넓은 이가 남긴 글을 보면, 거대한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의 넓은 시선에 감탄한다. 작품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며,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읽을 때는 압도당하지만, 읽고 난 후,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 건, 생각의 크기의 차이인 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들만의, 어려운 어휘들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면이 더 크다.
 
  한동안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읽고 흔적을 남기는 일이 힘겨웠었다. 작가의 메세지를 잘 파악했을까,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건가 하는 부담감이 글을 쓰는데 주춤거리게 했다. 『그녀에게 말하다』에서 만난 박민규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부담감을 덜게 되었다. 작가에게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는 독자들에게, 그는 그냥 썼다 이야기한다. 획일화된, 정답을 주입하는 교육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그의 답변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평론가들의 모범답안을 보며, 정답을 찾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고,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즐겁게 고민해보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작가가 별난 놈도 아니잖아요라는 이야기가, 문학작품에 좀 더 다가서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말하다』를 읽기 전 후로, 『밑줄 긋는 여자』를 두 번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문학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는 회사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 썼구나라는 생각만 들뿐,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꾸준히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7년 이상 꾸준히 남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의 성실함이 돋보였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소소한 일상과 문학작품과의 연결을 시도한 점이 특별해 보였다. 있어 보이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회사원의 소소한 일상과 책과의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  회사원으로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마음들, 책을 통해 다독이다.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13년차 샐러리맨이 겪었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28편의 에세이로 채워져있다. 사회초년생, 프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꾸준히 한 방향을 향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꾸준함이라는 걸, 『달인』을 통해 이야기한다. 밥벌이의 힘겨움에 대해, 『남한산성』을 통해 위로받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거기에 몰입되어 자기비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자기 존중감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마음에 와 닿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프로란 쉴때는 확실히 쉬면서,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글도 좋았다. 『아침형 인간』을 따라하다가, 코피를 흘린, 경험담도, 무조건 따라하기보다 자신의 체질에 맞게 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20대 직장여성에게는 사랑에 관한 다양한 글들이 생각해 볼 기회를 줄거라 생각했다. 곁에서 자신의 주변에서 서성이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했던 마음들, 외롭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면, 그 마음이 간절하다면 분명히 사랑을 하고 있는 거다는 글과 함께 소개된 『키친』과 『청춘의 문장들』에서 '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라는 한시와 저자의 이야기는 가슴에 간직하기로 했다.
 
  누구나 쉽게 아는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글은, 노련한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진부하거나 나도 그정도는 쓰겠다며 평가절하되기 쉽다. 독특한 사유를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인용된 책의 글귀를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만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꾸준히 하다보면, 나도 책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듯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오랜 꿈에 걸맞은, 책을 전혀 접하지 못한 여성 회사원에게 특히 힘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이 지루하거나 너무 딱딱해서, 읽기 힘들었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마음이 닿았던 책부터 읽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한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한적한 카페에서 조근조근 즐겁게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매력 넘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 그 시간의 추억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다른 공간에 있어도,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회사생활도, 타인과의 관계의 문제도, 쉽지 않다는 사랑에서도,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는 여유가 생길거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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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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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에 들여놓은 책들. 한 권씩 모을때마다 쌓이는 이야기들.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을 서가에 쌓아두고, 살아가는 지인이 있다. 읽는 책 속도보다, 쌓이는 책의 속도가 더 빠르다. 언제 다 읽을거냐며 타박하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거라 답하며, 오늘도 그는 책을 서가에 모은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 모이고, 모으다 보니,  책에 자신의 공간을 넘겨주게 된다. 누가 상을 주는것도 아니고, 도리어 책에 매이는 운명에 빠지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을 책쟁이들이라 부른다.
 
  돈과 아름값에 미친 세상에서, 책에 미친 미련퉁이들이 있어 살 만한 세상이란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다소 비켜서서,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27개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만남의 흔적이 글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누군가는 책을 모으고, 누군가는 책을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나누기 위해,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에, 다양한 인연으로 그들은 책을 모은다. 한 권의 책에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다면, 서가에는 서가를 책으로 채우는 이의 다양한 선택과 인연의 흔적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들은 책을 모았다. 왜, 모았을까? 일년에 책 다섯 권 읽는 사람을 찾기 힘든 한국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흐름과 다른 선택을 했다. 책과 함께, 세월을 살아가는 그들의 책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이에겐 매력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들처럼 장서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한 권의 책을 만나, 서가에 두고 싶었을 때, 설레는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마음의 기쁨을 준다.
 
