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청춘 - 보석같이 젊은 날을 위한 15일 인생수업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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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젊음은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가난한 살림은 글쎄....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젊은 시절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절대적 가난이었던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마이너로 살았지만, 결국 주류의 손길을 받을 정도로 잘 이겨낸 그이기에 가능한 말이다. 보통 젊었을 때는 시간이 많지만, 돈이 없고, 늙어서는 돈은 있지만, 무엇을 할 용기가 없다. 풍요로움을 느꼈던 어린 시절이 지나, 서브프라임과 국가경제의 악화, 취업이 안되는 삼중고를 겪어야 하는 청춘에게는 하루하루 사는 일이 괴로움의 연속이다.
 
  열정만 가득차고,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청년을 위해, 김열규 교수가 펜을 들었다. 한국학의 대가인, 노스승이 전하는 15일간의 15가지 이야기는, 청춘을 위한 2주간의 특별한 맞춤 처방이라 생각된다. 『독서』,『노년의 즐거움』을 즐겁게 읽었기에, 저자의 청춘 메시지가 관심이 갔다. 치열하게 공부했던 저자가 들려주는 청춘의 시간의 가치에 대해 듣다보면, 돈이 없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좌절이라는 단어만 머리에 떠오르는 시간들이 소중한 순간으로 바뀔거라 기대했다.

 

 
#  15가지 소중한 이야기.
 
 
  시간, 자아, 야망, 고독, 도전, 고통, 결핍, 방황, 슬픔, 죽음, 결단, 낭만, 교양, 사랑, 웃음까지, 청춘에게 꼭 필요한 15가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죽음, 방황, 슬픔, 고독 등 어둡게 느껴지는 단어도 청춘의 사전에 들어가 있는 점이다. 젊기에 고생도 할 수 있도, 방황도 가능하고, 슬픔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일까? 노년에 느껴지는 여유, 체념, 만족, 지혜라는 단어에 비해, 젊은이에게는 도전과 역동감이 느껴지는 단어가 많다. 그리고 아직 채워지지 않는, 비여있는 그 공간이, 어떤 것을 채울지 고민하게 하는, 가능성으로 바뀐다.

   

 

  하나의 말의 힘으로
  나의 인생은 다시 시작한다.
  내가 태어난 것은 그대를 알기 위해서
  그대를 이름 부르기 위해서

  -- 사랑. 232p


  어려운 처지를 당했을 때 또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웃음으로 넘길 줄 아는 마음의 여유야말로 유머의 웃음을 빚어낸다. 웃음 가운데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웃음이 바로 유머임을 우리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
 
  젊은 나이에는 자칫 무슨 일에나 서두르기 쉽다. 그러다 보면 애가 타고 초조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는 주위를 살피는 여유, 사건이나 일의 앞뒤를 캐는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다. 하지만 젊음일수록 멀리 내다보고 널리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러자면 도량이 커야 할 것이고, 서물을 이해하고 보는 마음도 넓어야 할 것이다. 부당하게 서두르지 말고, 턱없이 조급히 굴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웃음    256-257p


   

 
  사랑과 웃음에 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젊음이기에 뜨겁게 불타오르는 사랑과 젊어서 힘든 일이 많기에 더 여유를 가지고, 웃어 넘길 수 있는 마음의 크기가 커야 한다는 메시지는 책 내용 중, 가장 간직하고 싶은 글귀이다.
 
  15가지를 넘어 150가지도 간직 할 수 있는 여유와, 단 하나만 굳게 품고 있어도 힘든 시간들을 거칠 수 있는 힘이 청춘에 있다. 희망과 도전을 마음에 품고 있는 젊은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지금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워나가는 청춘, 멋진 그대에게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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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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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속독 컴플렉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지인 중 한명은 지독한 천천히 읽기로 독서를 한다. 빠른 세상, 읽어야 할 책도 많은데 어떻게 느리게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매일 책을 읽으려 노력하니, 일년에 100권에서 150권은 꾸준히 읽는다. 그것도 소설로만.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리딩법을 읽으며, 지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느린 호흡이지만, 깊이 있게 책의 세계에 흠뻑 빠져서 읽는 책읽기, 그렇기에 그는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했다.  저자는 다시 읽기로 더 깊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루에 한 권 정도 책을 보는 독자에 비해서는 책을 좀 더 빨리 읽는 편이다. 일부러 빨리 읽는다기 보다는, 자꾸 책을 보다보니, 책읽는 속도가 자연스레 빨라진 편이다. 슬로리딩이라는 단어를 보며, 『천천히 읽기를 권함』이라는 책을 떠올렸는데, 저자 역시, 이 책의 아이디어에서 슬로리딩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고 한다. 꼼꼼하게 책을 읽는 숙독, 정독의 방법을 좋아하는 작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  독서가 재밌어지는 슬로리딩!
 
