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인권단체들이 모여 함께 활동을 했던 성과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한국의 인권상황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인권운동은 또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미터라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얘기인가 봅니다. 우리 사회만이 아니라 내 자신을 비쳐보는 바로미터가 되지도 않을까 합니다.
배고파서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가고, 중국에서 다시 안정된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탈출하고, 한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대학 진학을 하고 캐나다 유학을 떠난 사람의 얘기입니다. 30여 년의 삶에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시대 젊은 만인보 시리즈의 최대의 장점인 솔직하고 생생한 얘기들이 역시 좋았습니다. 두 번의 탈출 끝에 찾은 한국에서의 삶에 대한 얘기가 어정쩡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왜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천일동안 목숨을 걸고 들려줬던 신비한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중독성이라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아라바마와 40인의 도적’이나 ‘신바드의 모험’이나 하는 것들은 천일야화를 빌려온 아류 창작물이었습니다. 역시 원전을 읽어봐야 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단, 계급적 혐오감이나 성적 평등이라는 불순한 시각을 갖고 보면 곤란합니다. 또 한 가지, 18세기 프랑스 브르조아 작가가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말로 번역한 것이기 때문에 야한 오리지날 버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번역서를 찾아보셔야 합니다.
최규석은 참치 캔 헹군 물에 라면스프 넣고 끊여 먹어본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는 얘기를 만화로 그립니다. 그 구질구질한 삶이 비참하지만 않은 이유는 그 속에서 그 사람들과 함께 계속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따뜻할 수 있는 것은 그 작가의 삶이 따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감동하기에는 좀 애매합니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인 아이린 칸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빈곤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권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방글라데시에서 나고 자란 경험이 있어서 더더욱 빈곤의 문제를 몸으로 느꼈나봅니다. 책상에서 자료만 뒤적이면 쓴 글이 아니라 세계 곳곳을 직접 다니면서 쓴 글이라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유엔 산하기구 책임자라서 그런지 해결책이 좀 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