 
  #  만화에서 SF, 무협, 신학, 토라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책을 모으는 책쟁이들의 이야기.
 
 
  다양한 장르에서 책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장르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을 모으는 즐거움,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를 잘 헤아리고 있었다. 책이 좋아, 책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다음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책을 모으는 이도, 어쩌다 보니, 책이 아니라, 책을 주인처럼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유지하는 이처럼, 멋져보였다.
 
  책과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보니, 현재의 경기의 흐름, 일상에서 책에 빠져드는 삶을 택하게 된 계기, 헌책방이 점차 사양화되어가는 사회의 변화도 느껴졌다. 부족한 도서관의 현실, 군대에서 부족하기만 병영도서관, 장서가가 모아둔 책을 맡기려 해도,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없어 거절당하는 현실도 보였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을, 헌책방이 책의 다양성의 폭을 넓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책들이 살아가는 풍경들이, 작지만 존재가치가 넘치는 책들이 머물 공간이 사라지게 되어 안타까웠다.
 
  서점에 유통되는 순간부터, 헌책방을 지나, 폐지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다양한 순간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와,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만의 서재를 넘어, 좀 더 책을 곁에 두려는 이에게는, 장서의 방향을 정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만난 책쟁이들의 관심의 폭이 다양한 만큼, 자신의 독서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될 이를, 한 명은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만,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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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 반지하와 옥탑방에서도 잘 살기
김귀현.이유하 지음 / 에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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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의 독립 - 누추한 나만의 공간이지만 괜찮아.
 
 
   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눠 본다. 일반 주택과 아파트, 제 3지대이다. 제 3지대는 고시원(쪽방)과 옥탑방, 반지하 등 원룸이나, 전세 등의 집을 얻을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누추하고, 불편한 생활공간을 감수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수입이 적거나, 꿈을 위해 돈을 많이 모아야 하는 20대는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 사는 날을 꿈꾸며, 제 3지대에서 삶을 살아간다. 2005년 통계청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330만 가구 중 10분의 1인 33만 가구는 반지하에서 산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삶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울이 주는 문화공간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극한의 더위와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남성은 반지하를 선택했고, 넓은 공간을 원했던 여성은 옥탑방에 삶의 보금자리를 선택했다. 부모님이 해주시던 따뜻한 밥과 빨래 등의 살림살이를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혼자서 선택하는 자유와 혼자이기에 외로움도 이겨내야 한다. 불편한 조건들이 많지만, 저자들은 자신들은 젊고 꿈이 있기에 괜찮다고 한다. 옥탑방과 반지하에서 겪은, 슬프지만, 즐겁게 이야기해서 웃긴 다양한 추억들이 모여있다.
 
  
#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움직이다.
 