 
  독서를 즐겁게 하고 싶다면, 먼저 작가가 준비해 둔 장치나 고안을 잘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작가는 권한다. 실제 소설을 집필한 소설가의 말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할 것이라는 전제아래 쓴다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품을, 그 기간은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에 휙휙 읽어나갔던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슬로리딩의 습관은 면접과 사회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는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주장이라 생각돼도 가만히 참고 상대의 발언을 슬로 리딩하고 '그러니까, 이런 뜻이죠?'라고 요약하고 보충한 다음,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법을 저자는 권유한다. 느린 호흡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천천히 책을 읽기를 권함』에서 배웠다면, 『책을 읽는 방법』에서는 느린 호흡으로 책을 면밀하게 읽어나가는 테크닉을 알았다.
 
 
#  묵독으로 책을 읽다.
  
 
  『천천히 책을 읽기를 권함』에서는 낭독의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책을 읽는 방법』에서는 묵독을 권한다. 음독의 문제 중 하나는 잘 읽는 것에 의식을 집중하다보면 주의력이 산만해진다는 점이라 저자는 말한다. 베껴 쓰기를 비효율적이라는 점은 한 번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문장의 매력을 느끼려면 천천히 반복하여 묵독하기를 권하는 점에서, 느린 호흡을 권하는 두 저자는 입장이 갈라진다.
 
  남에게 설명할 것을 전제로, 복수의 책을 비교하고, 밑줄과 표시, 내 처지로 바꾸어서 읽는 등 다양한 읽는 방법을 제시한 후, 2부에서는 실제 작품들을 통해, 슬로리딩을 통해 책을 어떻게 깊이 있게 읽었는지 보여준다. 조금 더 깊이 읽다보면, 생각도 깊어지고 저자와 작품에 대한 애정도 강해질거란 생각을 했다.
 
  빠른 세상, 여유 없는 정보 과잉의 세상이지만, 문학작품, 특히 소설은 느린 호흡으로 읽는 것이 좋음을 깨달았다. 책을 읽는 방법이 다양하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어떤 방법이던지, 자신의 성향과 맞는 책을 읽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좀 더 도전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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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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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레임을 주는 책이 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서재 결혼시키기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 내가 살아오며 만났던 책들과 그가 살아오면서, 그를 만들었던 책이 하나의 공간에 놓이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우리가 함께 길을 걷어야 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즐거운 의식이라 생각한다. 『서재 결혼 시키기』의 저자와 배우자가 서재에 어떤 책을 채울까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꼭 책의 서가를 싫어하지 않는, 책을 좋아하는 이와 꼭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욕망이 생겼다.

 
  4년에 걸쳐 쓴 18편의 에세이를 한 호흡에 읽었다. 한 문장을 읽으면, 다음 문장이 손짓한다. 읽다보면, 허전함에 다음 글을 찾아 떠나다 보니, 어느새 끝이었다.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책에 빠져있는 행복한 책가족의 일상을 보는 일은 설레고 행복하다. 
 
 
#   책과 함께 살아가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서가에 책을 저자의 뜻대로 옮기던 그는 셰익스피어의 책에서 난관에 빠진다. 조지는 나와 결혼해 살면서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데 그 때만의 달랐다고 한다는 글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갈등과 또 즐거움이 그들을 사로잡았는지 상상하니, 질투가 났다.
 
  책에 펼쳐진 글은 상상의 나래가 되어, 지금 여기에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어떻게 될까 고민하게 했다. 내 서재를 꾸민다면, 어떻게 정리하지, 공간은 얼마나 나누고, 또 어떻게 책을 관리해야 할까. 겹치는 책은 또 어떻하지?
 
