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의 얘기를 오도엽씨가 듣고 정리한 책입니다. 검게 타들어간 아들의 시신을 부여안은 이후 아들 때문에 미쳐서 살아왔던 그 삶의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힘겹습니다. 그래서 몇 번이나 중간에 책을 덮고 눈물을 닦아내고 심호흡을 해야 했습니다. 이 땅에 이런 분이 있다는 것이 지겹도록 고마웠습니다.
폭력적인 현실에서 살아가는 비루한 사람들의 얘기를 줄기차게 쓰고 있는 최인석의 소설들은 매우 독특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현실을 얘기하면서도 현실에 짓눌리지 않고, 신화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도 신화의 세계로 도피하지 않습니다. 다섯 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서리쳐지는 현실 속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이주노동자의 얘기를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알렸던 ‘말해요, 찬드라’를 썼던 이란주의 두 번째 책입니다. ‘말해요, 찬드라’가 이주노동자 1세대들의 얘기라면, 이 책은 이주노동자 2세대들의 얘기입니다. 더욱 교묘한 형태로 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정책과 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 그들의 자녀들, 그리고 강제추방을 당해 고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들의 얘기가 들어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더욱 복잡해졌고, 그 만큼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좌파인론지 중의 하나인 ‘뉴레프트리뷰’ 한국어판 첫 호입니다. 격월간으로 발간되는 잡지를 한국어판은 1년에 한 번 추려서 발간하고 있습니다. 첫 호인 이 책은 2000년 이후 8년 동안 나왔던 뉴레프트피뷰 중 18편의 글들을 추려서 내놓았습니다. 세계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지는 이론적 성과와 현실분석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론보다는 현실분석에 집중한 글들이 많아서 세계적 현상들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만화가인 최규석이 그의 가족들의 얘기를 중심으로 미국의 거대한 힘이 이 땅에 들어온 이후 소외받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특유의 감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재치 있으면서도 따뜻하고, 사회비판적이면서도 자기 성찰적인 면을 보여주는 작가의 힘을 보여줍니다. 전작인 ‘습지생태보고서’ 보다는 삶에 짓눌리지 않는 생생한 활력이 약간 무디어진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역사와 현실을 끌어안는 힘은 그대로입니다. 만화가 주는 감동은 새로운 느낌입니다.