 
  솔직한 표현과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혼자살게 되면 가장 귀찮은 일이 빨래와 음식준비 등의 가정일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남은 재료들의 처리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곤란했던 상황들과 그에 대처하는 반지하남의 이야기에 웃다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낯선 공간에서 혼자사는 어려움과 집주인과의 소통의 힘겨움 등 처음에는 힘겨운 이야기들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즐거웠다. 우정을 소중히 해서, 친구에게 기꺼이 자신의 공간도 빌려주기도 하고, 스포츠 게임과 관람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불편한 방문객을 독특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그의 경험담은 반지하에 살았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가를 꿈꾸는 옥탑녀의 글에는 웃음의 에너지가 문단과 문단 사이에 스며있었다. 옥탑방에서 라디오를 켜두고 라면을 먹다, 밖이 시끄러운지 확인하려 갔다가 방문이 잠겨버려, 열쇠아저씨를 불러야 했던 일과 5천원을 아끼기 위해 출장을 간 3일간 집에 보일러를 꺼두고 나갔다가, 보일러가 얼어, 뚜껑에 얼굴을 맞고, 보일러를 교체하여 55만을 주인과 반반 보태서 물어야 했던 이야기들이, ’감정’이 살아있는 표현들 덕분에, 웃으며 읽었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전세를 얻어 주거나, 나만의 집을 살 여력이 있는 20대가 아니라면, 20대 집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이들은 돈이 모일때까지,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의 제 3지대에서의 생활에서 자신의 인생을 시작한다. 세입자이기에 서러운 부분도 많고,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하기에, 때론 피곤해서 집안일을 미루기도 하고, 집의 제약조건 때문에, 끼니를 더 거르기도 한다. 그냥 바라보기에는 힘겹고 안타까운 생활이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슬픈 이야기도 즐거운 추억으로 이야기하는 저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마음이 글에 배어, 읽는 이도 무겁지 않게, 글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반지하와 옥탑방에 거주하는 지인과 친구들에게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더니, 다들 크게 웃으며, 자신들만의 에피소드를 알려주었다.
 
 
  # 20대, 반지하, 옥탑방에서 살아도 괜찮아. - 지금 살아가고 있으니 괜찮아.
 
 
   너무나도 경험하고 싶은 일이 많거나 내가 뭘 해야 할지 확신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고민하는 20대의 시기, 불편하고 힘겨운 생활공간인 반지하와 옥탑방에서의 생활을 감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20대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반지하와 비슷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TV도 컴퓨터도 없이 일주일간 생활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 옥탑방녀가 이야기했던 라디오를 듣는 즐거움과 음식을 했을때 재료들과 음식 쓰레기를 처리할 때의 힘겨움, 빨래와 청소의 귀찮음 등 그들이 겪었던 상황을 경험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저자들을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더 많았다. 겪어보니, 힘들고 가능하면 피하는게 좋지만, 그래도 20대, 젊기에, 상황이 어려워도 충분히 살아가는 일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386세대가 이데올로기 세대라면, 10대들은 촛불세대라 이야기한다. 중간에 낀, 2,30대들은 정치적으로 대변해주는 이도 없고, 연대도 힘들다. 정글에서 혼자서, 생존하는 외로움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한다. 공포와 불안의 세대라고 할까. 취업난도 힘들고, 20대이기에 꿈을 정하는 일도, 꿈을 꾸었다고 해서 그 일을 달성하는 일도 힘들다. 누구 도와주는 이도 없지만, 그래도 잘 살아남기를 응원해주고 싶다. 불편하고 힘겨운 시간을 겪어내는 그들의 힘겨운 경험들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사회진입생들을 바라보았을 때, 따스한 온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되기를 기원한다.
 
  반지하남과 옥탑방녀가 서로의 공간을 방문한 추억을 기록한 <그 남자, 그 여자의 습격기>는 ’남성/여성’과 ’반지하/옥탑’의 생활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새로운 시선이 잘 담겨있다. 제 3지대에서 살아가는 고시원 남성과 옥탑, 반지하 남녀의 총 5명이 나누는 취중토크도 솔직함 속에, 삶의 애환이 담겨 좋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자취를 하거나, 자취를 하게 될 이들을 위해, 좋은 방을 구하는 일부터,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고충들의 해결책을 정리한 특별부록이 실려있다.
 
  반지하와 옥탑의 열악한 조건을, 역으로 생각해, 집 안에만 있지 말고, 많이 집 밖을 걸어보라는 이야기와 이웃과 안면을 익히고 친해지다 보면, 외로움이 가득한 생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소통이 힘겨운 시대에 살고 있다. 소통이 힘든 이유는 상대의 사정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쉬워진다. 제 3지대에서 열심히 자취하고 있는 이들과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다. 꿈을 찾지 못한 이는 꼭 꿈을 찾아 생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꿈을 찾았지만 여건이 힘겨워 고민하는 이들은, 꼭 꿈에 도전해보기를 두 손을 모아, 달님과 햇님을 보며 기원해 본다. 두 저자들이 지닌 희망과 밝은 마음이 20대 청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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