  책과 함께 살아가다 겪는 많은 에피소드들이 책에 있다. 책에 나온 내용을 가지고 푸는 퀴즈, 극지방 탐험에 관한 책꽂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지인이 좋아하는 섀클턴 이야기가 있어 흥미로웠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책을 좋아하는 지인을 생각하고, 우린 그렇게 책과 또다른 책의 여정을 떠난다.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 다양한 이들, 원서를 봐야 볼 수 있는 수 많은 책들을 보며, 우리와 다른 문화에서도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주는 동질감에 즐거움과 자부심을 느꼈다. 수 천년 전에도 공자님은 죽간을 세 번 바꿨고, 조선 시대 여인네는 방각본으로 소설을 읽었다. 일제시대, 전쟁 중에서도 사람들은 책을 읽고, 책과 함께하면서 세상이 변하기를, 세상과 타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꿈꾸며 살아왔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서 살아남았던 종이 책은, 정보화 기기의 발달로 인해 전자책과 다른 매체로 인해 사람들의 환영을 받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소수만 읽었던 권력의 도구에서, 보편화의 과정을 거쳐, 이제는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 문자를 읽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위가 남아있는 한,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오래 볼 수 있는 매체가 종이 책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촉감과 시각, 뇌와 장소가 주는 후각까지 다양한 감각으로 읽는 독서의 매력은 한 번 깊이 빠지면,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믿는다. 책의 미래는 불안해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아남을거라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책의 미래는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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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처럼 - 지금 이곳에서 오늘을 충만하게 사는 법
이지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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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여행을 꿈꾸게 하는가?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매일 반복되어 다음 일이 예측가능하게 되는 순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지겨워진다. 현실에 대한 지겨움을 다른 곳에 대한 동경으로 변하고, 떠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늘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지금 내 마음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곳에서 행복은 만나기 힘들다. 떠나고 싶어 떠나지 않고, 떠나지 않으면 사는 게 힘이 들어 떠나는 이들이 있다. 자유라는 이름을 갈망해서 20년 이상 저자는 여행을 떠났다. 여행에 돌아와서도 안착하지 못하고 마음은 늘 방황했다 이야기한다. 무엇이 나를 꿈꾸게 하고, 흔들리게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사회학자와 철학자들의 이론을 들추며 고민을 한다. 숙고한 저자는 방랑과 방황, 노마드적인 삶은 인간의 숙명이고, 흔들림은 근대화 된 효율과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는 근대화 사회에 대한 저항이라 답을 내린다.
 
  독특한 책이다. 여행에 관한 정보보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메시지가 가득한 책이다. 공간을 여행했던 저자는 자신의 삶의 시간을 여행하며, 자신의 행위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여행의 의미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세상의 흐름이 변화할 때, 제일 먼저 그 변화를 느끼며, 행동하는 이들을 저자는 여행자라 이야기한다.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는 이, 저자의 여행자에 대한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  여행지와 사람이 아닌,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는 여행지와 그 곳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체험, 깨달음으로 구성된다. 자신만의 사유와 ’여행’이라는 움직임을 화두로 이야기하는 방식이 독특했다. 자연속의 삶을 꿈꾸지만, 인간이 생존하고 번영하는 과정에서 나온 도시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되, 한계를 인식하는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 존재와 타자에 대한 열망과 생의 의미 등 가볍지 않은 주제들이, 여행의 경험담에 녹아 읽기에 불편함이 없다. 여행이라는 행위가 삶의 도피처도 아니고, 낯선 이에게 공포감을 주는 장소도 아니라는 사실을 글을 읽으며 깨달았다.
 
  반복되는 삶이 싫어, 여행을 떠나더라도, 결국 반복되는 짐을 싸는 일에 매너리즘을 느끼게 된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제도에 정착하지 못한 이는 사회의 반역자가 되고, 그 보다 더 힘든 이는 떠도는 일상이 권태에 빠져드는 일이며, 그때 방랑자들은 마약이나 섹스라는 무한에 빠지거나, 무한의 세계로 떠나는 수행을 하거나, 세상을 피해 은둔한다고 한다. 이때의 은둔은 정착이 아닌 방랑으로부터의 또 다른 이탈이 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무작정 여행이라는 그리움과 멋져 보이는 가치에 빠져, 가볍게 여행을 생각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진지하게 고민해서 떠나던지, 행복을 위해서,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떠나던지 여행은 떠나는 이의 마음을 변화하려는 시도라 생각한다. 어떻게 떠나는 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떠나고 싶고, 무엇을 꿈꾸는지 깊이 사유해 보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마음이다. 여행도 삶도 모두 마음에서 시작한다. 마음 하나 잘 잡고 올바ㄹ는 꿈을 꾼다면 언제나 자유로우리라. 우리가 꾸는 꿈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라는 글을 읽으며, 살아가는 인생과 여행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본다.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여행이라는 이름에 매혹되기보다, 떠나는 일, 지금의 현실을 놓는 일에 고민하는 이에게 보탬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진지한 저자와 진지하게 이야기하보면, 고민하는 답은 더 가까이에 있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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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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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비우고, 노란 화살표 방향만을 보며 걷다.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다른 이는 자신의 내면에 쌓인 것을 비우기 위해 떠난다. 순례길 중 가장 유명한 산티아고 길을 저자는 걸었다. 이제까지 나온 순례길을 다룬 여행서와 다르다. 산티아고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떠나는 나와 길을 걷는 나, 영혼의 깨달음을 얻은 나와 순례를 마친 후의 나, 내 마음이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마음의 변화를 중심으로 글이 서술되어 있다. 중년에 삶의 변화를 감지한 여인의 영혼의 변화를 맛보는 기분이다.
 
  숨쉬는 것만으로도 삶이 힘겨울 때가 있다. 타인도 밉고, 내 자신도 싫어지는 때, 여행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심사위원을 자주 맡던 저자는 심사위원을 하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문하생과의 대화를 하다 길을 떠나야 함을 느낀다.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반드시 완성된 인격은 아니에요. 세상에서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룬 것으로 보이는 작가들이 있지만, 그 두 가지는 양립이 되지 않는, 가치 선택에서 하나가 하나를 내려놓을 때만 얻어지는 것이에요. 재능을 극대화시켜, 신기의 정점에 도달하고픈 것은 모든 예술가들의 꿈입니다. 그러나, 인격 완성을 생애의 목표를 삼는다면 재능은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예술은 나를 남기는 것에, 종교는 나를 버리는 것에 헌신하는 것이에요. 남기는 것에는 그것의 수단이 무엇이든 내가 있지만, 버리는 것에는 목숨을 버릴지라도 내가 남지 않아요. ... 나는 이제 신을 더 깊이 알기 위해 문학이 걸림돌이 된다면 문학을 내려놓으려고 해요. 내 안에서 문학은 자기 표현의 욕구이고, 밖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인정, 명예를 얻는 것이었다면, 그 두 가지 다 내게는 차선의 가치에 지나지 않아요. 이제 절대적 가치를 위해 삶을 던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  고독을 안고, 떠나다.
 
 
  순례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자는 문하생이었던 Y와 함께 순례길을 떠난다. 조용히 길을 걸으며 영혼과 만나고 싶은, 미각과 인연이 없는 저자와 아름다운 곳을 저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Y와의 좌충우돌의 순례기를 읽다보면, 함께 길을 걷는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느끼게 된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도 채우지 못하는 차이의 부분이, 원망과 질투, 미움의 시작이라는 점, 모든 원망과 질투, 분노 등은 나에게 시작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는다.
 
  만남과 체험을 통해 인간은 성숙해진다. 저자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Y와 그런 모습이 내키지 않았던 저자의 갈등은 여행의 마지막에 Y에 대한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어머니에 회한까지 내려가는 삶의 돌아봄과 깨달음은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과 타인을 어떻게 감싸안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    솔직한 고백서에 용기내어 보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저자는 유년시절의 경험과 어머니, 남편과의 관계 등 순례길을 떠나며 자신이 마음에 담아두었던 기억과 추억, 생각을 다 내려놓는다. 순례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그렇게 솔직해 질 수 있는걸까? 길을 걸었기 때문에 솔직한 글이 나온게 아니라, 솔직한 저자가 순례길을 걸으며 영혼의 변화를 찾았기에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나왔다 생각한다. 산티아고를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과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어떤 길을 걷고, 어떤 마음으로 걸었는지 느껴진다.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만나기 힘든 요즘, 솔직하며 마음에 울림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기독교나 개신교가 아니더라도, 종교에 관계없이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산문집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삶에 대해,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한다. 길을 걸으며 고민할 수도 있고, 한 공간에서 숙고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영혼의 존재에 대해 사색할 때, 누구나 순례자가 된다. 사색하는 일에 익숙해지면, 길을 걷지 않더라도 한 장소에서 영혼의 마음가짐의 변화가 가능해진다. 길을 걸으며 영혼과의 만남을 꿈꾸었던 저자를 통해, 삶에 대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아직은 인생이 무엇이라 정의내릴 나이는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돈과 명예, 재능을 벗어나,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르게 인생을 바라보는 방법을알려준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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